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지방량 주입, ‘압구정 미인’ 만드는 원인 지방 무게로 처지며 불독살·사각 얼굴로 변하기도
“확실히 예전에 비해 지방이식 인기는 한풀 꺾인 듯하네요.” 서울 강남구 모 성형외과에서 근무하는 상담실장의 말이다. 안티에이징 시술의 강자로 ‘지방이식’을 빼놓으면 섭섭하다. 약 8년 전부터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3년 전 ‘피크’를 찍은 게 자가지방이식술이다.
보형물 없이 자신의 군살에서 채취한 순수지방을 그대로 얼굴에 주입해 볼륨감을 살리는 ‘안전한 성형수술’의 대표 격으로 여겨졌다. 1999년 미국 HBO사에서 방영된 ‘섹스앤더시티’의 사만다 존스도 고칼로리의 맥도날드 햄버거 ‘빅맥’을 먹고 살을 찌운 뒤 지방을 얼굴에 이식하면 어려질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지방이식은 우선 복부, 대퇴부, 무릎안쪽 등에서 지방세포를 채취해 원심분리한다. 이후 생착률을 떨어뜨리는 오일(free oil), 피(blood), 섬유질(fiber) 등을 제거한 순수 지방세포만을 원하는 부위에 미세한 주사기로 주입한다.
군살이 제거되고 얼굴은 어려져 여성이라면 거부할 이유가 없는 ‘꿈의 시술’로 여겨졌다. 한동안 동그란 짱구 이마, 팔자주름 하나 없이 빵빵한 뺨, 뾰족한 턱끝 등은 ‘압구정 미녀’의 전형으로 여겨졌다. 남들보다 예뻐지기 위해 받은 지방이식수술이 남들과 똑같은 얼굴로 만드는 데 일조하면서 이를 기피하는 여성도 늘고 있다. 서울 압구정동의 한 성형외과 의사는 “사실 지방을 과도하게 주입하다보면 서로 비슷한 얼굴로 형성되기 십상”이라며 “얼굴 전체에 지방을 주입하는 풀페이스 지방이식이 아닌 이상 필러시술을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2~3년전 지방이식을 여러번 받은 여성 중 지방을 넣은 부위가 처지면서 불독살이 부각되거나 갸름했던 얼굴이 전반적으로 네모낳게 변했다고 호소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여대생 한모 씨(23)는 “지난해 3회에 걸쳐 얼굴 전반에 지방이식수술을 받았다”며 “3차 시술 후 팔자주름 아래로 크게 늘어지는 느낌이 들었지만 생착 과정으로 여겨 방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두둑해진 뺨은 타이트하게 올라붙지 않았다”며 “병원에서는 시간이 흘러 노화로 인한 현상이라고 말하지만, 아직 나이도 어리고 고작 1년 사이에 얼굴이 확 늙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결국 병원에서 애프터 서비스 차원에서 지방분해주사를 맞으며 얼굴라인을 관리하고 있지만 아직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간혹 지방이식 후 얼굴이 처지는 것은 지방이식 자체의 부작용은 아니고 과욕에서 비롯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지방은 한번 이식됐다고 해서 완벽히 생착되기 어렵다. 처음엔 빵빵하게 부풀어도 어느 순간이 지나면 볼륨이 다시 훅 꺼지기 마련이다. 이는 지방세포가 조직으로 흡수되기 때문이며, 결국 2~3회 리터치(추가 보충시술)를 받아야 만족할 만한 볼륨감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다.
서울 청담동의 A 성형외과 원장은 “환자나 의사가 생착률을 높이려는 의도로 환자의 이식 가능 공간을 고려하지 않고 첫시술 또는 리터치 과정에서 지방 주입량을 과도하게 늘리는 경우가 왕왕 생긴다”며 “지방이 괴사하거나 석회화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청담동의 B 피부과 원장은 “동안을 목적으로 지방이식을 생각하는 사람 가운데 절대적으로 피부탄력이 부족한 경우엔 오히려 이를 피하고 필러 시술을 권한다”며 “지방이식을 고려하는 사람의 상당수가 ‘피부탄력’에 대한 관심이 높기 때문에 시술 후 괜히 지방이식을 받았다고 후회하는 사람이 많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지방이식 자체는 피부탄력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절대적 탄력이 떨어지는 사람에겐 오히려 이식한 지방 탓에 피부처짐이 가속화될 수 있다. 이는 지방의 무게로 인한 탓이 크다. 이런 경우 리프팅 시술 등을 병행하는 게 도움이 된다.
하지만 얼굴 전체에 입체감과 볼륨감을 주려면 필러보다 지방이식이 비용적 측면에서 경제적이다. 필러는 ㏄ 단위로 비용이 책정되지만 자가지방이식은 지방량을 제한 없이 다량 채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다만 시술 후 즉각적으로 원하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 필러와 달리 생각보다 부기가 크고 오래 가고, 지방이 생착되는 3~4주간 식이조절 등을 관리해야 하는 게 번거롭다.
취재 = 정희원 엠디팩트 기자 md@mdfact.com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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