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저 가려워서 긁었더니 또 피나요.” 복지관에 올 때마다 학교 앞에서 인스턴트 식품을 사먹고 오는 철수(가명)는 아토피를 겪고 있다. 어려서부터 아토피를 앓은 데다, 부모님의 맞벌이로 방과후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져 정크푸드와 군것질거리에 중독되어 증상이 더 악화된 것이다.
복지관에서 아동들과 함께 생활하는 사회복지사로서 올바르지 못한 생활습관이 아이들의 건강에 미칠 영향과 심각성에 대해 고민하던 중, 2012년부터 한국암웨이가 후원하는 건강지킴이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건강지킴이는 아이들이 신체적.정서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사회공헌사업으로, 현재 전국에 걸친 지역복지관들과 연계하여 아동 건강에 영향을 주는 영양.운동.정서 세 가지 요소를 모두 성장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건강지킴이 사업이 기존의 프로그램에 비해 신선하게 느껴진 것은, 이른바 ‘건강지킴이 3STEP’이라는 차별화된 접근 방식 때문이었다. 영양불균형의 대물림을 끊기 위해서는 아동 당사자뿐 아니라, 그 아동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 즉 가족과 지역사회가 함께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1단계로 아동 대상의 영양교실, 리듬 줄넘기, 채소 키우기 등 영양.운동.정서 세 가지 측면의 프로그램을 진행해 아동 스스로 균형 잡힌 식사와 운동의 즐거움을 깨닫게 한다. 2단계로는 참여 아동의 부모님을 초청하여 영양교육과 영양만점 간식 만들기 실습을 통해 가족단위의 올바른 식습관 형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전하고, 3단계로 지역사회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접근법을 실행하고 있다.
아이들의 영양불균형 개선에 있어 좀 더 체계적이고 거시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차여서, 건강지킴이 사업의 접근 방식에 큰 공감을 느꼈다. 동료 사회복지사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최근 사회복지사들을 대상으로 한국암웨이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사회복지사의 90%가 건강지킴이 프로그램에 만족한다고 답했으며, 만족하는 점으로 절반 이상(55%)이 ‘아동-부모/가족-지역사회 세 단계의 변화를 유도하는 전략’을 꼽았다.
이러한 전략에 기반해, 우리 안심종합사회복지관에서도 3년째 3STEP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있다. 먼저, 1단계로 아동들을 대상으로 영양성분표 보는 법 등 다양한 영양교육 및 실습을 매월 1회 실시하고 있으며, 파이토 칼라 다이어리를 제작하여 주 3회 이상 작성하게끔 지도하고 있다. 또한, 복지관이 위치한 아파트 단지 내에 텃밭을 마련해 채소에 대한 아이들의 인식 개선과 정서적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가시적인 효과를 보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3년째 사업을 진행해오면서 변화의 움직임이 점차 피부로 느껴지고 있다. 영양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좋아하던 음식, 자극적인 음식만 고집하던 아이들이 이제는 먹거리가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 스스로 고민하고 확인하는 태도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아이들이 파이토 칼라 다이어리에 “이 음식은 먹으면 안 되는데”, “오늘은 먹은 것에 비해 활동량이 적었네”라고 적으면서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거나, 텃밭에서 직접 키운 가지와 방울토마토, 오이 등을 수확해 먹어보면서 채소에 대한 거부감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와 동시에 2단계로 부모님을 위한 영양 교육과 영양만점 간식 만들기를 격월로 진행하고 있다. 교육은 균형 잡힌 아침식사의 중요성, 건강한 지방 섭취 등 평소에 부모님들이 간과하기 쉬운 영양 관리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와 더불어 영양만점 간식 만들기를 통해 영양 레시피를 전달하고 가족간 정서적 교감을 지원하기도 한다. 참여한 부모님들의 만족도도 큰 편이다. 한 부모님은 “영양에 대한 새로운 정보도 얻고, 아이와 함께 파이토 칼라를 소재로 음식을 만들면서 스킨십도 늘고 관계도 더 좋아진 것 같다”며 만족감을 표하시기도 했다.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3단계 프로그램으로는 지역사회 내 우수 음식점을 건강지킴이 업체로 선정하여, 현판식 및 협약을 체결하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지역 행사가 있을 때 지역사회 내에 건강지킴이 사업을 알리고 파이토 칼라에 대한 인지도도 높이고 있다. 이를 통해 아동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환경 조성에 지역사회가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금씩 만들어가고 있다.
아동은 우리의 미래다. 가정환경에 따라 발생하는 아동의 영양불균형은 우리 모두가 관심 가져야 하는 문제다. 아동, 가정, 지역사회가 모두 영양 균형의 필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관심을 가질 때 단편적 효과가 아닌,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아동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환경에 올바른 건강 문화가 확산되는 날을 기대해보며, 필자도 현장에서 아동들의 건강을 위해 더욱 열심히 뛸 것을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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