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주 교수, “다문화 부모교육, 다문화 아이교육으로 연결된다”

  • 입력 2014년 8월 11일 14시 30분


EBS 스페셜프로젝트 3부작 <다문화 아빠학교> 방송을 보며 촬영을 할 당시가 떠올랐다. 다큐는 초등학생 이상의 자녀와 외국인 아내를 둔 4명의 남편(아빠)이 ‘다문화 아빠학교’에 입학하며 겪는 일화를 다뤘다.

이들의 아내는 우즈베키스탄, 필리핀, 러시아, 파라과이 등에서 온 외국인으로 여전히 한국에서의 생활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지만, 방송에 출연한 아빠들은 많은 한국 가장과 마찬가지로 육아를 엄마에게 맡기고 한 발 뒤로 물러서 있거나 어떻게 해야 좋은 남편과 아빠가 되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필자는 이러한 아빠 4명과 초등학교 교실에서 1교시를 시작으로 오후 5시까지 수업을 진행했다. 아빠들은 “자녀의 친한 친구 이름을 적어보세요”, “자녀가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가요?”, “자녀의 장래 희망은 무엇인가요?”, “자녀에게 엄마의 고향이나 외가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준 적이 있나요?” 등이 적힌 시험지를 건네받고 난감해했고, 시험결과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본인들이 가정에서 평소 지내는 모습의 동영상을 보며, 진지하게 고민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단 하루뿐인 수업이었지만, 놀랍게도 아빠들은 아내와 자녀들의 아픔을 직시하고, 훌륭한 아빠가 되는 방법을 배우고자 하는 열정을 보였다.

안전행정부가 2013년 7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약 75만 명의 다문화 가족이 살고 있으며 이중 약 19만 명은 만 18세 이하의 아이들이다. 그리고 이 아이들은 학교에 들어갈 즈음이 되면 자신이 이 사회로부터 이질적인 존재로 대우받는다는 느낌을 받게 되고 정체성에 혼란을 느낀다. 이러한 시기에 이 아이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스스로 긍정할 수 있도록 이끌어줄 일차적 책무를 지닌 사람은 다름 아닌 바로 이들의 ‘부모’이다.

특히 외국 출신 배우자를 둔 한국인 남편의 경우, 한국의 언어와 교육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아내를 도와 자녀의 양육과 교육에 더욱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이번 촬영을 계기로 다문화가정의 부모들이 얼마나 절실하게 도움과 관심을 필요로 하는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또한 도움을 주었을 때 그만큼 효과가 크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가장 우선적으로 관심을 가질 부분은 어떤 것일까.
그동안 한글이나 문화 등 외국인 아내들을 위한 ‘엄마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된 것과 아울러, 이제는 ‘아빠교육’에 대한 관심이 절실하다.

남편이 아내에게 한국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을 은연 중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고, 부부대화, 아빠육아의 영향 등에 관한 ‘부모교육’을 해야 한다. 특히 다문화 가정의 부모교육은 용어 그대로 ‘엄마와 아빠 모두’에게 초점을 맞춘 부모교육이어야 한다.

그래야 EBS <다문화 아빠학교>의 인터뷰에서처럼 “남편이 너무 표현을 안 하고, 가정에 무관심하며, 모든 가정일을 나한테 떠민다”는 하소연이 줄 것이다. 또한, 아내는 아이들 앞에서 진정으로 남편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며, 남편도 아내를 사랑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다문화 가정의 아빠들은 마음은 있어도 몰라서 못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으므로 자녀와 아내에게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교육을 통해 도움을 주어야 한다. 그리고 반성하라고 강요 하기 이전에 다문화 가정의 아빠들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에 대한 격려도 필요하다.

가정이야말로 사회의 기초단위라는 점을 명심하고,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성인으로 자라기전에 다문화 가정의 부모에 대한 극진한 관심과 지원이 정착되어야 하겠다.

임영주 교수는...
임영주 박사는 부모교육전문가, 신구대학교 유아교육과 겸임교수, 아동문학가, EBS 자문위원 등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며 아이와 부모가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열정을 쏟고 있다. (블로그. http://blog.naver.com/bumodream)

기사, 사진제공 : M미디어 라메드 (kss@egihu.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