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메드] 꿈에 대하여 알고 있는 두세 가지 것들

  • 입력 2016년 1월 19일 08시 50분


꿈을 꾼다. 누구나 꿈은 꾼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해도 자는 동안 모두 꿈을 꾼다고 한다. 과학자들은 우리가 꾸는 모든 꿈 가운데 95% 이상의 꿈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한다. 꿈의 세계는 미지수고 무한대의 해석이 가능한 처녀림이다. 꿈에 관한 몇 가지 것들을 이야기해 보자.


에디터 임준 참고자료 <성 꿈 정신분석> (레온 앨트먼), <꿈의 보상적 기능과 꿈의 해석> (김성민)


꿈과 현실

삼국유사에 보면 ‘조신의 꿈’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신라의 승려인 조신이 절에 불공을 드리러온 김 씨 낭자를 연모하게 된다. 조신은 관음보살에게 김 씨와 살게 해달라고 기도했지만, 김 씨는 혼처가 생기게 된다.

절망한 조신은 부처 앞에서 울다 잠이 들었는데, 꿈인지 생시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김 씨와 만나 도망을 쳐 함께 살게 된다. 그렇게 조신은 김 씨와 애 넷을 낳고 40년을 함께 살았지만, 결국 가난과 질병에 허덕이다 자식도 잃고 김 씨와 헤어지게 된다.

조신은 이를 매우 슬퍼하며 후회하다 결국 꿈이란 사실을 알고 깨게 되는데, 꿈속에 살 때 죽은 아들을 묻은 곳에 찾아가보니 돌부처가 묻혀 있었다. 이에 조신은 그곳에 절을 지어 부처를 모시고 수도하며 여생을 보냈다고 한다.

장자의 ‘호접몽(胡蝶夢)’은 꿈에 나비가 되어 즐겁게 놀았다가 깨어보니, 자신이 나비가 된 꿈을 꾼 것인지, 나비가 인간이 된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상황을 설명한다.

우리가 눈으로 보고 생각으로 느끼는 것은 한낱 만물의 변화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삶과 죽음의 경계도 그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구약성서에 나오는 요셉은 감옥에 갇혀 있다가 이집트 파라오의 꿈을 해석하게 된다.

7년의 풍년과 뒤이어올 7년의 흉년을 정확히 맞춘 요셉은 이집트 총리대신이 되고, 자신을 버린 아버지와 형들을 맞이하게 된다. 그 이후에 먹을 것이 없는 히브리 민족이 이집트에 이주해서 살게 되는데 그 역사가 모세까지 가게 된다. 그리고 출애굽의 대역사가 이뤄진다.

영화 ‘인셉션’에 보면 주인공이 꿈속으로 들어가서 문제를 해결하는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은 그 꿈에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된다. 그래서 다시 꿈속의 꿈으로 들어간다. 여러 개의 꿈이 중첩되고, 주인공은 혼란을 겪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꿈과 현실의 경계가 사라지고 주인공은 주체의 미아가 된다.

이쯤 되면 꿈과 현실의 경계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된다. 지금의 삶이 진짜 곧 원본의 삶이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나와 같이 사는 가족이 정말 몇 십 년의 삶을 같이 살아온 그 사람이 맞을까? 하지만 이것도 불확실하다. 뇌 속의 기억을 지워버리는 순간 가족도 남남이 되기 때문이다.

미래학자들은 50년 안에 인공두뇌를 만들 것이라 예측한다. 인공두뇌는 데이터를 자유자재로 입력하고 지울 수 있는 시스템이 될 것이다. 과거의 기억을 지우고 타인의 기억을 집어넣는다. 그렇다면 우린 전혀 다른 사람, 전혀 다른 환경에 직면하게 된다.

프로이드는 꿈에는 이중구조가 있다고 주장했다. 꿈에는 그 내용이 겉으로 드러난 현현된 내용(manifast content)과 꿈의 진짜 의도인 잠재된 내용(latent content)이 있는데 꿈의 진정한 목적은 잠재된 내용 속에 있다는 것이다.

한 사람이 다리를 쓰다듬는 꿈을 꾸었다. 다리를 쓰다듬는 것은 현현된 내용이다. 그 행위는 사람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도 꿈 꾼 이의 성적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다. 꿈꾼 이는 다리를 쓰다듬었지만, 실제로는 성기를 애무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 행위가 상징적으로 이루어져서 전혀 외설스럽지 않은 방식으로 소망을 충족시켜 긴장이 해소될 수 있다. 프로이드가 꿈의 해석을 강조한 이유는 그 때문이다. 모든 꿈에는 잠재된 내용이 있으며 그것이 꿈을 꾸는 진정한 목적이라는 것이다. 그런 꿈을 만드는 뇌는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 것일까?


뇌와 꿈

잠에서 깨었을 때 우리가 기억하는 꿈은 대부분 직전에 꾸었던 것이라 한다. 꿈 연구가들은 잠이 일종의 점진적인 과정으로서 처음 몇 시간은 아주 깊은 잠을 자다가 그 후 점점 얕은 잠을 잔다는 것을 뇌파검사를 통해 알게 되었다.

꿈은 특히, 수면 중에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이는 렘(REM: Rapid Eye Movement) 수면 단계에서 꾸게 된다. 이러한 렘수면과 비(非)렘 수면이 번갈아 오게 된다. 비렘/렘 수면의 각 주기는 약 90분간 지속되는데, 이 주기들은 하룻밤에 다섯 번에서 여섯 번 반복되며 깨어나기 직전에 마지막 주기가 오게 된다.

자는 동안 뇌도 휴식을 취하는 것일까? 하지만 그건 잘못된 인식이다. 어떤 경우는 꿈꿀 때 뇌가 더 많이 활동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다만 주의력 및 기억력과 관련이 있는 뇌간의 특정한 뉴런들은 예외다. 이 뉴런들은 렘수면 중에 휴식을 취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뇌의 신경 세포들은 끊임없는 세포들끼리 신호를 주고받는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의 뇌는 1초에 약 백번에서 이삼백 번까지 신호를 발생하는 세포들이 수십억 개 있다. 인간의 뇌 하나에는 지상의 인구수보다 더 많은 세포가 있다. 일부 연구가들의 추산에 의하면, 뇌에는 200억에서 500억 개가 넘는 세포가 있다고 한다.

깨어 있는 동안 우리의 오감은 정보와 상(像)을 뇌에 끊임없이 전달하지만, 자는 동안에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뇌는 감각을 통해 외부의 자극을 받지 않아도 자체 내에서 상을 만들어 낸다. 그러므로 꿈에서 우리가 보는 장면이나 하는 행동들은 때때로 환상과도 같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연법칙에 어긋나는 일들을 행할 수 있는데, 이를테면 피터팬처럼 날기도 하고 절벽에서 떨어졌는데 아무 상처를 입지 않기도 한다. 시간이 뒤죽박죽되어 과거가 마치 현재처럼 보일 수도 있다. 또는, 달아나려고 하는데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가 없는(다리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경험을 한다.

물론 깨어 있는 동안 우리가 받는 강한 인상이나 경험들이 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무시무시한 전쟁의 참상을 경험한 사람들은 그 기억들을 쉽사리 지우지 못하며, 어떤 사람들은 범죄자의 공격을 받았을 때의 느낌을 잊어버리지 못한다.

깨어있는 동안 겪은 그러한 불안감을 주는 경험들이 꿈속에 나타나서 악몽이 될 수 있다. 잠이 들면 우리의 머릿속에 있는 일상적인 생각들이 꿈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우리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때, 때로는 그 해결책이 자는 동안 떠오르기도 한다. 이점은 잠이 모두 꿈으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음을 의미한다.

잠의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생각한다는 것이다. 뇌의 이성적인 부분이 데이터를 분류하고, 조직하고, 패턴화해 통합적인 체계를 세운다. 특히 비렘 수면 기간 동안 주의력과
기억력을 통해 사고하고 생각을 조직화한다.

그리고 다시 렘수면의 자유분방한 꿈을 통해 상상하고 덧붙이고 부풀리면서 재구성의 터전을 만들어 나간다. 이는 뇌의 놀라운 과정이 아닐 수 없다. 이미 뇌는 우리가 현실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모든 과정을 꿈과 수면에서 수행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꿈과 미래

앞서 정리한대로 우리가 자는 동안에도 뇌는 활발하게 움직인다. 주의력과 기억력을 관장하는 일부의 뉴런이 렘수면 기간 동안에는 활동하지 않는다. 그 시간에 우리는 꿈을 꾼다. 그리고 온갖 무의식과 초자아적인 욕망이 뒤섞여 판타지를 만들어낸다. 그 판타지는 비렘 수면에서 뇌 스스로 생각하고 정리하고 융합하는 과정을 통해 정리된다.

꿈은 깨어있을 때 해놓은 많은 일을 다시 돌아보고 재구성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뇌는 클라우딩 컴퓨터고 꿈은 빅데이터에 기반을 둔 플랫폼임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바탕으로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할 슈퍼컴퓨터라는 이야기다.

그렇기에 우리가 꾸는 꿈은 말 그대로 개꿈이 아니다. 빅데이터 프로세싱이며 미래를 재구성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오늘 밤부터 꿈에 대한 생각을 바꿔보자. 깨어 있을 때 수많은 데이터를 축적하였다면, 수면을 통해 데이터를 정리하고 꿈을 통해 그 가능성을 확장할 때이다. 수면을 통해 창조적인 일을 해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아침에 언제 그랬냐는 듯이 현실의 세계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기사제공 = 엠미디어(M MEDIA) 라메드 편집부(www.ramede.net), 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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