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메드] (인터뷰) 반기성 예보센터장의 ‘흐린 날, 맑은 날’

  • 입력 2015년 6월 11일 17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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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취임식 날, 눈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다. 온라인 뉴스에서는 앞다퉈 눈 소식을 알렸지만, 케이웨더 반기성 예보센터장은 눈과 비가 오지 않을 거라 예보했다. 2013년 2월 25일 취임식 당일, 하늘에서는 눈과 비가 내리지 않았다.

그 외에도 다양한 일화들이 그를 날씨 예측의 전설이라 부르는 계기가 되었다. 반기성 예보센터장이 전하는 그의 삶과 날씨별 건강법에 대해 들었다.

에디터 김민숙 포토그래퍼 김현진


똥방개에서 날씨의 전설로

반기성 예보센터장의 어린 시절 별명은 똥방개였다. ‘똥방개’는 물방개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구워 먹으면 물방개와는 달리 맛이 없어서 ‘똥방개’라고 불렀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똥방개로 불린 것은 그의 부지런함 때문이었다.

“똥방개는 더듬이를 사정없이 흔들며 빨리 움직이는 게 특징이에요. 저도 날씨가 변하려고 하면 똥방개처럼 사정없이 팔을 흔들며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녔어요. ‘똥방개’는 그런 제 모습을 보고 친구들이 붙인 별명이에요.”

반 센터장은 어릴 적부터 유달리 날씨에 관심이 많았다. 마당에 키우던 개가 땅에 몸을 비비거나 벌들이 벌집 안에서 꼼짝하지 않고 나오지 않으면 어김없이 비가 오곤 했다. 그는 그런 자연의 현상을 찾아 분주하게 시골을 누비고 다닌 것이다.


어머니 전상서, <날씨 토크 토크>

<날씨 토크 토크>(2014)는 1,200자 내외로 신문사에 5년간 연재하던 ‘반기성 날씨 이야기’ 칼럼 중 일부를 선택해 만든 책이다. 총 5개의 챕터로 이루어진 이 책은 우리 삶과 건강에 영향을 주는 날씨 이야기, 돈 버는 날씨마케팅, 기후 변화로 바뀐 세계의 모습, 기상예보 이야기 등 날씨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그가 이 책에 특별히 애착을 갖는 이유는 남다르다.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준 지극정성의 어머니에 대한 고마움을 담았기 때문이다.

“현재 어머니께서 94세이신데 지난해 말에 말기 간암 선고를 받으셨어요. 연세도 많으시지만, 수술 시기도 놓쳤지요. 방사능 치료를 하면 수명은 연장할 수 있다는 말에 작년 11월부터 방사능 치료를 시작해오고 있어요. 지금의 저를 만들어준 어머니이신데 해드릴 게 없어서 마음이 아팠어요. 그래서 뭐라도 해드리고 싶은 마음에 <날씨 토크 토크>를 2014년 말에 서둘러 만들었어요. 제가 어머니께 바치는 책이에요.”


날씨 예보 전문가인 남편을 믿지 않는 아내

제18대 대통령의 취임식이 있는 2013년 2월 25일, 그 어느 때보다 날씨에 관심이 몰리는 날이었다.

하지만 며칠 전부터 엇갈리는 날씨 예보가 오갔다. 그리고 마침 눈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다. 온라인 뉴스에서는 취임식 당일 새벽부터 아침 사이에 눈이 내릴 것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반 센터장은 눈과 비가 오지 않는다고 예보했다. 그리고 취임식 당일에는 눈과 비가 내리지 않았다.

“날씨는 변수가 많아요. 특히 꼭 맞춰야 될 날의 날씨 예보를 할 때는 난감할 때가 많아요. 대통령 취임식 날 날씨가 그랬어요. 눈구름이 걸렸더라고요. 하지만 제 예상대로 눈은 내리지 않았어요. 현재의 과학 기술로 5일 이후 정도까지의 예보는 맞출 수 있지만, 그 이상의 기간은 날씨를 맞추기 어려워요. 지금에 와서는 대부분의 사람이 제 날씨예보를 믿어주지만, 제 날씨 예보를 가장 믿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제 아내에요. 옛날에는 트럭이사를 많이 했는데, 보통 이사 열흘 전에 예약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지금껏 살면서 이사할 때마다 비가 오는 거예요. 신혼 때 사들인 가구가 모조리 상해버렸죠.”


날씨와 즐겁게 사는 하루

반기성 센터장은 ‘날씨 지존’, ‘날씨 예보의 전설’로 불린다. 특히 태풍과 집중호우 예보에 있어서는 정확도가 매우 높은 날씨 예보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학생들과 어울려 강의실에서 호흡하는 재미에 푹 빠져 산다. 반 센터장은 조선대학교와 연세대학교에 출강하면서 날씨와 관련된 강의를 하고 있다.

“좋아하고 즐겁게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학생들을 만나게 됐어요. 진급하고 돈을 버는 것에 매달리기보다 즐겁게 하루를 살아가다보면 자연스레 명예도 생기고 부도 생기는 거겠죠. 권력이 없으면 어떻습니까. 책 한 권에서 좋은 글 한 줄만 얻어가도 자산이 되는데, 그런 즐거움을 찾는 게 우선이죠. 한 달에 100여 권의 책을 구입하고 일주일에 하루 이상은 도서관에 갈만큼 책과 가까이 지내고 있습니다.”

때 이른 더위와 아열대성 폭우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로 때 이른 더위가 시작되며 본격적인 장마 시즌에 돌입했다. 기상청은 6월에서 9월에 한하여 운영하던 폭염특보를 올해부터 연중으로 확대하여 운영한다고 밝혔다.

기후 변화로 인한 우리나라 대도시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0.8℃가량 높게 나타난 것이다. 기후 변화에 따른 폭염으로 열사병 환자 증가와 아열대성 폭우로 인한 갑작스러운 홍수 피해가 예상된다.

“폭염은 재난이에요. 2003년 유럽에 폭염이 왔을 때 7만 명이 사망했어요. 냉방 대책이 없었던 거죠. 평균 기온이 1℃만 상승해도 폭염 환자가 70%나 증가해요. 올해, 우리나라는 6~7월이 평년보다 더울 거예요. 올해 폭염의 가장 큰 특징은 기온의 변화 진폭이 클 것이라는 거예요.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약간 높겠지만, 기온이 급상승할 때는 강한 폭염이, 낮아질 때는 평년보다 낮은 기온을 보일 거예요. 특히 비가 많이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전라남도와 경상남도, 제주도가 더 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폭염 외에도 열대성 호우로 인한 침수와 산사태 등의 피해도 우려돼요. 비가 내리는 기간은 줄었지만, 200㎖의 비가 3~4시간 이내에 집중되어 쏟아지는 열대성 호우를 대비할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한 거죠.”


비 오는 날에는 전쟁을, 맑은 날에는 데이트를

우리 몸은 날씨 변화에 따라 사람마다 각기 다른 신호가 온다. 우천 시 자주 나타나는 증상은 무릎과 뒤꿈치의 통증이다. 비가 많이 오는 장마철에는 습도가 80%까지 높아지고 기압이 낮아진다.

이처럼 기온이 변화할 때는 관절 내부의 압력이 높아지고, 관절 내 조직이 팽창해 신경을 더욱 자극한다. 기존 관절염이나 허리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평소보다 통증이 심해지기도 한다. 날씨의 변화가 사람의 감정과 몸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가 예상되는 날에는 정신병원 환자들이 공격적인 성향을 보여요. 그래서 의사들은 환자들이 공격적으로 변하면 우산을 준비하죠. 한 예로 북미 인디언들의 전쟁을 들 수 있어요. 그들은 비가 내릴 거 같은 흐린 날에 전쟁을 해요. 기압이 낮아짐에 따라 사람들의 성향이 전투적으로 변하기 때문이에요. 게다가 무더위까지 지속될 때는 땀이 배출이 안 돼서 심리적으로 짜증이 나죠. ‘기압골이야’라고 표현하잖아요. 그럴 때는 부부 싸움을 많이 하게 되기도 해요. 날씨가 맑은 날 데이트를 즐기면 분위기가 더 좋아지는 이유도 바로 날씨 덕분이겠죠. 이처럼 날씨가 사람의 감정에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크다고 볼 수 있어요.”

장마철 건강법

장마철에는 고온 다습한 기후로 세균의 번식이 활발해진다. 이로 인한 수인성 감염병, 유행성 눈병, 모기매개 감염병 등의 질환이 발생하기 쉽다. 특히 큰 일교차로 인한 신체 면역력 저하로 자칫 건강을 잃기 쉽다.

장마철에는 주로 세균성이질, 장티푸스, 장출혈성대장균, 노로바이러스 감염증 등 음식물로 전파되는 수인성 감염병이 유행할 수 있다. 오염된 물이나 음식을 먹어서 생기는 일종의 식중독으로 고열과 심한 설사, 복통,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또한, 집 주변에 고인 물웅덩이에 파리와 모기의 번식이 쉬워 모기 활동이 왕성한 저녁부터 새벽까지는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외출을 자제하는 것이 현명하다.

특히 잦은 침수로 오염된 지역은 피부병이나 유행성 눈병 등이 생길 수 있다. 장마철에 기승을 부리는 대표적 안질환이 ‘급성출혈성결막염(아폴로 눈병)’이다.

‘엔테로바이러스’가 주원인인 아폴로 눈병은 일반적으로 8시간에서 48시간의 잠복기를 거쳐 발병한다. 대개 눈이 충혈되면서 눈곱이 많이 끼고 밝은 빛을 보면 눈이 쑤시는 증상이 지속된다.

평소 손 씻기를 생활화하고 잦은 외출을 삼가는 것이 현명하다. 각종 질환의 노출 외에도 강한 자외선으로 인한 피부암 등 피부질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폭염이 지속되고 장마가 오는 한여름에는 야외 운동이나 외출을 자제하는 것이 좋아요. 고온 다습한 기후로 인해 생체리듬의 불균형을 가져올 수 있어요. 특히 폭염이 계속되는 여름에는 긴 옷을 입어 강한 자외선을 차단하는 것이 좋아요. 봄과 여름철에는 자외선을 막아주는 오존층이 얇아지죠. 그래서 지표에 도달하는 자외선의 양이 다른 계절보다 많아요. ‘봄볕은 며느리를 쬐이고 가을볕은 딸을 쬐인다’는 속담도 있잖아요. 봄과 여름철에 특히 살갗이 잘 타기 때문이에요. 자외선 지수 5에서 6.9까지가 보통의 강도로, 1시간 정도 햇볕을 쬐면 피부에 홍반이 생길 수 있어요. 지수 7에서 8.9까지가 강한 강도로 30분만 햇볕을 쬐어도 홍반이 생겨요. 6월부터 8월까지 여름 동안 서울의 평균 자외선지수는 5에서 9 정도로 예상하고 있어요. 그래서 자외선차단제는 필수고, 눈 보호를 위해 선글라스 착용을 권해요.”


반기성 예보센터장

現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국방부 국사연구위원, 기상청 정책자문위원, 조선일보·스포츠서울 날씨자문위원, 조선대학교 대기과학과 겸임교수, 서울미래포럼 및 SERI CEO 강의교수, 연세대학교 대기과학과 출강


기사제공 = 엠미디어(M MEDIA) 라메드 편집부(www.ramede.net), 취재 김민숙 기자(kss@egihu.com), 촬영 김현진 사진기자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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