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현대 포토저널리즘의 아버지, 사진 미학의 교과서로 불리는 사진작가 앙리 카르티에-브레송(Henri Cartier-Bresson, 1908~2004)의 10주기 대규모 회고전 ‘영원한 풍경’이 지난 12월 5일부터 2015년 3월 1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디자인전시관에서 열린다. ‘풍경(Landscape)’이라는 주제로 분류된 사진들을 중심으로 기획된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작품들을 포함해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생전에 제작된 오리지널 프린트 작품 253점이 전시된다. EDITOR 곽은영COOPERATION 마이아트예술기획연구소, 아트센터 이다, 루나미디어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10주기 회고전 ‘영원한 풍경’ 사진전은 사진을 예술로 승화시킨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이 전 생애에 걸쳐 담아낸 작품들로 ‘거장의 탄생’, ‘영원한 풍경’, ‘순간의 영원성’ 그리고 ‘Special Exhibition’으로 구성된다.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카르티에-브레송의 방대한 사진 서고에서 엄선된 것으로, 그의 초기 작품들과 랜드 스케이프, 타운 스케이프의 작품 구성 중에는 그동안 한국에서 공개되지 않았던 작품들도 포함돼 있어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의 작품들을 통해 근대 사진 미학의 원천이 무엇인지 그가 왜 사진 예술의 전설적인 존재가 되었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거장의 탄생 : 초기작에서 1947년 MOMA 전시까지 이번 전시는 크게 3개의 구성으로 나눠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의 다양한 면모를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먼저 1931년에서 1947년까지의 초기 작품들로 구성된 ‘거장의 탄생’은 자신의 작품세계를 확립하는 과정의 초창기 작품들을 포함하고 있다.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이 ‘카메라를 움켜쥐자마자’ 찍은 초기 대표작은 물론, 1947년 MOMA 전시 이전까지 찍은 대표작들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그가 1932년 라이카를 구입한 후 줄리언 레비와 함께 첫 번째 전시회를 열고 자신의 작품세계를 확립하는 과정의 초창기 작품들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자유롭고 규정되지 않으면서도 하나의 리듬을 지니는 그의 초기 작품들을 통해 휴머니즘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생동감 있는 찰나의 순간들을 확인할 수 있다.
영원한 풍경 : 자신을 향한 마음의 눈, 풍경 속 사람들, 도시 풍경 메인 테마인 ‘영원한 풍경’은 ‘자신을 향한 마음의 눈’, ‘풍경 속 사람들’ 그리고 ‘도시 풍경’으로 나뉘어 전시된다. 이 작품들 중에는 그동안 한국에서 공개되지 않았던 작품들이 포함돼 있어 그 의미가 더욱 크다. 특히, “사진의 내용은 형식과 분리될 수 없다, 형태에 의해서 표면, 선, 명암의 상호작용의 엄격한 구성을 의미한다”는 그의 말을 확인할 수 있는 코너로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작품의 미학적 요소 중 하나인 구도와 형태에서의 미적 구성을 눈으로 직접 보며 예술적 시선에 대해 명상할 수 있다.
순간의 영원성 : 찰나의 시선, 상징적 초상미학, 파격적 구도와 암시 마지막으로 20세기의 눈으로 당대 최고 거장들의 초상을 담아낸 ‘순간의 영원성’은 20세기의 중요한 인물들을 거장의 눈으로 구성한 포트레이트(portrait)이다. 프레임을 구성하는 방법에 따라 ‘찰나의 시선’, ‘상징적 초상미학’, ‘파격적 구도와 암시’ 등의 섹션으로 나뉘어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의 인물에 대한 보다 심도 깊은 시선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해준다. 당시 사람들은 초상화를 통해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자 했는데 사진술의 발명 이후 회화는 더 이상 초상화 분야를 발전시키지 않았으며 사진이 이 분야의 몫을 떠맡게 되었다.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은 어느 개인의 세계에 대해 내적인 부분만큼 외적인 것에 대해서도 진정한 고찰이 필요하다고 여겼다. 그래서 그는 촬영 대상을 개인의 일반적인 상황 속에 놓아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즉, 그는 인물을 그 인물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과 함께 담아내고자 했다. 이렇게 해서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의 ‘주변 환경을 포함하는 포트레이트(environmental portrait)’는 소품과 의상, 배경을 통해 인물의 내면까지 담아낼 수 있었으며 새로운 초상 미학을 완성시켰다.
Special Exhibition : 카메라는 내 스케치북의 하나다 현대 카메라의 근원이라고 하면 대부분 라틴어로 ‘어두운 방’이라는 뜻을 가진 카메라 옵스큐라를 꼽는다. 카메라 옵스큐라는 그림을 더욱 사실적으로 그리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었는데, 이후 발전을 거듭한 후 1900년대에 오늘날 카메라의 토대가 된 35mm 필름을 사용하는 ‘라이카’가 등장하게 된다. 특별 전시관(Special Exhibition)에서는 카메라 발명 초기인 1800년대의 세계 최대 카메라, 1900년대 초의 폴딩 카메라, 초소형 스파이 카메라 등 다양한 엔틱 카메라부터 최첨단 디지털카메라까지 스페셜 카메라 70여 점이 전시되고 있다. 카메라 제작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디자인의 변천 과정을 그 역사와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연습으로 필연을 만들어내다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은 20세기 세계 역사의 중요한 순간마다 그 자리에 있었던 행운의 사나이라고 불린다. 이 우연처럼 보이는 행운 때문에 그는 ‘신으로부터 축복받은 은총의 사진가’로 알려져 있는데 그것은 사실 우연이 아니라 필연의 순간들이었다. 진실의 순간을 놓치지 않는 사격의 명수였던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에 대해 저널리즘 교수 클로드쿡먼(Claude Cookman)은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은 그가 카메라를 들고 세계의 거리를 배회하다가 직관과 행운이 기막히게 맞아 떨어져 피사체를 발견했다고 생각하지만, 사진 에이전시 매그넘(MAGNUM PHOTOS)에서 그가 활동한 방식은 정반대였다. 사전에 연구하고 계획을 세워 역사적 사건의 현장에 있으려고 만반의 준비를 했으며 그토록 철저한 자세로 혼신의 힘을 다해 사진을 찍었다.” 방문하는 나라들에 관한 사회, 문화, 종교 등의 전통을 촬영 전에 충분히 파악해 자신이 현장에서 무엇을 찍게 될지를 예상해보지 않고서는 빈번히 일어나는 우연한 상황에 대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는 이렇게 사진작가로서 완벽주의자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사진을 찍는 순간에는 직관에 의해 자동으로 몸이 반응할 수 있도록 반사신경을 예민하게 유지해야 했기 때문에 그는 흔들림 없이 핸드헬드(handheld, 카메라를 손에 들고 촬영하는 기법)할 수 있도록 촬영연습에 매진했다. 그의 순간들은 연습된 필연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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