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가명, 만 30) 씨는 어느 날 자기도 모르게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 자신을 느꼈다. 그러한 행동들이 반복되자 그는 바로 병원을 찾아 약물치료와 상담 치료를 받았다. 현재의 자리에서 현재의 일을 충실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말하는 그가 어떻게 ‘지금의 자리에 있는 것’을 연습했는지 들어봤다. EDITOR 곽은영 COOPERATION 유은정의 좋은의원, 유은정 원장 Q. 치료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A. 2010년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해요. 당시에 친척 동생이 놀러 왔었는데 갑자기 기분이 이상했어요. 동생이 돌아가고 저도 모르게 몸이 조금씩 움직여지면서 어머니께 “죽어라!”는 말을 했어요. 그때 제가 뭔가를 먹고 있었는데도 몸은 계속 저절로 움직여졌어요. 이성적인 판단이 전혀 서지 않았어요. 기분 탓인지는 모르지만, 저도 모르게 몸이 왔다 갔다 하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아요. Q. 그래서 바로 병원에 가셨나요? A. 제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니까 부모님께서 바로 응급실로 데려갔어요. 응급실에 가서 상태를 체크하는데 제게 약간의 심리불안이 있다고 했어요. 그래서 입원을 하게 됐지요. 처음에는 며칠만 있으면 퇴원을 한다고 했는데, 두 달간 격리 입원을 하게 됐어요. 당시 병원에서는 병명을 조울증이라고 했는데 저한테 얘기한 것이 아니라 저희 부모님께만 이야기한 거였어요. Q. 그로 인해 구체적으로 아팠던 증상이 있었나요? A. 병원에 있는 동안 한 번은 머리가 심하게 아팠던 적이 있었어요. 머리가 죽을 듯이 아파서 조치를 취해달라고 간호사를 찾아갔어요.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아팠는데, 왜 그랬는지 저도 이유는 몰라요. 병원에서도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았어요. 조울증이라는 것 외에 정확한 설명을 들은 것은 없었어요. Q. 증상에 대한 정확한 이유도 모르고 두 달 동안 입원한 건가요? A. 네. 하루가 그냥 긴 복도를 왔다 갔다 하는 것으로 채워졌어요. 시간이 되면 약 먹고, 노래방 프로그램, 게임 프로그램 등 병원에서 마련한 프로그램을 따라 했어요. 이후 지금 병원으로 옮기고부터는 그냥 약 먹고 상담을 해요. 상담 중에는 “지금 기분을 마이너스 100에서 플러스 100으로 표현하라”는 질문도 있는데, 그러한 간단한 것들이 생각 외로 치료에 도움이 됐어요. Q. 치료를 받으면서 어떻게 호전돼 갔나요? A. 처음에는 말로 하기보다는 몇 시간 동안 검사를 해요. 질문이 있고 거기 답을 쓰고, 그 아래 연관 질문에 또 답하는 것의 반복이었어요. 말이 아닌 몇 시간 동안의 체계적인 시스템을 통해서 제 모든 걸 다 쏟아내게끔 검사를 해요. 그렇게 하고 약물과 상담 치료를 받았어요. 상담을 통한 ‘비상식적인 생각 무시하기’ 연습을 하며 점점 좋아진 거 같아요.
Q. 상담 주기는 어떻게 되나요? A. 일주일에 두 번씩이었는데, 3~4개월 전부터는 한 달에 한 번씩 받고 있어요. 사실 처음에는 내가 왜 상담을 받는지 이해하지를 못했어요. ‘상담으로 과연 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저는 잘 모르겠는데 주변에서 밝아졌다는 얘기를 많이 해요. 그래서 상담이 효과가 있긴 있나 보다 하고 생각해요. 상담은 ‘하고 싶었지만, 찾지 못했던 표현들’을 찾아서 하고 싶은 말을 하게끔 도와주는 것 같아요. Q. 상담할 때의 주제는 주로 무엇인가요? A. 상담사분이 “오늘은 어떤 부분에 대해 상담받고 싶어서 왔느냐”고 물으면 제가 대답을 해요. 가령 진로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다고 하면 서로 그 주제에 관해 이야기하는 거예요. 현재 고민이 뭔지 어떻게 풀어나가면 좋을지 깊이 있게 토론한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Q. 기분이 심하게 오르락내리락하는 편인가요? A. 요새는 그것보다는 누군가 쳐다보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운전을 하고 있으면 왠지 사고가 날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항상은 아닌데 가끔씩 그래요. 그땐 병원에서 처방해준 약을 먹어요. 습관적으로 먹는 거예요.
Q.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사람들이 날 더 바라본다고 느껴지나요? A. 사람들과의 관계가 어려워지거나 흐트러지면 조금씩 기분이 다운되는 것 같이요. 누구나 상대와 싸우거나 심리적으로 안 맞는 부분이 있으면 기분이 나빠지는데 저는 그게 다른 사람들보다도 더 강하게 느껴져요. 기분이 좋을 땐 모르겠어요. Q. 2010년 이전에는 그런 증상이 전혀 없었나요? A. 없었어요. 대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시작된 것 같아요. 제가 어떤 동아리를 만들었는데, 처음에는 절 잘 따르던 친구, 후배들과 차츰 트러블이 생기면서 상처를 받았어요. 그때 무시하고 공부만 했으면 나았을 텐데 오기가 발동해서 ‘너희 두고 봐라, 사회에서 내가 더 잘 될 거다’라는 약간 삐딱한 생각으로 먼저 사회로 나와 버렸어요. 사회에서 빙글빙글 돌다가 지금까지 온 거예요. 사회에 나온 몇 년 동안 ‘세상에 이런 사람도 있구나, 저런 사람도 있구나’ 하는 경험을 하며 상처를 키웠어요. 사회는 정말 내 맘 같지가 않았어요. Q. 어떻게 보면 그때 받은 상처가 계기가 됐을 수도 있겠네요. 앞으로도 치료는 계속 받을 계획인가요? A. 당분간은 지금처럼 해나갈 계획이에요. 지금은 아침저녁으로 약 먹는 것만 빼면 보통 일상생활과 똑같아요. Q. 같은 증상을 가지고 있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A. 현실에 만족하면서 즐겁게 사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각자만의 방식이 있겠지만, 일상생활을 유지하려면 치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은가요. A. 현실에 만족하면서 본인의 임무에 충실하고 싶어요. 즉, 지금 학생이면 학생으로서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지요. 그 자리에서 제대로 있는 것. 그게 중요한 것 같아요. 기사제공 = 엠미디어(M MEDIA) 라메드 편집부(www.remede.net ), 취재 곽은영 기자(kss@egihu.com), 촬영 권오경 사진기자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