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채플힐에 위치한 노스캐롤라이나대 병원(UNC 대학병원)은 듀크대 병원, 에모리대 병원 등과 함께 미국 동남부의 대표적인 병원으로 꼽힌다.
820병상을 갖춘 UNC 대학병원은 수준 높은 의료진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감염병 등 각종 위기상황에 대한 대응 전략 구축 노하우에서도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달 말 이 병원을 찾은 기자에게 제니퍼 제임스 위기커뮤니케이션팀장은 “병원의 모태가 군이 운영하던 ‘노스캐롤라이나 기념병원’이기 때문에 위기대응 계획을 철저히 짜는 문화가 자리 잡혀 있다”며 “지난해 미국에서 에볼라 환자가 발생했을 때도 감염병 대응 매뉴얼에 따라 효과적으로 대처했다”고 말했다.
UNC 대학병원은 25명의 직원으로 구성된 ‘위기대응팀’이란 조직을 상시적으로 운영한다. 이 조직은 감염병을 비롯해 폭풍, 지진, 원자력발전소 사고, 테러 같은 비상상황이 발생해 환자가 대거 이송되거나, 기존 환자들이 불안감을 느낄 때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연구하고 관련 대안을 마련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재난에 따라 세부적인 대응전략에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건 ‘적극적인 정보공개’다. 실제로 UNC 대학병원은 지난해 미국에서 에볼라 환자가 발생하고, 아프리카 지역에서 활동하다 에볼라에 감염된 미국 의료진을 이송하는 과정에서 이런 원칙을 철저히 지켰다. 특히 실제 에볼라 환자나 의심 환자가 이송되지 않았던 상황에서도 정보공개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제임스 팀장은 “약 30분 거리에 위치한 듀크대 병원에서 에볼라 의심환자가 발생했을 때에도 환자들이 불안해했다”며 “직원들을 듀크대 병원에 파견해 비상연락망을 구축한 건 물론이고 환자들에게도 상황을 자세히 알려 불필요한 오해나 걱정을 줄이려 했다”고 말했다.
당시 UNC 대학병원은 환자들에게 병원에서 감염관리를 철저히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설사 에볼라 환자가 오더라도 병원 내에서 에볼라 확산이 벌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과 앞으로도 자세한 정보를 환자들에게 알리겠다는 내용을 전달했다. 듀크대 병원 역시 환자들에게 의심환자 관리 상황과 향후 대응 계획을 설명하는 편지를 보냈다.
이런 적극적인 정보공개 뒤 UNC 대학병원과 듀크대 병원 환자들의 우려는 눈에 띄게 줄었다. 또 에볼라 전염을 걱정해 병원을 떠난 환자도 없었다.
제임스 팀장은 “중요한 재난 혹은 재난 우려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정보 공개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오히려 병원의 이미지에 악영향을 준다”며 “평소 준비가 잘돼 있다면 굳이 숨길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감염병 대응과 관련해 UNC 대학병원이 강조하고 있는 또 하나의 원칙은 독감이 유행하는 시기에는 철저히 12세 미만 어린이들의 병문안 방문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 자칫 어린이들이 병원에서 독감에 감염돼 유행이 더 심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달튼 소이어 위기대응팀장은 “국제공항에서 입국심사를 할 때처럼 꼼꼼하게 병원 방문자들의 방문 목적을 체크하는 절차가 있다”며 “독감과 같은 유행 감염병이 발생하는 시즌에는 더욱 이런 절차를 강화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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