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육 및 건전한 놀이를 목적으로 보드게임을 찾는 사용자가 점차 늘고 있다. 또한 '모두의 마블'이 성공함에 따라, IT/게임 업계에서도 교육 서비스나 게임으로 활용하기 좋은 보드게임을 발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에 IT동아는 매주 다양한 보드게임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
보드게임에서 콩 심기
한 때 모바일 게임 시장을 주름잡던 ‘타이니 팜’ 등의 농경 게임들은 콩이나 밀 등의 작물을 심어 시장에 판 돈으로 농장을 키우는 평화로운 게임이었다. 보드게임 중에서도 이러한 따사로운 농경 게임들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농경 게임을 전문으로 만드는 우베 로젠베르크(Uwe Rogenberg)라는 디자이너와 그의 작품들이 유명하다. 그의 대표작 역시 농경을 테마로 한 ‘아그리콜라’다. 또한, 그의 초기작이자 우베 로젠베르크가 지금의 명성과 ‘콩 아저씨’라는 별명을 얻게 한 작품이 있다. 바로 ‘보난자(Bohnanza)’라는 콩 심기 게임이다.
보난자는 우베 로젠베르크를 단숨에 스타덤으로 올릴 만큼 인기를 끈 게임이다. 이 게임은 그의 후기작들과는 달리(그는 보난자 이후 2시간 이상 걸리는 복잡한 게임들을 주로 만들었다) 간단한 카드 게임이며, 2명부터 7명까지 플레이할 수 있는 파티 게임이다.
콩을 심어 금화를 벌자!
이 게임의 목적은 콩을 심고 수확해 돈을 많이 버는 것이다. 게임을 시작하기 전, 각 플레이어들은 카드를 5장씩 나눠 갖는다. 남은 카드는 테이블 가운데에 내용이 보이지 않도록 쌓아 놓는다.
본격적인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꼭 알아두어야 할 규칙이 2가지 있다. 첫째, 보난자에서는 카드 순서를 섞을 수 없다. 즉, 나눠받은 카드를 섞거나 순서를 바꾸면 안 된다. 둘째, 콩을 심을 수 있는 밭은 단 2개뿐이라는 것이다.
규칙을 숙지했다면, 나눠받은 카드들을 확인한다. 카드에는 다양한 종류의 콩들이 그려져 있다. 이제 콩을 밭에 심어야 한다. (이 게임에서는 자신의 앞에 카드를 내려놓는 것을 ‘콩을 심는다’라고 한다)
각 플레이어가 콩을 심을 수 있는 밭은 2개다. 즉, 내가 심을 수 있는 콩의 종류는 2가지다. 콩밭에 콩을 심어서(같은 카드를 여러 장 모아서) 일정 개수 이상이 되면 카드에 적혀있는 만큼 금화를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완두콩 카드를 3장 모으면 금화 1개를 받을 수 있다.
자신의 차례에는 손에 있는 콩 카드를 콩밭에 1장 또는 2장까지 심을 수 있다. 단, 반드시 맨 앞(맨 오른쪽)에 있는 카드 2장까지만 심을 수 있다. 이 게임에서는 손에 있는 카드를 섞거나 순서를 바꾸는 것은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콩을 심었다면, 테이블 가운데에 있는 카드 더미에서 카드 2장을 펼친다. 이 2장의 카드는 자신이 심든, 다른 사람과 교환하든, 남에게 그냥 주든, 어떻게든 반드시 없애야만 한다.
바로 이 부분이 보난자의 묘미다. 처음에는 돈을 쉽게 벌 수 있을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콩밭은 2개뿐이고, 한 콩밭에는 한 종류의 콩밖에 심을 수 없기 때문에 심을 콩을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 하지만 손에 있는 카드의 순서를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원하는 콩만 심을 수도 없다는 제약이 있다. 게다가 테이블 가운데에서 공개한 카드 2장은 반드시 없애야 한다. 새 콩을 심어야 하는데 콩밭이 없는 경우, 기존에 심었던 콩을 갈고(돈을 못 받더라도!) 반드시 새 콩을 심어야 하는 상황도 벌어져 왁자지껄해진다.
이러한 어려움을 타파하기 위해 ‘보난자’에서는 플레이어 간 콩 거래가 가능하다. 가운데 카드 더미에서 카드 2장을 공개한 뒤 카드 거래가 가능하며, 손에 있는 카드 또는 공개된 카드를 다른 플레이어와 마음껏 교환할 수 있다. 나한테 필요 없는 카드를 그냥 주는 것도 가능하다. 뛰어난 설득 스킬을 발휘해, 자신에게 필요 없는 카드를 빨리 제거하고 상대방에게 적절한 보상을 받아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이렇게 공개한 카드 2장을 없앴다면, 더미에서 카드 3장을 받고 차례를 마치면 된다. 보난자에서는 카드 순서가 바뀌면 안 되기 때문에, 3장의 카드를 가져올 때는 반드시 맨 뒤(맨 왼쪽)로 가져와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차례에는 언제든지 밭에 있는 콩을 카드에 적혀있는 가격으로 팔 수 있다. 카드 밑에 있는 콩 가격표(동전 그림)에 따라 돈으로 바꾸면 된다. 한꺼번에 많은 콩을 팔수록 이득이 크게 늘어난다.
이런 식으로 게임을 진행하다가 카드 더미가 2~3번 떨어지면 게임이 종료된다. 최종적으로 돈을 가장 많이 번 플레이어가 승리한다.
보난자는 규칙이 간단하면서도 제한된 선택지를 통해 전략적인 재미를 주며, 상대방과의 콩 거래라는 요소를 통해 왁자지껄한 파티 성향까지 갖춘 게임이다. 자신이 앞으로 심을 콩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다가도, 거래를 가로채서 남의 콩밭 완성을 방해하는 등, 다양한 플레이를 통해 재미를 느낄 수 있어 오랜 기간 많은 이들에게 사랑 받았다. 보난자는 보드게임 카페가 전성기를 맞았던 2000년대 초반 가장 많이 찾았던 게임 중 하나였으며, 현재까지도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15년이 넘는 인기를 구가한 스테디셀러
새롭고 자극적인 모바일 게임들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요즘, 비교적 심심하고 덜 자극적인 농장 경영 게임을 즐기는 사람은 많이 줄었지만, 고전적이고 잔잔한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보드게임도 마찬가지다. 이전보다 훨씬 세련되고 재기가 넘치는 최신 보드게임들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보난자는 15년이 넘는 동안 사람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으며 그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콩 심은 데 콩 나듯이, 고전에는 고전이 된 이유가 있는 법이다.
글 / 코리아보드게임즈 오세권
편집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
코리아보드게임즈(대표 정영훈, http://www.koreaboardgames.com)는 보드게임 퍼블리싱과 유통을 전문으로 하는 국내 1위 보드게임 기업이다. 현재 국내 시장에 보드게임 3,000여 종을 유통하고 있다. 국내 최대의 보드게임 커뮤니티 divedice.com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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