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와 결혼은 다르고 아무리 사랑하던 사이에도 권태기는 오기 마련이다. 사랑의 통과의례와도 같은 권태기. 몇십 년을 함께 산 부부 사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부부 사이의 권태기,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EDITOR 곽은영 COOPERATION 이주은 부부상담심리센터(02-562-4422)
연인이든 부부든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권태의 시간이 찾아온다. 하루라도 안 보면 보고 싶고 헤어질 땐 아쉬움이 가득했던 날들은 어디로 가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다 보니 배우자와 얼굴도 마주치기 싫어지는 때가 찾아오기도 한다. 부부권태기는 찾아오는 시기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신혼 때 찾아올 수도 있고 출산 후 또는 폐경기 이후 찾아올 수도 있다. 부부 사이에 권태기가 찾아오면 안 보이던 단점이 보이고 사소한 문제도 부각돼 다툼으로 이어진다. 이기심은 늘고 이타심은 줄며 다른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면서 외도의 위험에 노출된다. 부부권태기의 가장 큰 증상은 일단 서로 대화가 없어지고 부부관계 횟수도 자연스럽게 줄어든다는 것이다. 매일 똑같은 일상 속에 똑같은 얼굴을 마주하며 같은 패턴으로 살아가다 보면 결국 자식 때문에 산다는 말이 나오게 된다. 남자의 경우 스킨십의 횟수가 줄고 회식이나 모임 등으로 귀가 시간이 늦어지고 말수가 준다. 권태기가 심각해지면 극단적으로는 이혼으로도 이어질 수 있으므로 적절한 때에 권태기를 인지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부부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왜 함께 하기로 했을까? 부부 권태기를 꼭 섹스리스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 물론 부부관계도 중요하지만, 배우자를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짜증이 나고 밥도 함께 먹기 싫은 마당에 상대와 잠자리부터 개선하라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권태기는 반복되는 패턴에서 찾아온다. 부부가 싸우는 이유는 결과적으로는 지금보다 더 잘 지내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싸움의 원인은 돈이 될 수도 있고 사소한 말 한마디 때문일 수도 있지만, 원인이 무엇이든 먼저 대화를 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먼저, 우리가 왜 함께 하기로 했는지, 지금 왜 이렇게 살고 있는지, 앞으로 과연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 서로 진솔하게 대화를 나누며 과거와 미래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이야기는 집 거실에서 나눠도 좋지만, 서로의 추억이 서린 장소에서 나누면 더 좋다. 처음으로 함께 여행 갔던 여행지나 신혼 때 데이트했던 장소, 처음 장만했던 집 등에 가서 사랑했을 때의 두근거림을 기억해내는 것이다. 그 마음은 그들이 한때 같은 꿈을 꿨다는 것을 상기시켜줄 것이다. 사람은 의외로 많은 것을 잊고 살아가고 있다. 말로 하는 것이 힘들다면 서로에게 편지를 써서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고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져줄 수도 있다. 회복이라는 것은 의외로 작은 행동 하나에서 시작된다. 미국의 한 시인의 말을 빌리자면, 사랑은 꽃이 피고, 열매를 맺고 그렇게 모든 것이 다 지나고 나서도 두 나무의 뿌리가 맞닿아 있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그간 지내오며 상대에게 상처 준 말이 있다면 사과하고, 상처 된 말이 있다면 진솔하게 말해 응어리를 풀어야 한다. 의외로 가까운 사이일수록 말을 가볍게 뱉게 되는데, 상대가 말한 의도를 잘못 이해해 의미를 왜곡해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으므로 마음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자신의 모습을 한 번쯤 되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무릎 나온 바지에 머리를 질끈 묶고 지냈다면 한 번쯤은 긴장된 모습으로 스타일을 바꿔보는 것도 서로의 감정을 환기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서로를 위해 좋아하는 요리를 해주는 것도 좋다. 함께 할 수 있는 취미생활을 만드는 것도 권태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이다. 결혼은 복잡한 세계 속에서 내 편을 두고 살아가는 일종의 약속이다. 기대고 때로는 서로 위로도 해가며 사는 것이다.
부부시간을 희생하지 말자 배우자와 말도 섞기 싫은 권태기가 오면 자연스럽게 부부관계 횟수도 줄어들게 된다. 이미 마음이 없고 상대에게 성적 매력도 호기심도 없는 상태에서 부부관계를 늘리라고 말하는 것은 소귀에 경 읽기와도 같다. 오래 함께 산 커플이 아니더라도 가정과 사회생활에서의 스트레스가 크면 성생활 횟수는 줄어든다. 부부간의 건강한 성생활은 정신적인 활력소가 되지만 원활하지 못한 성관계는 권태기뿐 아니라 가정불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부부시간을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 우리는 부부시간을 희생시키는 것을 마땅하게 생각하는 면이 있다. 부부시간을 갖기보다는 자녀들 위주의 시간을 갖던지, 시집이나 친정 일에 시간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시집에 가족행사가 있어도 “우리 부부가 데이트하기로 한 날이라 참석이 어렵다”고 하고, 친척 돌잔치 정도는 선물만 보내고 거절해도 괜찮다. 당당하고 떳떳하게 부부 데이트 시간을 더 우대하고 존중할 필요도 있다. 현대인들은 다 바쁘다. 맞벌이 부부든, 외벌이 부부든, 다들 마음이 바쁘다. 그렇게 열심히 사는 부부가 서로를 위로하고 알아주고 격려해주는 ‘부부 데이트’ 시간은 우리 부부가 왜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는지를 서로 확인하는 참으로 소중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된다. 양가 부모님을 찾아뵙는 시간보다, 아이들을 데리고 놀이공원 가는 시간보다도 10배는 소중하다. 그러니 부부만의 시간을 당당하게 알리고 자녀를 맡기는 협조도 구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바로 ‘부부 중심 가정’이다. 안타까운 것은 부모 중심과 자녀 중심 가정으로는 살아도 부부 중심 가정으로는 살지 못하는 부부가 참으로 많다. 그러니 거꾸로 사는 거다. 우리는 ‘부부 중심 가정’으로만 살아야 한다. 그래야 부모님도 돌봐드리고 자녀들도 잘 키울 수 있다. 시어머니는 시아버지께 맡겨야 된다. 시아버지가 외면하거나 안 계시더라도 부부가 책임을 지고 3명이 함께하는 결혼생활을 해서는 절대 안 된다. 이런 ‘부부 중심 가정’으로 산다면 부부는 서로에게 만족하고 자랑스럽고 고맙다. 이런 부부에게 부부의 성관계는 참으로 자연스러운 일부이다. 여성의 경우, 출산 이후나 갱년기에 접어들면서 폐경을 맞으면 자연스레 섹스리스로 변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때가 가장 높은 이혼율을 보이는 시기이기도 하다. 부부관계는 단순히 쾌락을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니다. 부부관계는 서로 친밀감을 느끼고 행복한 결혼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윤활제가 된다. 각방을 쓰는 부부라면 문제점을 개선해 다시 방을 합쳐야 한다. 부부관계는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통계조사 결과, 부부싸움을 하는 부부들 대부분이 잠자리가 원활하지 못하고 소원하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부부간의 불편한 잠자리는 권태기를 더욱 가속화시키기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적당한 합의가 필요하다. 권태기가 오면 가장 먼저 우리에게 권태기가 왔다는 것을 인지하고 위에서 말한 대로 대화를 나누고 난 뒤 둘 만의 로맨틱한 시간을 가지는 것을 권한다. 권태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이후 행복한 결혼생활이 이어지느냐 마느냐가 결정된다. 섹스리스 부부들에게 주는 조언 권태기를 경험하는 부부 90% 이상이 잠자리에 문제가 있는데, 잠자리 문제가 원인이 되어 권태기가 시작되는 경우가 많고 권태기 이후 잠자리에 소원해지는 경우도 많다. 결혼 후 부부관계가 소원해진 원인이 너무 익숙한 잠자리 환경이라면 새로운 자극을 통해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 부부간의 성생활은 서로의 권리이자 의무이고 좋은 잠자리는 사랑을 더욱 키워주기 때문이다. 사랑을 키워줄 부부관계 포인트 5가지 01 대화를 하라 부부생활에서 갈등이 커지면 커질수록 성관계 횟수는 줄어든다. 대화를 하고 갈등의 원인을 찾아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 “당신만한 아내(남편)가 없어”, “당신이 운전하는 차를 탔을 때가 제일 마음이 편해요” 등과 같이 평소에 서로에게 고마웠던 내용을 직접 전해야 한다. 부부의 성관계 역시 몸으로 하는 일종의 대화다. 02 잠자리 기술에는 모범 답안이 없다 섹스도 새로운 재미가 느껴져야 즐거워진다. 로맨틱한 분위기로 함께 거품목욕을 하거나 침실에 아로마 향초를 켜두거나 와인을 곁들여보는 등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03 충분한 전희와 후희를 즐겨라 전희의 중요성을 망각한 채 서둘면 아내에게 불만이 발생한다. 급한 마음을 가져서는 안 된다. 서로 간의 정성스러운 애무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다. 그리고 전희 못지않게 후희도 중요한데, 서로의 사랑에 대한 확인은 행복감을 키워준다. 04 여성도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준비해야 한다 잦은 성 경험, 출산, 노화 등으로 여성의 질이 헐거워지거나 늘어지면 부부 관계 시 즐거움이 예전 같지 않다. 질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난다면 질 수축 운동을 권한다. 또 자신의 성감대를 알고 있는 것도 중요하다. 05 문제가 있다면 전문의를 찾고 건강한 생활습관을 갖자 적극적인 잠자리는 부부의 체력을 기본으로 한다. 꾸준한 운동과 균형 잡힌 식생활, 스트레스 조절에 신경 쓴다. 부부관계를 하는데 문제가 있다면 전문의를 찾아가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좋다. 이주은 원장은… 부부상담전문가, 이주은 부부상담심리센터(www.yesmind.net) 대표, EBS 부부가 달라졌어요 등 TV방송, 각종 언론에 부부상담 전문가로 활동 기사제공 = 엠미디어(M MEDIA) 라메드 편집부(www.remede.net), 취재 곽은영 기자(kss@egih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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