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Beauty]증상발현 후 3일이 골든타임… 몸살-근육통 동반하면 의심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5일 03시 00분


대상포진

회사원 이모 씨(51)는 최근 거래처와의 잦은 술자리와 해외 출장 등으로 평소보다 바쁜 일상을 보냈다. ‘피곤하다’는 느낌도 자주 들었고, 옆구리에는 습진과 비슷한 모양의 붉은색 자국이 3, 4군데 생겼다.

이 씨는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쓰리고 쑤시는 느낌이 계속 강해져서 병원을 찾았고 ‘대상포진’ 판정을 받았다. 그는 “알레르기 체질이라 단순한 피부염인 줄 알았지만 피부염 치고는 통증이 너무 심해 병원을 찾았다”고 말했다.

대상포진은 몸의 다양한 부위에 생길 수 있고, 눈 주변에 발생할 경우 안면 신경마비도 유발할 수 있다. 동아일보DB
대상포진은 몸의 다양한 부위에 생길 수 있고, 눈 주변에 발생할 경우 안면 신경마비도 유발할 수 있다. 동아일보DB


면역력 떨어질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질병

대상포진은 면역력이 저하될 때 앓을 수 있는 대표적인 질병 중 하나로 꼽힌다.

소아기에 수두를 일으켰던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가 몸 속에 숨어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지는 순간 활성화되어 대상포진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료계는 국내 성인의 대부분이 이미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고, 잦은 야근, 과중한 업무에 시달려 면역력이 쉽게 저하되는 경우가 많아 대상포진에 노출될 위험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가입된 5090만 여 명의 진료기록 자료(2011년)를 분석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해마다 1000명당 10.4명이 대상포진에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캐나다·유럽 등에서 조사된 대상포진 감염자 수(1000명 당 4∼4.5명)보다 약 2.6배 높은 수치다.

전체 환자 수 또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약 48만3533명이던 대상포진 환자는 최근 5년 간 약 34% 증가해 지난해에는 64만8280명을 기록했다. 총진료비도 2010년 약 444억 원에서 2014년 약 683억 원으로 53.9%나 증가했다.

특히 50대 환자의 발병률(26%)이 전 연령층에서 가장 높다는 점이다. 또 50대 여성 환자(10만9919명)가 50대 남성(5만8074명)보다 약 1.9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폐경기 등 신체 변화의 이유가 큰 것으로 추정된다.
대상포진에 걸리면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진다. 50대 이상의 경우 대상포진으로 인한 피부 병변이 완치된 뒤에도 신경통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동아일보DB
대상포진에 걸리면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진다. 50대 이상의 경우 대상포진으로 인한 피부 병변이 완치된 뒤에도 신경통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동아일보DB

눈에 발병하면 안면 신경마비도 유발

대상포진은 신경에 염증과 손상을 일으키기 때문에 매우 심한 통증을 동반한다.

통증 양상은 환자마다 제각각이지만 보통 ‘바늘로 찌르는 느낌’과 ‘불로 지지는 느낌’의 통증이 많다. 이로 인해 대상포진 환자 중에서는 수면 장애를 경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고령일수록 그 강도가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증뿐 아니라 다양한 합병증도 대상포진의 특징이다. 가장 흔한 합병증인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피부 병변이 완치된 뒤에도 통증이 최소 1개월에서 몇 년 지속되는 경우를 말한다. 40세 미만 환자들에게는 거의 발생하지 않으나 60세 이상 환자 중에 많게는 10명 중 7명이 대상포진 후 신경통을 경험한다고 알려져 있다.

합병증으로 인한 통증이 지속되면 수면 장애, 식욕 부진, 우울증 등이 발생할 뿐 아니라 대상포진의 치료도 더욱 힘들어질 수 있다.

대상포진이 눈에 발병하면 더욱 치명적이다. 각막염, 결막염을 유발하고 안면 신경마비를 동반해 한쪽 눈이 감기지 않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안면 대상포진을 앓으면 뇌중풍 발병 위험이 약 4배나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술자리와 야근 많아지는 연말에 특히 조심해야

일반인이 대상포진 초기 증상을 감별하는 건 쉽지 않다. 원인 모를 통증이 갑작스럽게 발생하고 뒤늦게 피부 병변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대상포진을 단순한 피로 누적으로 인한 근육통, 감기, 오십견 등으로 오해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많다. 이로 인해 난치성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이행되거나 기타 합병증 발병 위험이 급격히 증가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만약 과로하거나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은 뒤 가벼운 감기 몸살 증상과 더불어 몸 특정 부위에서 평소와 다른 욱신욱신한 통증이 느껴진다면 가장 먼저 대상포진을 의심해 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증상 발현 후 3일(72시간)이내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해야 쉽게 통증을 완화하고 합병증 발생 빈도를 줄일 수 있다.

대상포진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스트레스를 조절하고 음주와 흡연같이 면역력 저하에 영향 미치는 활동을 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특히 만성 질환이 있거나 50세 이상, 폐경 여성, 천식 및 폐질환 환자 등 일반인에 비해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사람은 대상포진을 더욱 조심해야 한다.

순천향대병원 가정의학과 유병욱 교수는 “대상포진의 발병 원인인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를 깨우는 가장 주요한 스위치는 다름 아닌 면역력 저하”라며 “연말의 경우 과로하는 날과 술자리가 평소보다 많기 때문에 대상포진이 급습하기 좋은 요건이 갖춰지는 시기”라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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