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메드] (임영주 칼럼) 어린이집 폭행 사건, 교사의 ‘방임’과 ‘무관심’이란 또 다른 폭력으로 변하지 않아야

  • 입력 2015년 2월 6일 10시 18분


어린이집 폭행 사건, 교사의 ‘방임’과 ‘무관심’이란 또 다른 폭력으로 변하지 않아야

columnist 임영주

인천 어린이집 폭행 사건에 이어 다른 어린이집의 폭행 사건들이 연이어 언론과 매체에서 다뤄졌다. ‘이럴 수가’라는 공분으로 보육은 패닉 상태에 이르렀고 정부와 관계 기관은 서둘러 대책 회의를 했으며, 보육 현장은 대책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흔들리고 한숨짓고 있다. 이런 회오리 속에 가장 걱정되는 것이 ‘우리 아이들’이다.

언론에서도 언급했듯이 어린이집의 폭행파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러나 어린이집에만 모든 책임을 돌려서는 올바른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 정부, 어린이집, 언론 그리고 부모가 함께 문제의식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죄가 없는 것은 우리의 아이들뿐이다.


CCTV설치 넘어선 현실적인 대안 제시해야

가시적인 대안으로 공분을 가라앉히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우선 정부는 보육 교사의 자격을 강화하고 CCTV를 설치하는 문제 등을 넘어서 보육료 현실화 문제, 무상보육 이후 현장의 변화, 교사 처우 문제, 교사 양성기관의 문제, 교사 수급 문제, 원장과 교사의 자질 및 인성을 높이는 방법을 다각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무상교육의 확대로 전국의 어린이집이 더 이상 팽창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반면 교사의 급여, 근무환경 등이 열악해 교사 수급이 어려운 상황에서 교사의 자격과 감시만 강화하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무상교육의 확대로 보육시설이 모자라다는 말도 맞지만, 한편으로는 원아를 채우지 못해 재정적인 어려움을 이겨내지 못하는 어린이집도 적지 않다. 보육시설의 안배와 필요성부터 근본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공분을 삭히는 처벌강화보다 현실적인 해결방안과 접근법을 국민에게 제시하라.


슈퍼 ‘을’이 되어버린 어린이집 교사, 직업적인 자긍심 찾아줘야

더불어 어린이집 역시 죄책감과 억울함으로 유구무언이라고 하지만 말고 국민과 관계부처 모두 부심할 때 현장 밑바닥부터 보여주어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

“어린이집 죽이기냐?”, “정말 열심히 헌신하는 수많은 교사의 사기가 저하된다”, “현장도 모른 채 탁상공론만 하면서 왜 매번 어린이집이냐”라는 하소연은 의미 없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진심 사죄하고 반성하는 마음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뭇매를 맞을까 복지부동하며 침묵하고 억울함만 얘기하다가는 훗날 또 무슨 불행한 일을 맞을 것인가.

일각에서는 CCTV설치에 교사들이 반발하리라 우려하지만, 이는 일반적인 생각일 뿐이고 CCTV의 설치는 교사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현 상태에서는 도리어 교사를 보호하는 측면도 있다. 교육현장에서 최선을 다한 교사들의 진심까지 의심받는 상태에서는 CCTV가 교사의 억울한 부분을 설명할 소중한 자료가 된다.

그렇다고 CCTV설치가 만능해결책은 될 수 없다. CCTV설치로도 확인하기 어려운 것이 정서적인 학대이다. CCTV는 교사의 방임과 무관심 등을 잡아내기에는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CCTV의 사각지대라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실제 아이에게 가해지는 정서적인 학대와 방임이 신체적인 학대보다 더 빈번히 일어나는 폭력의 형태이다. 스킨십은 유아기 아이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현장의 교사들이 이마저 두렵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어 우려 된다.

실제 부모들이 느끼는 ‘보육 공포’만큼이나 보육 교사들의 공포감도 커지고 있다. 아이들을 사랑하며 정성을 다해 일하는 보육교사들의 진정성까지 의심받다 보니, 보육교사들은 자신의 직업을 밝히기조차 꺼려질 정도라고 한다.

신뢰와 존중이 무너진 교육은 제 역할을 하기 어렵다.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자긍심을 가진 교사만이 제대로 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으며, 아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이들에게 가장 잘 배운다.

이제 어린이집에 대한 관심을 과거형 캐묻기로 할 것이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바람직한 어린이집을 조성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져야 한다. 교사의 자질과 인성에 대해서 우리가 얼마나 관심을 가졌는지 돌아볼 때이다. 그리고 교사는 몸짓과 손길, 표정, 태도 모두 아이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존재임을 자각하여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나는 진정한 교사인가’


아이가 불안함과 공포에 노출되지 않아야

언론은 더 많이 현장을 찾아가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국공립, 민간 어린이집을 고르게 찾아가 국민들에게 객관적인 상황과 정보를 제공하고 공분을 넘어선 올바른 해결안을 찾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 언론의 목적이 전국 어린이집을 모두 죄인으로 만들고 문 닫게 하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끝으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줘야 할 사람이 바로 부모이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불안함과 먹먹함, 울화를 어찌 다 말로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우리의 아이들이 그러한 불안함과 공포 속에 노출되지 않도록 부모가 중심을 잡아주어야 한다.

아이를 채근하여 보육교사의 잘못을 캐묻고 어린이집으로 달려가 CCTV를 돌려보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보육교사를 좋아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멀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CCTV는 일부의 결과만을 보여준다. 안 보이는 곳은 결국 교사의 자질과 인성, 믿음으로 채워야 한다.

충격적이고 슬픈 일이 계기가 되었지만, 이를 계기로 정말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을 만들자. 진정 우리의 아이들을 위하고, 아이를 맡기는 부모의 입장을 헤아리고, 일터에서 보람으로 최선을 다하는 교사와 원장이 있는 어린이집. 이번 기회에 꼭 만들어져야 한다. 그건 우리 어른의 의무다.

기사제공 = 엠미디어(M MEDIA) 라메드 편집부(www.remede.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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