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잘 보이지 않으면 안경을 쓰게 된다. 또 말소리가 정확하게 들리지 않으면 보청기를 착용하게 된다. 안경과 보청기의 차이점은 뭘까.
안경은 글 등을 잘 보이게 하고 보청기는 소리를 잘 들리게 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하지만 둘은 근본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안경과 보청기는 과학적, 의학적으로 전혀 다른 의료기기다. 시력은 우리 눈의 굴절 기능장애를 안경으로 교정하면 간단하게 좋아질 수 있다. 하지만 청각은 간단하지가 않다. 난청은 귀의 달팽이관의 문제와 신경 손상, 뇌의 청각기능 장애가 같이 동반되기 때문이다.
또 난청의 진행 정도에 따라 우리 뇌는 소리에 대한 기억도 잊어버린다. 보청기를 착용하는 사람들은 냉장고나 자동차의 소음, 바람소리 등 난청으로 지금껏 제대로 듣지 못했던 소리를 다시 듣게 되는데, 처음에는 낯설고 불편해 한다. 이유는 소리에 대한 기억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적응기간을 거치며 듣지 못했던 주변의 소리에 대한 기억이 돌아올 때쯤 돼야 불편함이 사라진다.
또 뇌의 청각기능 중에는 주변이 시끄러워도 내가 듣고 싶은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있다. 또 의미 없는 소리를 인식하지 않게 걸러주는 기능도 있다.
그런데 보청기는 소리를 증폭해서 크게 들리게 한다. 하지만 증폭된 큰소리는 신경의 손상을 일으켜서는 안 되고, 주변의 불필요한 소음을 골라 줄여야 하며, 중요한 말소리만 잘 들리게 해야 한다. 즉 개인이 접하는 각종 소리 속에서 본인이 듣고자 하는 소리만 잘 들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이 매일 접하는 소리 환경과 듣고자 하는 소리도 다르기 때문에 그에 맞게 보청기의 기능도 다양해져야 한다.
따라서 자신에게 맞는 보청기를 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난청 정도는 물론이고 신경손상과 뇌의 청각기능 장애 정도, 일상에서 접하는 소리 환경, 그 속에서 본인이 듣고자 하는 소리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그만큼 전문성이 요구된다. 우선 전문의를 통해 귀의 상태에 대한 진찰과 청각 및 뇌의 청각기능 검사 등을 종합해 개인의 난청 유형을 제대로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처방된 보청기를 조절하고 효과를 제대로 검사할 수 있는 청각사와 개인별 소리환경과 본인의 청취 요구사항 등을 분석하고 착용 후 추적관찰 및 교육하는 상담사가 필요하다. 즉 전문의와 청각사, 상담사의 팀워크를 통한 관리가 중요한 것이다.
결국 보청기를 착용한 뒤 주변 소리들이 자연스럽게 들려야 한다. 또 최대한 청력을 끌어올려 본인이 듣고자 하는 소리를 잘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최근 보청기 지원금이 확대됐다. 가격 부담을 줄여준다는 점에서 반가운 소식이다. 이 같은 지원금액에 맞춰 다양한 보청기가 출시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보청기의 전문성이 더욱 강조돼야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