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디팩트] 암 조기진단 키 포인트 ‘용종’ … 발생부위마다 특징 달라

  • 입력 2015년 11월 23일 17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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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용종 한국인 30%서 발견 … 2㎝ 이상시 악성화 빈도 40% 달해

‘암에 걸리면 무조건 죽는다’는 인식은 현대 의학기술의 발달로 상당 부분 사라졌지만 한국인에게 암은 여전히 무서운 질병이다. 생존하더라도 재발 위험이 높고 고가의 항암치료 비용 탓에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크다. 이로 인해 암은 최대한 조기에 발견에 치료할 필요가 있다. 임상적으로 암 발생 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 요소가 ‘용종’이다.
폴립으로도 불리는 용종은 장기의 점막에 돌출된 비정상적 조직으로 위, 자궁, 대장, 담낭 등에서 발견될 때가 많다.

매년 받는 건강검진에서 가장 자주 발견되는 대장용종은 대장의 내강으로 돌출된 융기성 병변을 총칭한다. 상피성과 비상피성 용종으로 분류되며 상피성은 다시 선종성, 과형성성, 염증성 등으로 나뉜다.
한국인의 30% 정도에서 나타나며 크기는 0.5~2㎝ 정도다. 대장용종이 있다고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는 않지만 크기가 클 경우 대변에 피나 끈끈한 점액이 묻어나오고 간혹 변비, 설사, 복통이 동반되기도 한다.
암으로 변하지 않는 양성종양인 경우가 많지만 크기가 큰 선종이나 유암종 등은 암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용종 크기가 클수록 악성화 빈도가 높아진다. 크기가 0.5㎝ 미만이면 0.5% 이하, 0.5~1㎝의 경우 약 2%, 1~2㎝는 10%, 2㎝ 이상이면 40%의 악성화 빈도를 나타낸다. 조직학적으로는 관상선종의 악성화빈도는 5%, 관상융모선종은 20%, 융모선종의 경우 40%의 악성화 빈도를 보인다.

최근 서구화된 식습관 등으로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큰 선종성 용종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조사결과 선종성 용종 진료환자는 2008년 6만7742명에서 2013년 12만9995명으로 5년새 1.9배 늘었다. 진료 환자 중 40~60대 남성이 모두 6만5825명으로, 전체 진료인원의 50.6%에 달했다.

대장암의 95%가 선종에서 발생한다. 선종성 용종의 약 10%는 서서히 대장암으로 진행해 선종 발생 후 암 증상을 보일 때까지 약 5~10년 걸린다. 대부분의 선종성 용종은 내시경 검사 중 도구를 이용해 제거할 수 있고 크기가 크거나 암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수술이 필요하다.
선종성 용종 환자가 증가한 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도 건강검진을 목적으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일이 많아진데다 식생활의 서구화, 고령층 인구 증가 등이 영향을 줬다.

대장암을 예방하려면 50세 이후 5년마다 대장내시경을 받는 게 좋다. 대장암 및 대장 용종의 호발 연령이 50세 이후이며, 대장용종이 암으로 자라는 데 5~10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스트레스, 음주, 흡연 등으로 발생 연령대가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박민근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외과 교수는 “30대 이후 대장용종 발생률은 17.9%로 20대의 2.6배에 달한다”며 “가족력이나 염증성장질환이 있는 경우 미리 대장내시경을 받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이어 “햇빛을 쬐서 비타민D를 합성하거나 참치, 연어, 유제품, 버섯류 등 비타민D가 다량 함유된 음식을 섭취해주는 게 좋다”며 “대장암은 초기에 발견되면 수술 없이 내시경만으로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건강검진 차원에서 대장내시경을 받는 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담낭(쓸개)은 간 바로 아래쪽에 있는 장기로 소화효소가 포함된 쓸개즙을 배출해 지방 등 영양분의 분해작용을 돕는다. 쓸개혹으로도 불리는 담낭용종은 담석을 제외한 담낭 내강으로 돌출되는 모든 형태의 종괴를 의미한다. 아직까지 정확한 발생원인은 보고되지 않고 있다. 대장용종이 있는 환자는 담낭용종 발생위험도 높은 편이다. 이태윤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담낭용종이 있는 사람은 정상인보다 대장용종 발생위험이 12% 상승한다”며 “또 담낭용종 크기가 5㎜ 미만이면 대장에 종양이 생길 위험이 1.12배, 5㎜ 이상이면 1.79배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5㎜ 이상의 담낭용종을 가진 환자는 대장내시경검사를 주기적으로 받아 대장종양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사증후군이 있는 경우 담낭용종 발생위험이 1.3배 가량 증가한다. 또 남성은 여성보다 1.5배, B형간염 바이러스 보균자는 정상인보다 1.6배 담낭용종 발생률이 높다.
담낭용종은 복강경 담낭절제술로 간단히 제거할 수 있다. 하지만 진단이 늦어 진행성 담낭암으로 악화된 경우 복강경 담낭절제술은 불가능하고 개복을 통한 광범위한 절제술이 필요하다.

자궁경관이나 자궁내막에서도 용종이 자주 발견된다. 자궁내막용종은 가임기 여성 40~50%에서 발견될 정도로 흔하고 청소년이나 20대의 젊은 미혼여성에게도 발병률이 높아지는 추세다. 증상이 없어 검사상 우연히 발견될 때가 많지만 성교 후 출혈, 생리기간 연장, 부정기적인 질출혈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폐경 후에는 비만한 여성에서 발생률이 높다.

위험인자로 조기폐경, 미산부, 비만증, 다낭성 난소증, 당뇨병, 외인성 호르몬제 복용, 과배란·자궁내막증·자궁내막암 가족력 등이 있다. 자궁내막암의 진행률은 단순형 자궁내막증식증에서 1%, 이형 자궁내막증식증의 경우 8~29% 정도다.

근종이 10㎝ 이상 커지면 복부에 딱딱한 덩어리가 잡힌다. 생리 전후로 복통이 있거나 하복부 불쾌감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자궁근종이 방광을 세게 누르면 빈뇨, 배뇨장애가 나타난다. 요관을 누르면 방광으로 소변이 내려오지 못해 신장에 소변이 차는 수신증, 직장을 세게 누르면 대변폐색, 변비 등이 생길 수 있다.

위 용종은 선종성·염증성·과증식성 용종으로 나뉜다. 이 중 90%를 차지하는 과증식성 용종은 암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낮은 양성종양으로 의사 재량에 따라 치료여부가 달라진다. 크기가 2㎝ 이상으로 커진 경우 암세포를 동반할 가능성이 1~2%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엔 과증식성 용종도 사전에 제거해야 암 발생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안지용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내시경절제술을 받은 환자 784명의 용종 809개를 분석한 결과 3.7%가 암 혹은 암 전단계인 선종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암 혹은 선종으로 밝혀진 과증식성 용종의 96.7%가 올록볼록 불규칙한 모양을 하고 있어 검사로 확인된 용종 모양이 매끄럽지 않다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취재 = 박정환 엠디팩트 기자 md@mdfac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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