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IST 윤가현 전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치매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은 수십 가지이다. 그중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치매 형태는 알츠하이머 질환에 의한 치매와 혈관의 약화로 인한 치매, 두 가지이다. 치매환자들에게서 나타나는 인지기능과 관련된 문제는 기억력, 언어능력, 시간이나 공간지각 능력, 판단 능력, 사고 능력 등 다양한데, 병변이 발생한 부위나 정도에 따라 개인차가 심하다. 인간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예절이나 억제해야 할 본능적인 욕구 등도 인지능력과 매우 관련이 높다. 성적 욕구 발산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도 인지기능의 일부이다. 치매 환자의 7~26%는 성적 충동 억제 못 해 성 문제와 치매의 관련성은 환자마다 다른데, 크게 두 부류로 구분된다. 한 부류는 치매의 발병 때문에 과거에 비해서 성욕이 감소되거나 없어진 상태로 변한 경우이고, 다른 부류는 그와 반대로 욕구를 자제할 수 있는 능력을 과거보다 상실한 경우이다. 전자는 성욕을 관장하는 뇌 부위 자체가 손상된 경우이고, 후자는 성욕을 관장하는 부위는 괜찮은데 그 욕구를 자제, 조절하는 부위가 손상된 경우이다. 후자와 같은 변화를 보인 환자는 전체 치매 환자의 일부인데, 조사마다 그 비율이 다르지만, 적게는 환자의 7%이며 많게는 26% 정도이다. 후자와 같이 성욕 조절을 잘하지 못하는 환자들은 집에서는 가족이나 도우미, 시설기관에서는 다른 환자나 방문자 또는 시설기관 종사자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그들은 일반적으로 뇌 부위 중에서도 전두엽과 측두엽 부위의 손상을 입은 사람들로, 이 부위의 손상을 입으면 욕구를 억제하는 능력이나 충동을 조절하는 능력이 약해지므로 본능적으로 행동하려고 한다. 즉 때와 장소, 상황, 대상 등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고 성적인 본능을 표출하려고 하는 것이다. 보통 환자가 그와 같은 문제행동을 심하게 보이면, 집에서 보호하기가 어려워 환자를 시설로 보내게 되는데, 시설에 입소한 후에도 직원이나 방문자를 대상으로 성희롱, 성추행, 노출, 자위행위, 다른 환자와의 성행위 등이 나타나게 된다. 치매환자들이 가진 성적인 표현의 본질을 파악해야 여러 시설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심각해지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차적으로 약물 처방에 의존하는데, 약물 처방을 받으면 성과 관련된 문제가 경감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기능들도 약물에 의해 약화되므로 환자 개인이나 보호자 입장에서는 매우 불만족스럽게 여길 수 있다. 그러나 치매환자들이 보이고 있는 성적인 문제행동의 일부는 성적인 욕구조절 결핍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옷을 모두 벗고 복도에 나타난 치매환자는 성적인 자극을 추구하기 위한 문제행동일 수도 있지만, 몸을 씻고 싶다는 의사표현,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의사표현일 수도 있다. 또 목욕서비스를 받는 도중에 도우미의 가슴을 만진 행위도 성적인 표현일 수 있지만, 자세를 제대로 가누지 못하여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하다 손이 도우미의 가슴으로 가게 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치매환자들로부터 나타나는 성 관련 문제 행동들의 본질을 모르면 그와 같은 모습을 보인 환자를 모두 치한 등으로 취급해버릴 수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치매환자의 수가 선진국보다 많지 않기 때문에 치매환자의 성 관련 문제가 매우 심각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지만, 매우 빠른 속도로 환자의 수가 증가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2020년대에는 지금보다 환자의 수가 늘어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성 관련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상태에서 환자를 대하지 않으면 윤리적인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시설기관에서 그와 같은 문제를 다루는 기구를 갖추기 시작했는데 일단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함부로 약물을 투여하거나 격리하는 행위를 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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