#1 명지바람 불어오는 초록의 들판에 서걱서걱 얼굴을 부비며 흔들리는 풀잎을 본다. 서로에게 기대어 안기고 얽히고설켜 있는 모습이 왜 이리 애처로울까. 지난날 상처로 얼룩졌던 내 인연들의 얼굴이 떠올라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내 사람을 만드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이더냐. 아파도 언젠가는 보듬어야 할 인연. 뜨거워진 눈시울과 성난 가슴에 ‘용서’라는 단어를 새긴다.
#2 도시의 생활에 지칠 때면 언제든 자연을 찾는다. 초록의 품에 안겨 받는 잔잔한 위로, ‘괜찮아’ 그리고 아플 때면 언제든 다시 찾아와도 좋다고 손짓한다. 우리 모두는 어쩌면 먼저 손 내밀어 줄 그 무엇이 필요한 게 아닐까. 누군가와 진득하게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말이 통할 것 같지 않을 때, 그 대상이 꼭 사람이 아니면 어떤가.
#3 초록의 대지 위에 펼쳐진 동화 같은 풍경, 발길이 떼어지지 않는다. 이런 곳이라면 한마디 말없이 떠나버린 무심한 그대라도 용서할 수 있지 않을까. 눈부실 정도로 맑은 하늘에 모든 눈물이 말라버릴 것 같은 화창한 날씨. 바람이 물어다 준 달큰한 냄새에 기분이 좋아져 콧노래를 부르는 나를 발견한다. 어쩌면, 마음이라는 것이 무럭무럭 자라 상처도 ‘별게 아닌 일’이 될 때, 우리는 또 다른 인생의 여정을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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