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8일, 신설동 적십자 복지지원센터에서 다문화가정과 함께하는 ‘희망 더하기, 사랑의 빵 만들기’ 시간이 마련됐다. 이에 에디터는 다문화가정 17가구와 함께 4시간여 동안 함께 호두파이를 만들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함께할수록 맛깔난 사랑의 레시피를 소개한다. EDITOR 곽은영 PHOTOGRAPHER 권오경 COOPERATION 대한적십자사 동대문·성북희망나눔봉사센터 대한적십자사 동대문·성북희망나눔봉사센터에서는 사랑의 김장 나눔, 노인요양센터 방문, 다문화가정 한국문화 탐방, 삼계탕 잔치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이날 행사는 다문화가정을 위한 ‘사랑의 빵 만들기’ 자리로, 동대문구 다문화지원센터에 참가신청을 한 다문화가정 여성 20명 중 17명이 참석했다. 일본, 중국, 몽골,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다양한 국적의 여성들이 참여한 ‘사랑의 빵 만들기’ 행사는 오후 1시 30분부터 5시 30분까지 총 네 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크리스마스 선물 ‘사랑의 빵 만들기’ 본격적인 빵 만들기에 앞서 참가자들은 10분 정도 적십자 정신과 오늘의 요리 주제에 대해 전달받았다. 이날 교육을 맡은 김지혜 주임은 “작년에는 케이크를 만들었는데, 올해는 그보다 더 몸에 좋고 주위의 이웃과 함께 나눌 수 있는 메뉴를 고민했다”며 “즐거운 크리스마스와 연말의 분위기를 느끼는 뜻깊은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후 참가자들은 위생모자와 앞치마를 전달받고 손을 씻은 후 본격적인 빵 만들기 작업에 들어갔다. 이날의 메뉴는 고소한 맛이 일품인 호두파이! 준비를 마친 참가들은 김신예 제빵 강사의 지도 아래 준비된 재료들을 확인하고, 재료를 섞어 반죽을 시작했다. 3~4명씩 조를 이뤄 호두파이의 주재료인 호두로 충전물을 준비하고, 충전물을 얹을 타르트지를 만들었다. 에디터와 함께 팀을 이룬 필리핀에서 온 주부는 “평소에는 직접 빵을 만들어볼 기회가 없는데, 이런 시간을 통해 제빵의 과정도 배우고 완성된 빵을 집에 가져갈 수 있어서 즐거운 기대를 품고 참가하게 되었다”며 “낯선 문화권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비슷한 처지의 이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라고 말했다. 파이 만들기의 핵심인 타르트지 만들기는 재료를 반죽해 밀대로 밀고, 틀에 맞춰 성형하는 과정으로 이뤄졌다. 특히 타르트지에 충전물을 얹어 오븐에 넣는 순간 큰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람들과 각별한 공을 들인 공정이기에 별도의 설명을 붙였다.
호두파이의 기본 타르트지 만들기 호두파이를 만드는 과정은 어렵지 않았는데, 먼저 버터를 부드럽게 풀어 설탕을 섞은 후 달걀을 한 개씩 넣고 더 섞는다. 이후 체로 친 박력분과 아몬드파우더를 넣고 칼로 자르듯이 반죽한다. 반죽을 완성하면 준비된 큰 비닐백에 반죽을 넣고 좀 더 밀도 있게 치댄 후 납작한 네모 모양으로 만들어 냉장실에 1시간 이상 보관해 휴지시키는데, 이 과정을 통해 밀가루에 수분이 흡수되고 반죽의 점도가 높아진다. 반죽을 냉장고에서 휴지시키는 동안 참가자들은 반죽에 사용한 도구들을 정리하고 1차 설거지를 했다. 설거지팀과 테이블 정리팀으로 나눠 정리한 후, 본격적인 타르트지 작업에 들어가기 위해 조리대 위에 밀가루를 흩뿌렸다. 이 과정은 반죽이 조리대에 달라붙지 않도록 하는 일종의 코팅 효과를 낸다고 했다. 반죽은 냉장고에서 1시간 이상 휴지시켜야 하지만 이날은 시간 관계상 원래 보관해야 하는 시간보다 짧게 반죽을 휴지시킨 후 타르트지 작업에 들어갔다. 김신예 강사는 냉장고에서 반죽을 꺼내와 직접 밀대로 미는 시범을 보이며 “반죽은 가운데부터 밀어야 평평한 상태가 유지된다”는 팁과 반죽을 은박접시 위에 올리는 팬닝 작업과 물결모양을 잡는 순서까지 알려줬다. 타르트지는 취향에 따라 두껍게 만들 수도 얇게 만들 수도 있는데, 두껍게 만들 경우 충전물이 적게 들어간다는 단점이 생기기 때문에 적당한 두께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에디터의 경우, 반죽을 얇게 미는 바람에 이후 물결무늬를 잡을 때 어려움을 느꼈다. 이날은 파이틀 대신 은박접시를 사용했는데, 은박접시만으로도 충분히 파이의 이미지를 내는 데 불편함이 없었다. 파이는 테두리 작업이 중요한데, 파이 특유의 테두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은박접시 위에 팬닝된 테두리를 깔끔하게 쳐내고 직접 손으로 물결 모양을 만들어줬다. 그리고 난 후 오븐에 구울 시 타르트지의 바닥이 부풀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바닥을 포크나 젓가락으로 찍어 구멍을 냈다. 이후 타르트지가 담긴 은박접시는 충전물 팀으로 보내졌고, 달콤한 소스 안에 호두가 가득한 충전물이 그곳에 채워져 오븐으로 들어갔다. 직접 만든 파이와 쿠키를 들고 집으로 호두파이를 오븐에 넣고 나니 반죽이 많이 남았다. 그래서 남은 반죽에 견과류와 크랜베리를 섞어 쿠키를 만들기 시작했다. 참가자들은 별, 달, 하트, 나뭇잎 등 각자 만들고 싶은 모양의 쿠키를 만들며 즐거워했다. 누군가는 쿠키 하나하나마다 ‘사’ ‘랑’ ‘해’라는 글자를 새기기도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쿠키가 구워져 나올 때마다 참가자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자신의 쿠키를 찾았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고 빵 굽는 냄새가 나기 시작하자 참가자들은 조리대를 청소하고 2차 설거지와 바닥 청소를 했다. 그 사이 앞서 오븐에 넣었던 파이가 노릇하게 구워져 나왔다. 열기를 식힌 파이에는 트리, 루돌프, 눈사람 등의 모양으로 슈거 파우더 장식이 올라갔다. 마무리된 파이는 준비된 예쁜 박스 하나하나에 정성스럽게 포장됐는데, 참가자들이 직접 포장을 하고 크리스마스를 연상시키는 알록달록한 끈을 정성 들여 묶는 것으로 모든 과정이 끝났다. 구워져 나온 쿠키 포장 작업까지 모두 끝나자 강사와 참가자들은 호두파이와 쿠키 시식타임을 가졌다. 모두들 기대 이상으로 맛있다고 입을 모았고 현장에서 내내 함께했던 이미영 센터장은 “각별히 신경 써서 준비한 좋은 재료가 여러분의 손맛을 거쳐 명품 수제 파이로 거듭날 수 있었다”며 뿌듯함을 감추지 않았다. 이후 참가자들은 핸드폰으로 기념사진을 찍으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사랑의 빵 만들기’ 행사에 참여했다는 몽골 여성은 “몽골은 크리스마스가 법정공휴일도 아니고, 기독교를 믿는 이들도 소수에 불과하여 한국에서와 같은 축제 분위기를 느끼기는 어렵다”며 “연말이 되면 고향과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이 커지기 마련인데, 올해도 ‘사랑의 빵 만들기’ 행사를 통해 뜻깊은 선물을 받고 성탄이 가지는 나눔과 봉사의 의미를 배웠다”고 말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나누던 수다가 끝나고 마지막으로 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후 센터를 나서려 하는 필자를 일본 여성이 급하게 불러 세웠다. 그리고는 곱게 포장한 호두파이를 손에 쥐어 줬다. 그렇게 필자는 그녀가 챙겨준 ‘사랑의 빵’을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라메드 편집부의 책상 위에는 호두파이가 한 쪽씩 놓였다. 아침을 거르고 오는 일이 많은 편집부원들은 좋아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고 호두파이를 남김없이 먹어치웠다. 그렇게 사랑은 계속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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