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만(灣)’ 36개 중 하나인 일본 도야마(富山)만의 겨울시즌 아침은 ‘도아먀만의 왕자(王者)’ 방어의 몸짓으로 깨어난다. 해도 뜨기 전부터 항구로 속속 들어오는 방어잡이 배의 행렬과 이들을 맞이하는 상인들의 분주한 발길로 도시는 새벽부터 활기에 넘친다.
일본 호쿠리쿠(北陸) 지역 앞바다는 매년 11월이면 천둥번개를 동반한 매서운 겨울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한다. 부리오코시라고 불리는 이 바람이 불면 먼 바다에 있던 방어 때가 점점 도야마만 해안으로 붙는다. 비로소 방어잡이 철이 시작되는 것이다. 어부들은 이때부터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천둥번개가 심해질수록 어획량은 늘어난다고 한다.
2월초 어느 추운 날 새벽 5시. 도야마만에 있는 한 항구를 찾았다.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이곳에선 배에서 방금 내린 방어가 허연 배를 드러내고 상인들을 기다렸다. 밤새 조업한 배에서 방어가 내려지면, 무게와 크기를 잰 뒤 곧바로 경매에 붙여진다. 매일 시세가 다르지만, 1m 내외의 방어 1마리에 대략 5~7만 엔 선에서 거래된다. 이곳 방어는 찰지고 담백한 맛이 일품으로, 일본 전역에 팔려나가는 지역 대표 특산물이다.
관광객은 항구에서 직접 방어를 구입할 수 없고, 인근 히미반야가이(氷見番屋街) 수산시장 등으로 가야한다. 시장에서는 도야마만에서 잡은 각종 해산물과 함께 겨울철 진미(眞味) 방어를 맛볼 수 있다. 방어는 회는 물론 초밥, 조림, 포 등으로 즐길 수 있다. #북알프스에서의 꿈 속 같은 하룻밤 일본의 북알프스로 불리는 도야마현(富山県) 호쿠리쿠(北陸) 지역은 전통 목조건축 양식인 갓쇼오즈쿠리(合掌造り 합장) 집들이 들어선 촌락으로 유명하다. 겨울에 내리는 눈이 아래로 빨리 흘러내리도록 지붕을 사람이 합장한 모양처럼 뾰족하게 만들었다. 겨우내 평균 3~5m가량 눈이 쌓여있다니, 내리는 눈의 양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카산(五箇山) 합장마을은 전통가옥 10여 채와 상점 2개가 전부인 한적한 마을이다. 지어진지 400년이 넘은 전통가옥들은 3~5층 높이로 저층은 주로 사람이 거주하고 위층은 곡식이나 생필품을 저장하는 용도로 쓰인다. 상점은 지역 특산물은 물론 우리나라의 주막처럼 고단한 나그네를 위해 간단한 요리와 술을 팔기도 한다.
거래가 거의 없어 정확하게 집값을 매길 수는 없지만, 1채에 우리 돈으로 150~200억 원 정도라고 한다. 지붕은 인근에서 나는 갈대를 엮어 만드는데, 한 번 바꾸는데 집의 크기에 따라 4000만~10억 원 가량의 돈이 들기 때문에 정부의 보조를받는다. #400년 된 日전통가옥에서의 민박 이곳은 우리나라 민박형태로 손님을 받고 있다. 1칸에 4명이 잘 수 있는 방이 4칸 정도 있는데, 1인2식에 1만2000엔~1만5000엔이다. 인터넷으로 예약이 가능하다.
식사는 일본 전통식으로 방 한가운데 있는 전통화로(이로리)에서 구운 곤들메기에 소바, 송어회, 표고버섯, 두부 등을 내놓는다. 약간의 술이 곁들여진 식사가 끝나자 안주인이 오늘 묵을 방으로 안내했다. 두께가 족히 10cm는 넘어 보이는 두터운 요에 같은 두께의 솜이불이 포근해 보인다. 그래도 난방이 전혀 없는 다다미방이라 한겨울에는 뼛속까지 한기가 밀려온다. ‘과연 여기서 추위에 떨지 않고 잘 수 있을까’, 이불 속으로 손을 밀어 넣자 뭔가 따뜻하고 단단한 물체가 잡힌다. 네모난 도시락 2~3개를 겹쳐놓은 크기의 철제 상자 속에 어른 주먹만한 불붙은 목탄을 넣은 일종의 목탄난로다. 일본말로는 ‘마메단앙카’라고 부른다. 겨울을 나기 위한 이곳사람들의 필수품으로 뜨거운 온기가 24시간 지속된다.
#쇼가와 협곡, 렌즈만 들이대면 모두 작품 도야마 도심에서 남서쪽으로 1시간가량 달려 쇼가와 협곡의 고마키(小牧)댐 선착장에 도착했다. 오마키(大牧) 온천으로 가는 유일한 교통수단인 유람선을 타기 위해서다. 하지만 오늘의 목적은 온천이 아니다. 바로 겨울철이면 온천보다 더 유명한 협곡의 설경(雪景)을 보기 위해서다. 온천까지 왕복 1시간가량의 뱃길 양옆으로 펼쳐진 설경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아무 곳이나 카메라렌즈를 들이대도 작품이 절로 나온다. 겨울철이면 이곳 설경을 찍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사진작가들이 찾는다고 한다. 설경은 초겨울부터 2월말까지가 절정이고, 뱃삯은 편도 1400엔이다. #도야마 눈 녹은 물로 빗은 깔끔한 사케 도야마는 물이 좋다는 일본에서도 전국 100대 명수(明水)에 4개소가 뽑힐 만큼 물이 좋다. 덕분에 예로부터 술이 유명하다. 눈이 녹아내린 물로 술을 담그는데, 맛이 깔끔하고 목 넘김이 부드러워 여성들도 즐겨 마신다고 한다.
도야마를 대표하는 술을 만드는 산쇼라쿠(三笑樂) 양조장은 가미나시(上梨) 마을에 있다. 일본에선 60%가량 도정한 쌀로 빗은 다이긴조(大吟醸)를 최고의 사케로 친다. 산쇼라쿠는 도야마와 효고현에서 생산되는 쌀에 지표수를 사용해 다이긴조를 만들어낸다. 효고현 쌀은 품질이 좋기로 일본에서 유명하다.
가미나시 마을은 예로부터 집집마다 직접 술을 담가 먹었다고 한다. 술을 담근 집은 처마에 삼나무 입으로 만든 커다란 원구(圓毬)를 달아 집에서 술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주변에 알렸다. 초록색 원구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갈색으로 변하면, 그 집의 술이 얼마만큼 익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20m 쌓인 눈 속을 달리는 ‘구로베 알펜루트’ 도야마를 대표하는 명물 중 하나는 다테야마(立山) 구로베(黒部) 알펜루트다. 해발 3000m급 북알프스를 가로지르는 산악관광 루트로 도로에 쌓인 눈을 치운 뒤 그곳을 통과해 단테야마 산악지역으로 간다. 매년 봄 알펜루트가 개통되면 약 20m 높이의 설벽이 700m이상 이어져 장관을 이룬다. 11월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은 4월이면 20m이상 쌓이고, 이때 눈을 치우고 길을 내는 것이다. 이 눈길을 걷기 위한 트래킹 족이 세계에서 몰려든다. 눈길은 6월 중순까지 즐길 수 있다. #편리한 교통편 아시아나항공은 우리나라 인천공항에서 도야마공항까지 직항편을 주 3회(화, 금, 일요일) 운항하고 있다. 도쿄에서도야마까지 JR열차로 3시간20분이 걸리는데, 다음달 14일 신칸센이 개통되면 2시간8분으로 단축된다. 나고야에서는 JR로 3시간이 걸린다. 기타 상세한 관광정보는 도야마현 관광홈페이지(http://www.visit-toyama.com/kr)나, 일본관광신문(☎02-737-1122)에서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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