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육 및 커뮤니케이션, 심리치료 등 다양한 분야에 보드게임이 활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보드게임이 교육적 효과를 지니고 있으며, 아동 및 청소년들의 의사소통능력 및 문제해결력 향상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IT동아는 보드게임이 사회 각 분야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어떠한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는지 인터뷰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IT동아 안수영 기자]
[보드게임, 세상을 바꾸다]의 두 번째 사례는 보드게임을 활용한 가족, 지역 소통이다. 경기도 파주 교하도서관 정보봉사팀의 이정은 선생님은 도서관에서 홍보 및 청소년 담당 업무를 하고 있으며, 가족 및 지역 소통 프로그램에 보드게임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Q. 안녕하세요 선생님. 먼저 교하도서관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제가 일하는 교하도서관은 파주 교하에 위치한 공공도서관입니다. 교하도서관은 책과 사람,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나누는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역 주민과 함께 공부하고 즐거움을 나누는 강연, 전시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있습니다. 올해는 함께 읽기, 지역 연계, 세대 공감이라는 비전 하에 다양한 강연 및 공연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열람실이 없다는 것과 청소년실을 따로 운영하고, 다양한 봉사 프로그램과 캠프, 강연회 등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 다른 도서관과 다릅니다.
Q. 도서관에서 시행하는 지역 및 가족 소통이란 무엇인가요? 또한, 소통을 돕기 위해 어떤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나요?
도서관은 지역민들이 모여 책과 지식을 공유하는 공간인 만큼, 서로 나누고 더해가는 지역 문화를 만들 수 있는 허브입니다.
교하도서관의 경우, 가족 구성원들과 지역 주민들이 서로 소통하는 장치를 만들고자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청소년 문화연대에서는 선생님, 학생, 지역 주민이 함께 할 수 있는 강연과 토론회를 엽니다. 북카페 전시에서는 출판사와 도서관 이용자, 지역의 명사와 시민을 이어주고 있습니다. 청소년자원봉사동아리 '心봉사'에서는 청소년들이 능동적으로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고 도서관에 활력을 불어넣는 활동들을 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것이 보드게임 분과입니다.
Q. 도서관에서는 보드게임 프로그램을 어떻게 진행하고 있으며, 보드게임을 통해 어떻게 가족, 이웃 간 소통을 돕나요?
매달 둘째 주, 넷째 주 토요일이 되면, 보드게임 분과 청소년들과 함께 도서관 로비에 놀이판을 마련합니다. 이 놀이판은 가족 단위로 참가 신청을 받기도 하고, 참가한 청소년들을 엮어 친구가 되도록 도와주는 장입니다.
보드게임을 시작하면 다양한 광경이 펼쳐집니다. 아빠와 아들이 함께 게임을 하며 즐거운 신경전을 벌이기도 하고요, 아이들끼리 게임을 할 때는 뒤에 선 아빠가 훈수를 두기도 해요. 처음 보는 친구들이 서로 작전도 짜고 응원도 하면서 한 팀이 됩니다.
가족끼리 도서관에 온다면 아빠는 문헌정보실로, 아이는 어린이실로 갈라져 조용히 책을 읽다 가는 것을 떠올릴 수 있는데요, 보드게임을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함께 게임을 하면서 상대의 눈빛을 바라보고 마음을 읽게 됩니다. 물론 한두 번의 경험으로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저희는 보드게임을 이용해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과 지역 주민들이 친구가 되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Q. 도서관의 가족, 지역 소통에 보드게임을 활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요즘에는 어딜 가나 스마트폰만 들여다 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반면, 서로 이야기를 나누거나 책을 읽는 사람은 찾기 어려워진 것 같습니다. 물론 스마트폰은 정보를 빠르게 얻을 수 있고, 다방면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참 편리한 기기입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에 지나치게 의존하다 보면, 주변을 둘러보는 여유와 소중한 사람과 눈을 마주치고 대화할 기회는 줄어들게 됩니다.
한편, 보드게임은 아날로그적인 행위입니다. 보드게임을 하면 한 공간에 모여 웃고 떠들고, 생각을 나누고, 상대의 마음을 읽으려 노력하게 됩니다. 가족들이 보드게임을 즐기면 오랜만에 마음을 나누는 시간을 가질 수 있고, 게임을 통해 처음 한 자리에 앉은 친구들은 서먹함을 떨치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보드게임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놀이 문화입니다. 어린이, 청소년, 어른들에게 보드게임을 즐기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야말로 나누는 공간, 소통하는 공간인 도서관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부에 쫓겨 놀이를 잊은 젊은이, 생활에 쫓겨 놀기를 포기한 어른들이 놀이를 즐긴다면 자신을 돌아보고, 상대를 생각하고,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도서관에서 보드게임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면 많은 지역민들에게 소중한 시간을 선사할 수 있다고 생각해, 이와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입니다.
Q. 보드게임으로 가족 및 지역 소통을 시도했을 때, 참여자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보드게임 교과에는 주로 아이들이 많이 참여하는데요. 어린 아이들도 2시간 동안 열심히 몰입합니다. 처음에는 산만한 아이들도 게임에 빠지면 제법 진지한 태도로 바뀌어요. 게임에서 계속 지는 친구는 분에 못 이겨 얼굴이 벌개지지만, 곧 상황을 잘 풀어나가는 것도 배워나갑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보드게임은 단순한 놀이가 아닌 사회성을 만들어주는 도구인 것 같습니다.
교하도서관의 경우, 보드게임 분과에서 활동하는 청소년들이 1년 동안 행사를 운영합니다. 그런 만큼 보드게임 행사는 이용자들 간 자발적 활동을 유도하는 모임에 가깝습니다. 2시간 동안 딜러로 활동하는 청소년들은 일을 마치고 나면 서 있기도 힘들어하는데요, 그만큼 열심히 게임을 가르치고 진행한다는 것입니다. 행사에 참석하는 어른들이 처음 보는 아이들에게 게임을 가르쳐줘서 고맙다고 인사하고, 열심히 한다며 칭찬하는데요, 이러한 점에서 보드게임이 마을 사람들 간 소통의 매개체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하도서관에서 보드게임을 시작하면서 놀이와 소통을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도서관은 그저 놀이판을 제공할 뿐, 모든 것은 청소년과 이용자들이 만들어가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보드게임을 상대를 알고 이해하고 소통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한, 사람과 사람을 잇는 데 좋은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도서관에서 체득할 수 있었습니다.
Q. 혹시 일반 가정에서도 가족들이 보드게임을 이용해 소통의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까요?
물론 가능합니다. 저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보드게임을 함께 해 왔어요. 요즘에는 서로가 바빠서 자주 못 하는데, 많이 아쉽습니다. 가족이 함께 보드게임을 하실 때는 가족 구성원이 모두 즐길 수 있는 보드게임을 찾는 게 우선입니다. 남들이 다 산다고 살 필요는 없습니다. 가족 구성원의 취향을 고려해, 함께 의견을 모아 원하는 게임을 고르는 것이 좋겠습니다.
또한, 보드게임은 아날로그 게임이라 적당한 공간, 운영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 때 아이들보다는 부모님들이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요. 도구도 챙겨야 하고, 게임 방법도 숙지하려면 시간이 걸려 제법 귀찮거든요. 이런 부분을 미리 이해하고 게임을 시작하셨으면 좋겠어요. 조금씩 익숙해지면 자녀들과 함께하는 시간의 즐거움을 아실 수 있을 겁니다. 보드게임을 할 때는 단순히 재미난 게임을 고르기보다는, 함께 하는 시간을 즐기는 마음이 더 중요합니다.
Q. 가족 간의 소통에 도움이 되는 보드게임, 또는 선생님께서 자주 활용하시는 보드게임이 있다면 추천해 주세요.
가족 소통에 특별히 도움이 되는 보드게임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고요, 게임을 하는 시간을 즐긴다면 소통에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제 경우에는 '우봉고'와 '카탄', '루미큐브', '딕싯'을 즐겨 합니다. 스위스의 캠핑장에서 가족들이 루미큐브를 하는 모습을 몇 번 봤습니다. 루미큐브는 마작과 비슷한데, 단순하면서도 하면 할수록 재미가 있어요. 딕싯은 상대의 마음을 읽는 재미가 있는 감성 보드게임으로, 하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게임입니다. 우봉고는 공간 감각을 자극하는 게임이라 상대보다는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습니다. 카탄은 상대와 교환을 해야 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어렵지만 하면 점차 재미를 느끼게 됩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도 보드게임을 통해 가족, 이웃들과 소통하시길 바랍니다.
※ 참고: 선진국은 도서관에서 보드게임을 적극 활용한다?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보드게임을 책으로 취급한다. 독일 출판사 중에는 보드게임을 제작하는 곳이 많으며, 미국 도서관에는 보드게임이 마련되어 있다. 보드게임이 책과 같이 유익한 문화라는 인식이 퍼져 있는 셈이다. 보드게임에 관심 있는 사용자들도 모든 제품을 일일이 구입하기 어려운 만큼, 도서관에서 보드게임 및 행사를 제공하는 것은 보드게임 문화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프랑스의 ludothèques(게임 도서관)은 보드게임 서비스를 운영한다. ludothèques에서는 이용자들이 직접 게임을 할 수 있으며, 게임이나 장난감을 무료 또는 유료로 대여할 수 있다. 해당 도서관에서 취급하는 게임은 보드게임, 비디오 게임, 롤플레잉 게임 등이다. 또한, 이용자들에게 게임에 대한 정보와 조언을 주며, 도서관 내부 또는 다른 장소에서 다양한 행사를 개최한다.
독일 정부와 기관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보드게임을 홍보하고 노출한다. 중앙 정부는 물론, 지방 정부 및 지방 자치 단체에서도 보드게임을 활발하게 지원한다. 이러한 지원이 가능한 이유는 보드게임 사용자들이 많기 때문이며, 정부 관계자들도 보드게임이 사회성과 지적 능력을 함양하기 좋은 놀이 문화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독일의 공공 도서관에서는 수많은 종류의 게임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주로 Spiel des Jahres 수상작들과 가족용 게임들이 구성되며, 난이도가 높은 게이머스 게임들도 있다. 지방 도서관에서도 보드게임을 적극 지원하는데, 예를 들면 바바리아 주의 공공 도서관 협회에는 '보드게임이 도서관에 반드시 전시되어야 한다'는 내용의 지침서도 있다. 또한, ludotheques(게임 도서관)에서 모바일 보드게임 버스, 학교에서의 보드게임 수업 등을 기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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