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는 많이 들었어도 막상 실천하려면 막연하기만 했던 밥상머리 교육. 이 밥상머리 교육이 새로운 교육적 흐름을 만들고 있다. 임영주 교수는 세대가 함께 식사하면서 눈을 맞추는 것만으로도 가족의 중요성과 식사예절, 효성을 길러 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에디터 김수석 포토그래퍼 윤동길
밥상머리 교육 특강이 경상북도의 교육 환경을 바꾸고 있다. 경상북도와 영남일보가 주최하고 임영주 부모교육연구소가 강연을 맡은 ‘할매·할배의 날 2015 밥상머리교육’ 행사는 지난 9월부터 시작하여 영주, 안동, 상주, 문경, 김천, 영천 등을 순회하며 뜨거운 반응을 이끌고 있다. 밥상머리 교육, 실전으로 배워 ‘밥상머리’ 교육은 이미 교육의 중요한 화두 중 하나이며 관련 서적들도 많이 편찬되어 나와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밥상머리 교육을 실제 밥상에서 교육전문가가 세세하게 알려주는 경우는 보기 드물었다. ‘할매·할배의 날 2015 밥상머리교육’은 임영주 교수의 이론 강연 이후 자연스럽게 저녁식사로 이어지도록 구성됐다. 그리고 조부모 육아 비율이 높아지는 사회현실을 반영하여 아이와 부모, 조부모가 함께 참석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했다. 이를 통해 가정교육의 주체가 되는 3代의 유기적 협조와 이해를 높이고 실천성 높은 교육 효과를 이끄는 결과를 낳고 있다.
식사는 가정식이 아닌 뷔페로 구성되었는데, 음식을 떠와서 먹고 마무리하는 모든 순간들을 교육적인 관찰과 발전적인 지도의 장으로 삼았다는 것에서 특색을 찾을 수 있다. 임영주 교수는 밥상머리는 단순한 식탁 예절을 배우는 곳이 아닌 한 가정의 교육 철학과 습관이 집약된 공간임을 강조한다.
“밥상머리 교육은 일석다조의 효과가 있어요. 부모는 자연스럽게 자녀의 성장과정을 알 수 있고, 자녀는 자연스럽게 예절과 인성을 발달시킬 수 있으며, 가족의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습니다. 밥상머리 교육은 단순히 밥만 같이 먹는 것이 아니라, 재료 준비, 조리, 정리까지의 모든 과정을 자녀를 포함한 온 가족이 함께하는 것이죠. 이를 통해 아이들은 사회성 및 부모와의 정서적인 안정감과 유대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강연회라는 특성상 이 모든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는 없어, 뷔페식으로 대체했어요.”
뷔페라는 환경은 음식을 떠오는 질서와 기다림, 먹을 만큼 떠와 음식을 남기지 않은 절제, 어른이 식탁에 돌아와 식사를 시작할 때까지 기다릴 줄 아는 예의, 어린 자녀의 식사를 챙겨주며 이야기를 나누는 어른의 교육태도 등을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매 강연마다 테이블을 꼼꼼히 살피며 따듯한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이러한 경상북도의 밥상머리 강연회는 교육전문가들에게 ‘버릇없는 사회의 건강한 인성 되찾기’ 조기 예절교육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무리 거금을 들여 조기교육을 시키고 온갖 뒷바라지를 다 했음에도 부모 속 썩이는 자녀들은 항상 존재하죠. 바쁜 현대의 부모들은 아이 교육에 지나친 관심과 무관심으로 양분화돼요. 그런데, 지나친 관심이든 무관심이든 동일하게 겪는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자녀와의 소통이에요. 아이가 커갈수록 자녀와의 소통에 대한 부모의 걱정은 늘어가죠. 그래서 저는 자녀와의 대화에 어려움을 겪는 부모들에게 식사시간을 잘 활용하라고 조언해요.” 노벨상 수상자의 30%를 배출한 유대인들은 매주 금요일 가족이 함께하는 식사시간을 통해 자연스럽게 대화하며 아이들에게 예절과 전통을 가르친다. 우리나라에서도 예로부터 “음식에 들어간 정성을 헤아리고 음식을 섭취할 인성적 자격을 갖추라”는 ‘식시오관(食時五觀)’ 식사 예법을 통해 자녀들의 밥상머리 교육을 중요시했다.
“퇴근 시간이나 학원 시간을 조정해서라도 일주일에 2번 이상은 온 가족이 함께 식사하는 게 반드시 필요해요.” 실천적 밥상머리 교육, 전국으로 확대되야 본 현장체험 교육에서는 올바른 수저 사용법, 대화법, 식사예절 등을 알려주고 칭찬하기, 경청하기, 대화의 주제 찾기 등 밥상머리 교육을 효율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을 소개했다. “미국에서 3세 정도의 아이들이 언어를 익히는 과정을 연구한 결과, 책 읽기를 통해 배우는 단어는 140여 개 정도에 그쳤으나, 가족끼리 밥을 먹으며 익히는 단어는 1천여 개인 것으로 나타났어요. 그리고 초등학교에 들어간 이후에는 가족끼리 밥을 먹는 횟수가 많은 아이일수록 학업 성적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어요. 진정한 조기교육을 원한다면 좋은 학원을 알아보기 전에 밥상머리 교육 환경부터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처럼 밥상머리 교육이 아이의 정서와 신체 발달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하지만 하루 한 끼조차 가족과 함께 식사하지 못하는 가정이 늘고 있는 것이 우리의 실상이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의 ‘2013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국민 7천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가족과 함께 아침식사를 하는 사람의 비율은 46.1%로 전체 응답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또한, 저녁식사 역시 2005년에는 76.0%가 가족과 함께 식사했던 것에 비해 2013년에는 65.1%로 10.9%로 감소했다.
“퇴근 시간이나 학원 시간을 조정해서라도 일주일에 2번 이상은 온 가족이 함께 식사하는 게 반드시 필요해요. 그리고 밥상머리에서 지나치게 ‘교육’에 집중하여 자녀를 훈계하는 자리로 만들어서는 안 돼요. 식사시간에 TV나 스마트폰을 멀리하고, 아이의 말에 공감하며 상대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하는 것 정도라면 훌륭한 교육이 됩니다. 밥상머리 교육은 ‘무엇을, 어떻게 할까’라는 부담을 내려놓고 가족과 맛있게 식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성공적이죠. 자녀 교육은 부모가 ‘교육’이라는 욕심을 내지 않을 때 더 잘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에요. 경상북도에서 이뤄지는 있는 이러한 밥상머리 교육이 서울 등 전국으로 확대돼 더 많은 부모와 아이들이 교육적 도움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한편, 부모교육전문가이자 아동문학가로 이름을 높이고 있는 임 교수는 2014년 충북교육청과의 MOU를 통해 ‘찾아가는 학부모 강연콘서트’, 구미시와 구미시 교육지원청이 후원한 ‘인성교육 특강’으로 화제를 낳기도 했다. 임 교수는 이후에도 경상북도의 각 지역을 돌며 실천적 밥상머리 교육 전파에 앞장설 예정이다. 기사제공 = 엠미디어(M MEDIA) 라메드 편집부(www.ramede.net), 취재 김수석 기자(kss@egihu.com)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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