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디팩트] 얼큰한 ‘해물탕’에 양기 강한 닭 더하면 ‘해천탕’ … 보양식으로 최고

  • 입력 2015년 12월 17일 13시 00분


해산물, 필수아미노산 多 지방 少 … 나트륨 함량 높아 성인병 환자 과다섭취 피해야

오늘날 전세계 인류 중 약 40%는 맨손을 이용하여 식사를 하며, 약 30%는 주로 젓가락을 사용하고, 나머지 약 30%는 나이프, 포크, 스푼을 함께 사용한다. 한민족처럼 숟가락을 주로 사용하며 음식을 먹는 민족은 없다.

한민족은 ‘탕의 민족’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오래 전부터 숟가락을 써서 탕을 먹어왔다. 서양음식은 각 재료 고유의 맛을 살리는 쪽으로 발전된 것에 비해 한국음식은 재료의 복합적인 맛을 중요시한다. 탕은 비빔밥과 함께 이같은 특징을 가진 대표적인 음식이다.
과거 먹을 게 풍부하지 않은 시대엔 적은 양의 재료로 많은 사람들이 먹을 수 있도록 물을 넣고 끓이는 국물 형태의 요리를 만들어 나눠 먹은 데서 탕류 음식이 비롯됐다. 씨족이나 부락 단위의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단합을 다지며 음식을 나눠먹는 문화도 탕의 발전에 기여했다. 조선시대 ‘입원십육지’(林圓十六志) 등 고서에 적혀진 탕류는 모두 50여종에 이른다. 대표적으로 해물탕, 닭볶음탕, 삼계탕, 감자탕 등이다.

이 중 해물탕(海物湯)은 이름 그대로 해물을 이용해 만든 탕으로 칼칼하고 시원한 국물맛이 특징이다. 온갖 수산물의 집합체로 일반적으로 10여 가지가 넘는 해산물과 각종 채소가 들어간다. 넣는 재료에 따라 다양한 해산물의 맛을 골고루 즐길 수 있다.

해물탕의 모태는 매운탕이다. 생선이 주재료인 매운탕은 고추장·고춧가루·간장을 섞어 간을 맞춰 끓인다. 과거엔 해물탕과 매운탕은 별도로 구분하지 않았지만 생선이 주인공이면 매운탕, 생선이 구성원 중 하나가 된다면 해물탕으로 생각해도 좋다.

해물탕 재료로 애용되는 조개류는 신석기시대부터 인류의 중요한 먹을거리 중 하나였다. 조선시대 허균이 쓴 ‘도문대작’에는 작은 조개로 흉년에 주림을 면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따라서 조개를 이용한 해물탕은 국내에 탕 문화가 정착된 시기부터 먹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본격적으로 외식산업의 한 축이 된 것은 1970년대 전후다.

해천탕(海天湯)은 하늘(닭고기)과 바다(전복과 문어)를 한데 모아놓은 것으로 몸에 좋다 알려진 보양식 재료들이 듬뿍 들어간다. 해천탕이 도시민들에게 알려진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전복 닭백숙’, ‘문어 닭백숙’ 등의 이름으로 주로 닭요리 전문점에서 팔던 게 지금은 해물집에서 인기메뉴로 자릴 잡았다.

서울의 한 해물전문점 점주는 “해천탕을 만드려면 먼저 닭을 압력솥에 삶아 속까지 익힌 뒤 육수를 내야 한다”며 “닭국물 육수에 닭고기, 전복, 문어 등 해산물을 넣으면 해물의 시원한 맛이 더해져 맛있는 해천탕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문어는 너무 익힐 경우 질겨지므로 알맞은 크기로 잘라 마지막에 넣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해산물 중에서는 문어, 낙지, 새우 등이 주로 들어가고 육지 식재료 중에서는 닭이 사용된다. 만약 전복, 가리비, 다른 조개류 등을 준비할 수 있다면 함께 넣어도 좋다. 생문어를 구하기 어렵다면 시중에서 판매하는 데친 문어를 사용해도 괜찮다.

시원하고 개운한 국물맛을 위해서는 잔 채소를 많이 쓰지 않고 배추와 대파 정도만 넣어야 한다. 모든 재료를 한 솥에 푹 끓여 익힌 후 가위로 잘라 소금, 간장 등 기호에 맞게 간을 해서 먹으면 된다. 국물 양이 충분히 남는다면 닭과 해산물 등을 건져내고 칼국수를 넣고 끓여도 좋다.

해천탕은 땀을 많이 흘리거나 육체노동으로 체력이 떨어진 사람에게 좋다. 단백질과 비타민이 풍부한 전복은 물론 낙지 역시 몸에서 빠져나간 진액을 보충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닭은 한방에서 양기를 보충하는 데 최고의 식재료로 알려져 있다.

해물탕이나 해천탕은 기본적으로 끓이는 음식으로 비타민C 등 열에 약한 영양소가 파괴되기 쉽다. 대체로 국물은 짠 편으로 나트륨 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과다 섭취는 피해야 한다. 반면 탕에 열을 가함으로써 식중독 위험이 줄어들고, 육류 등 건더기를 부드럽게 해 소화율이 높아지는 면이 있다. 국물에는 다양한 영양분이 녹아 있어 밥에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를 보충해준다.

해산물에는 각종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하다. 지방이 적어 담백하고 소화가 잘 된다. 오징어·낙지 등 두족류에는 타우린이 풍부하며, 고혈압·심장병·간장병 등 성인병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꽃게는 몸을 차게 하는 성질을 지녀 해열 작용을 한다.

취재 = 현정석 엠디팩트 기자 md@mdfac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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