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엔 ‘대추를 하루에 세 알 먹으면 나이를 먹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예부터 복숭아, 함박꽃, 살구, 밤과 함께 대추를 ‘오과(五果)’로 부르며 오장의 기능을 좋게 하는 중요한 과일로 여겼다. 대추는 제사상에 반드시 올리는 식품 중 하나다. 열매가 많이 달리는 대추나무처럼 자손이 번성하길 바라는 선조들의 바람이 담겨져 있다. 씨앗이 하나씩 들어 있는 대추와 같이 조상을 향한 후손의 한결같은 마음을 상징하기도 한다.
혼례에 대추가 빠지지 않는다. 후손 번창을 기원하며 폐백 때 부모가 자식에게 대추를 전달하는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신부가 시아버지를 뵐 때 공경의 뜻으로 대추를 드렸다.
대추는 갈매나무과 대추나무의 열매로 원산지는 남유럽, 서아시아 등으로 알려져 있다. 나무 높이는 5m 가량이며, 꽃은 5~6월에 핀다. 꽃잎은 다섯장이고 노란빛이 도는 녹색을 띤다.
대추나무는 크게 중국계와 인도계로 나뉜다. 두 종을 베이스로 전세계적으로 약 40여종으로 분화돼 재배되고 있다. 중국계 대추나무는 중국을 비롯해 온대 지역에서 주로 자라며 나무에 큰 가시가 달려 있으며 열매가 큰 게 특징이다. 고대부터 중국 화북지방과 만주 일대에서 재배됐으며 ‘시경’(詩經), ‘주역’(周易) 등 중국 고문헌에는 대추에 관한 기록이 적혀져 있다. 특히 6세기에 쓰여진 ‘제민요술’(濟民要術)에는 대추나무 재배법이 비교적 상세히 서술돼 있다. 반면 인도계는 추위에 약해 인도, 파키스탄 등 열대 및 아열대 지방에서만 재배되는 상록수다.
국내에서 재배하는 대추나무는 주로 중국계다. 고려시대 명종 18년(1148년) 과실수로 대추 심기를 권장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는 것으로 볼 때 이 시기부터 한반도에서 재배된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에서는 삼국시대부터 대추를 키웠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대추나무는 추운 고산지방을 제외한 한반도 전 지역에서 잘 자란다.
대추는 열매 색이 붉어 홍조(紅棗)로도 부른다. 일반적으로 양지 바른 산기슭에서 주로 생산되며 묏대추, 멧대추, 산대추 또는 산조(酸棗)라고도 칭한다. 충북 보은군과 경북 예천군이 대표적인 홍조 대추 주산지다. 제주도 남부 일부 지역에서는 갯대추가 자란다. 멸종 위기로 만원형의 열매가 달리며 주로 관상용이다. 제주도 외에 일본, 중국, 대만 등에서도 재배된다.
이준해 충북 보은군 중앙농원 대표는 “대추는 10월 초순부터 11월 중순까지 수확한다”며 “산간지대의 경우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5도 이하로 기온이 떨어지면 과육이 부석해지고 물이 내려 맛이 급격히 떨어진다”고 밝혔다. 이어 “대추나무는 바람이 통하는 곳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일반적인 하우스 재배는 힘들다”며 “지대가 높고 일교차가 큰 충북 보은군 대추는 다른 지역의 것과 비교해 당도가 높고 씨알이 굵다”고 설명했다.
대추는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어 오랫동안 먹어도 좋은 약재다. 하지만 체중이 많이 나가는 사람이나 과식으로 잘 체하는 사람, 치아가 약한 사람은 과다섭취를 피해야 한다. 사상의학에서는 대추를 소음인 체질의 약으로 분류해 소양인이나 태음인은 많이 먹지 않는 게 좋다. 산후에 대추를 많이 먹으면 체중이 늘어나 주의해야 한다.
한의서에서는 생대추를 많이 먹으면 몸에 열이 생기고 위장 기능을 손상시켜 소화장애를 일으키는 것으로 적혀져 있다. 평소 열이 많아 목이 자주 마른 사람이 대추를 과도하게 섭취하면 풍(風)에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조심해야 한다.
설익은 대추를 함부로 먹을 경우 발열, 복통, 설사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설익은 대추는 흰색이나 연한 노란색을 띠는데 단맛이 나더라도 섭취를 삼가야 한다. 대추를 살 때엔 껍질이 깨끗하고 윤이 많이 나는 것을 골라야 한다. 보관 시에는 밀봉해 냉동 보관하는 게 좋다.
동의보감에선 대추가 비위를 튼튼하게 하고 다양한 약과 잘 어울리는 약재라고 설명한다. 이같은 이유로 대추는 식용 외에도 한약재로 자주 쓰인다. 따뜻한 성질로 자궁을 보호해야 하는 여성이나 복통·수족냉증을 앓는 사람에게 좋다. 식이섬유, 유기산, 플라보노이드, 당분 등이 함유돼 노화방지 및 스트레스 완화에 효과적이다. 항암, 신경안정 효과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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