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굵은 면발의 짜장라면으로 재미를 본 라면 식품업체들이 하반기 짬뽕라면으로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상반기의 짜장라면 시장은 농심의 ‘짜왕’이 최종 승리자가 된 분위기다. 이에 식품업체들은 하반기 들어 짬뽕라면 시장을 잡기 위해 두툼한 면발, 풍부한 건더기스프, 얼큰한 맛 등을 내세워 소비자들을 공략 중이다.
농심 관계자는 “하반기 식품시장 트렌드가 불맛이 될 줄 알고 준비해왔다”며 “불맛을 살린 ‘맛짬뽕’으로 짬뽕라면을 출시했으며,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밝혔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닐슨코리아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짬뽕라면 시장 규모는 약 1013억1400만원(봉지면·사발면 모두 포함)였다. 업계에서는 올해 약 1200억원대 매출 안착이 무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가 시중에서 판매 중인 짬뽕라면류 브랜드는 13개에 이른다.
짬뽕시장에 가장 먼저 도전장을 낸 곳은 오뚜기다. 대표 제품인 ‘진라면’에서 이름을 딴 ‘진짬뽕’을 출시하며 짬뽕라면 시장에 불을 지폈다. 오징어, 홍합, 미더덕, 청경채, 양배추, 당근, 미역 등을 센 불에 볶아 해물맛을 강조한 게 특징이다. 사골육수 특유의 고소한 맛도 갖췄다. 건더기스프에는 기존 라면에서 볼 수 없는 게맛살과 목이버섯이 들어 있다. 면 굵기는 3㎜로 다른 회사 제품 중 가장 두껍다.
‘신라면’으로 국내 라면시장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농심은 맛짬뽕을 선보였다. 진짬뽕과 같이 3㎜의 면 굵기를 자랑한다. 올해 초 내놓은 짜장라면 짜왕과 같은 굵기의 면발이다. 면발에는 홈이 파여 얼굴하고 진한 국물이 잘 베어든다. 맛짬뽕은 다른 제품들이 액상스프를 내놓은 것과 달리 분말스프를 고수했다. 정통 중국집의 짬뽕에는 불맛이 난다는 점을 고려해 중화요리용 팬인 웍의 원리를 이용한 고온 쿠커(레인지)로 200도 이상의 온도에서 다양한 해산물과 채소를 볶아 불맛을 냈다. 진하고 시원한 국물 맛을 구현하기 위해 홍합, 오징어, 가리비, 새우 등을 넣었다.
팔도는 면발이 짬뽕국물과 어울리도록 양파 농축액을 넣은 ‘팔도불짬뽕’을 출시했다. 오징어, 목이버섯, 양배추, 홍피망 등 건더기를 넣어 불맛과 매운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최근 중식 요리사로 인기가 높은 이연복 씨를 모델로 내세워 마케팅에 나섰다. 이씨는 “냄비에 기름을 먼저 두르고 청양고추와 파, 마늘, 삼겹살을 볶은 뒤 팔도불짬뽕을 넣어 함께 끓이면 고소하고 개운한 맛을 더 잘 느낄 것”이라고 소개했다.
프리미엄 짜장라면 시장에서는 한 발 늦었던 삼양식품은 짬뽕 전쟁에서는 발빠르게 움직였다. 이미 농심의 ‘짜왕’의 승리로 끝난 짜장라면 시장에서 뒤늦게 ‘갓짜장’ 출시했지만 두달 만에 후속작 ‘갓짬뽕’을 내놓고 정면 대결에 나섰다. 젊은층 사이에서 흔히 쓰이는 ‘갓’(god, 즉 최고라는 뜻)이란 접두사를 붙여 눈길을 끌고 있다. 돼지뼈 육수를 이용해 정통 중국집 짬뽕맛을 구현했다.
이미 라면시장에서는 하얀국물의 나가사키식 짬뽕이 유행했었다. 2011년 출시된 팔도의 ‘꼬꼬면’은 ‘하얀국물’ 열풍을 주도하며 라면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했다. 당시 꼬꼬면은 출시된 지 한 달 만에 약 6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품귀현상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다시 빨간국물로 돌아왔고 하얀국물 라면은 마트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업계 관계자는 “꼬꼬면 등 하얀국물 라면이 인기를 얻었던 것은 기존 라면과 차별화를 둔 색다른 제품이라는 특징이 있었다”며 “짬뽕라면에 질린 소비자들이 다시 일반라면으로 마음을 돌린다면 짬뽕라면 시장은 급속하게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부분 짬뽕라면은 원재료 고급화를 이유로 1500원대에 형성되고 있다. 기존 라면이 800~1000원대를 이뤘던 것과 비교해 최대 700원 가량 비싼 가격이다. 업체 측은 면발이 굵어지고 건더기스프 내용물을 1.5배 이상 늘렸으며 맛을 끌어올리는 스프를 추가해 가격 상승이 어쩔 수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일부에서는 유명 셰프나 연예인을 동원한 스타마케팅도 일부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 팔도의 경우 이연복 셰프를 모델로 선정했으며, 풀무원식품은 오세득 셰프를 내세워 ‘오징어먹물짜장 오세득 5개득’ 특별 패키지를 출시했다.
취재 = 현정석 엠디팩트 기자 md@mdfact.com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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