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은 옥수수, 밀 등과 함께 세계 3대 곡물로 꼽힌다. 옥수수는 주로 사료용으로 쓰이므로 실제론 쌀과 밀이 전세계 식량 공급을 양분한다. 벼농사는 1만년 전 신석기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기원은 중국 윈난, 인도 북부 아삼, 동남아 등 설이 분분하다. 한반도에는 약 4000년전 유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쌀의 학명은 라틴어인 ‘오리자(Oryza)’다. 오리자가 이탈리아로 전해져 ‘리조(riso)’가 됐으며, 이탈리아식 볶음밥인 ‘리소토(risotto)’가 여기서 나왔다. 영국으로 건너가선 ‘rys’로 변했다가 오늘날 ‘라이스(rice)’로 정착됐다. 쌀은 고대 인도어 ‘사리(sari)’가 어원이다. 쌀이 살(肉)에서 왔고, 식물의 살(쌀)과 동물의 살(고기)을 먹고 사는 게 ‘살암(사람)’이란 속설도 있다. 벼는 산스크리트어의 ‘브리히(Vrihi)’에서 비롯됐다. 중국 남부지방에서는 ‘니(Ni)’, ‘누안’(Nuan) 등으로 불려졌다. 이 말은 한국말의 논과 흡사하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에서는 벼를 가리켜 ‘바디(Badi)’, ‘빈히(Binhi)’ 등으로 부른다.
전세계에서 재배되는 쌀은 크게 ‘자포니카(Japonica)’, ‘인디카(Indica)’ 등으로 나뉜다. 이중 한국에서 주로 재배되는 품종은 자포니카로 쌀 낱알이 짧고 둥글며 밥을 지을 때 찰기가 있는 게 특징이다. 자포니카의 주요 생산지는 한국, 일본, 중국 동북3성(요녕성·길림성·흑룡강성) 등이다. 이탈리아, 미국 캘리포니아, 호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인디카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생산되는 쌀로 전체 생산량의 약 90%를 차지한다. 낱알이 길쭉하고 밥을 지었을 때 찰기가 없다. 밥그릇용 식사에는 적합하지 않고 오므라이스, 카레라이스 등 접시용 요리에 어울린다. 동남아시아, 미국 남부지역 등에서 주로 생산한다.
쌀은 멥쌀과 찹쌀로도 구분된다. 멥쌀은 흔히 한국인이 밥으로 지어먹는 것으로 반투명하고 광택이 난다. 찹쌀은 일반 멥쌀과 품종이 완전히 다른 것으로 나미 또는 점미로도 불린다. 멥쌀에 비해 유백색으로 불투명하다. 최근 서양에서는 찹쌀과 멥쌀의 중간성질을 보이는 ‘반찹쌀’ 품종이 개발됐지만 소비량은 미미하다.
최해춘 한국쌀산업진흥회장은 “멥쌀과 찹쌀은 ‘아밀로스(Amylose)’와 ‘아밀로펙틴(Amylopectin)’ 함유량에 따라 구분된다”며 “찹쌀은 대부분 아밀로펙틴으로 구성돼 있으며 멥쌀은 품종에 따라 아밀로스 함량이 16~32% 정도이며 나머지는 아밀로펙틴”이라고 말했다.
아밀로스는 식물에서 발견할 수 있는 다당류의 일종으로 아밀로펙틴과 함께 녹말의 주요 성분 중 하나다. 아밀로스는 물에 잘 녹지 않지만 아밀로펙틴은 물에 잘 녹는다. 아밀로텍틴은 밥의 차진 맛을 내는 성분으로 이로 인해 찹쌀이 멥쌀보다 끈기가 강하고 씹히는 맛도 좋아지게 된다. 따라서 찹쌀은 멥쌀에 비해 섭취 시 소화가 잘 되고 속이 편안해진다. 이같은 이유로 예부터 위가 약하거나 속이 쓰릴 때는 멥쌀보다 찹쌀로 밥을 지어 먹었으며, 죽을 쑬 때도 찹쌀을 주로 이용한다.
과거엔 찹쌀이 전체 쌀 품종의 약 30~40%를 차지했다. 오늘날과 같이 쌀을 완전히 도정하지 못하고, 찐쌀(도정한 살을 수증기로 찌어 말린 것)로 밥을 지어 먹은 경우도 많아 차지고 맛 좋은 밥을 즐기기 위해 찹쌀을 섞어 밥을 먹었다. 술, 떡, 엿 등 쌀로 만든 음식에 찹쌀을 많이 사용했다.
최해춘 회장은 “찹쌀을 구입하면 멥쌀이 섞여있는 경우가 많다”며 “콤바인으로 수확하거나 탈곡하는 과정에서 잘못 다뤄 메벼종자가 섞이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가까운 논에서 메벼 꽃가루가 날아와 수정이 돼 메성질이 섞여 찹쌀을 농작해도 멥쌀이 수확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의학적으로 찹쌀은 몸이 차가운 소음인 체질에게 좋은 음식이다. 열이 많은 소양인에게는 추천되지 않는다. ‘본초강목’에서는 ‘평소 담열이나 풍병이 있는 사람이 찹쌀을 먹으면 병이 도지고 뱃속에 덩어리가 생긴다’고 적혀져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찹쌀은 성질이 차고 맛이 감고(甘苦)하며, 무독해 보중익기(補中益氣)하고, 곽란을 그치게 하나 열이 나고 대변이 굳어진다’고 기록돼 있다.
찹쌀은 기운을 보강해 소화기능을 튼튼하게 해준다. 기운이 약해 식은 땀을 흘리거나 설사를 자주하는 사람이 먹으면 효과를 볼 수 있다.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어혈을 없애줘 치질치료에도 도움이 된다.
식혜나 고추장은 찹쌀로 만드는 게 좋다. 막걸리, 청주, 증류식소주 등 쌀을 이용한 술을 주조할 때도 찹쌀을 이용하는 게 맛이 좋다. 찹쌀로 밥을 지을 때는 멥쌀보다 10% 정도 물을 적게 넣어야 한다. 물의 양이 적어 쌀이 충분히 잠기지 않으므로 밥을 할 때는 수증기를 이용해 찜통에서 찌는 방법을 주로 이용한다. 찌는 과정에서 2~3회 가량 물을 뿌려주면 충분히 호화가 돼 맛있는 찹쌀밥을 지을 수 있다.
취재 = 현정석 엠디팩트 기자 md@mdfact.com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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