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메드] 유한덴탈케어와 농협이 함께한 ‘홍제동 개미마을 연탄봉사’

  • 입력 2015년 12월 24일 15시 54분


유한덴탈케어와 농협이 함께한 ‘홍제동 개미마을 연탄봉사’

홍제동에 있는 개미마을. 동네는 조용하다. 언덕의 경사는 심한 편이고, 가끔 언덕에는 마을버스들이 다닌다. 골목골목의 몇 개의 벽에는 예쁜 페인트가 칠해져 있고, 이따금 꽃과 강아지 등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연탄을 실은 트럭이 골목으로 들어온다. 아직 연탄으로 겨울을 나고 있는 서울의 몇 남지 않은 달동네, 개미마을이다.


에디터 송현진 포토그래퍼 윤동길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 안도현 시인

최근 방영 중인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유독 많이 나오는 소품이 연탄이다.

주인공들이 대문 앞에서 연탄을 내리쳐 연탄재를 퍼뜨리거나, 추운 날씨에 불을 때기 위해 연탄을 찾거나 옮기거나 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80년대 후반 도시가스와 같은 청정연료가 보급되기 전까지만 해도 연탄은 서민들의 겨울을 책임지는 중요한 자원이었다.

예전엔 연탄가스를 마셔 잠에서 깬다거나 하는 사고들도 잦았지만, 지금은 옛 시절을 살아온 이들만이 공감할 수 있는 추억이 되었다.

홍제동 개미마을의 대다수 가구는 여전히 연탄을 주 난방연료로 사용하고 있다. 난방효과는 덜하지만 오래간다는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다.

이곳의 주민들은 주로 일용직 종사자, 국민 기초 생활수급 대상자, 독거노인들이다.

연탄은 한 장에 500원으로, 배달하는 지역에 따라 700원까지 인상될 수 있다. 연탄 한 장은 22공탄으로 3.6kg이다. 많은 기업과 후원단체에서 연탄을 기부하고, 그들을 비롯하여 해마다 많은 봉사자가 연탄 나눔 봉사를 하고 있다.


유한양행과 농협이 함께한 연탄 나눔

지난 16일, 유한양행(이하 유한)과 (주) 농협 하나로유통(이하 농협)이 연탄 나눔 봉사를 하기 위해 홍제 3동 개미마을 인근 공원에 모였다.

유한과 농협은 4년째 ‘(사)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나눔운동’을 통해 소외된 이웃들에게 연탄을 기부하고 있다. 이 기부는 농협 하나로마트에
서 판매되는 유한양행 제품에 대하여 고객이 구매 시 개당 500원을 적립하여 마련한 재원으로, 2012년 연탄 6만 장 기부를 시작으로 13년 3만 장, 14년 4만 장 등 지금까지 사랑의 연탄 17만 장을 지속적으로 기부해왔다.

올해 역시 4만 장을 기부했고, 올해는 기부 이후 처음으로 봉사에 직접 참여하게 되었다. 봉사를 하기 위해 모인 각 본사의 관계자들은 약 50명 정도였다.

봉사는 점심시간이 약간 지난 시간부터 시작되었다. 연탄을 옮기는 데 필요한 앞치마와 토시, 장갑을 나눠 착용한 봉사자들은 연탄배달 봉사를 앞두고 짧게 준비운동을 했다. ‘(사)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 나눔 운동’의 김희진 차장은 “연탄이 가볍지 않으니 꼭 몸을 풀고 시작해야 한다”면서 부상에 대한 염려도 잊지 않았다.

간단한 연탄 전달식 이후 연탄을 배달할 첫 번째 집 앞에 인력이 배치되었다. 이날은 준비된 연탄은 1,200장으로, 300장씩 4가구에 전달할 예정이었다.


연탄봉사와 추억 릴레이

유난히 가파른 언덕에 위치해있던 첫 번째 가구. 언덕 위에서부터 배달해야 할 연탄이 쌓여있는 언덕 아래까지 길게 줄이 늘어섰고, 준비된 연탄들은 한 사람씩 건너건너 전달되었다.

“나 어릴 적만 해도 다 연탄을 썼는데 말이야. 요즘 애들은 모르겠지?”, “세상 참 좋아졌어~”, “나도 언덕에 살았었거든. 연탄을 배달해주는 아저씨들이 얼마나 신기하고 멋있던지”, “요즘 연탄은 아주 튼튼하네~” ‘그 시절’을 살았던 봉사자들의 추억과 함께 연탄배달은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150개! 잠시 허리 펴고 시작하시죠~” 연탄은 집안에 위치한 봉사자들이 연탄 개수를 세는 시간을 배려해 50개 단위씩 옮겨졌다.

“이제 다 끝났나?” 언덕 위 도착지에서 연탄을 차곡차곡 쌓던 이들이 외치면, “12개 더 올라가야죠!” 언덕 아래, 시작지의 사람들이 외친다. 멀리 떨어져 잘 들리지 않으면 줄 서 있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달되거나 머리 위로 크게 동그라미를 그리는 식으로 소통하면서 진행되었다.

가장 고지에 위치해 있던 첫 번째 집을 끝내자, 봉사자들은 두 팀으로 나뉘어 남은 두 가구의 연탄을 전달했다. 줄어가는 연탄을 보니 시원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다.

마지막 집에 연탄을 전달할 때, 주인 할아버지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추운데 고생한다”라며 사람 좋은 웃음과 함께 괜스레 미안한지 연탄을 다 배달할 때까지 지켜보셨다.

마지막 네 번째
집은 도로 건너편에 있었다. 봉사자들은 버스가 지나면 흩어졌다가 다시 모이곤 했다. 이전 집의 배달을 끝난 팀이 합류해 예상보다 일찍 끝났다.


훈훈함 마음이 모여 세상을 바꾼다


배달을 모두 마친 후 처음 모였던 공원으로 다시 모였다. 장갑은 버리고, 앞치마와 토시는 내일의 봉사자들을 위해 조심스레 벗어놓았다.

갑자기 내려간 기온으로 추운 날씨였지만, 봉사 이후의 훈훈한 마음 덕분인지 유한과 농협 봉사자들의 얼굴은 시작보다 더욱 밝아졌다.

이따금 개미마을을 둘러보았다. 슬레이트 지붕을 인 집들이 붙어 있고 집과 집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 보인다. 벽화마을로 유명한 동네라지만 멀리서 볼 땐 왠지 쓸쓸해 보였다.

봉사를 마치고 내려가는 길. 개미마을 입구에는 중학교가 있었다. 이제 막 하교 중인 여중생들은 깔깔거리며, 몇몇은 벽화를 보거나 그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 조용했던 동네가 학생들로 하여금 생기를 얻은 모습이다.

삭막했던 마을을 대학생들이 뜻을 모아 벽화마을로 변화시켰다면, 그 이후에는 그 벽화와 함께하는 여중생들과 방문객들, 훈훈함을 전하러 오는 봉사자들로 벽화마을이 새로운 색을 입고 있다. 이들에게 홍제 3동 개미마을이 덜 외롭고 춥지 않기를 바라며 언덕을 마저 내려갔다.

기사 = 라메드
편집부(www.ramede.net), 기사 송현진 기자, 촬영 윤동길 사진기자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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