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Beauty]암세포만 골라 죽이는 표적항암제, 대장암 생존율 높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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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 치료기술 어디까지 왔나

이명아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대장암 표적치료의 효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교수는 “특정 유전자를 가진 사람에게 효과가 높은 표적치료제가 발전하면서 대장암 치료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근형기자 noel@donga.com
이명아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대장암 표적치료의 효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교수는 “특정 유전자를 가진 사람에게 효과가 높은 표적치료제가 발전하면서 대장암 치료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근형기자 noel@donga.com

“10년 전만해도 항암제는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로 폭격을 했다면 이제는 무장한 적군만 골라서 타격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이명아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대장암 치료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10년 전에는 대장암에 사용할 수 있는 항암제의 수가 적었고 항암제를 막상 투입해도 암과 정상세포 모두를 파괴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종양세포만을 골라서 죽이는 표적항암제가 개발돼 생존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대장암 전문가인 이 교수를 15일 만나 대장암 치료기술의 발전상에 대해 들어봤다.

Q. 과거 대장암 치료는 어떤 수준이었는지.

A. 제가 종양내과 전문의를 막 딴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대장암은 환자가 조금씩 늘고 있었지만 의료계에서 관심이 크지 않은 질환이었다. 치료기술도 외과적 수술, 방사선 치료, 고주파술, 표적치료 등 여러 가지가 막 시도되고 있었지만 기술력이 지금보다 떨어졌다. 대장암에 쓸 수 있는 항암제도 한두 가지가 전부였다. 대장암이 전이될 경우 사실상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았다.

Q. 최근 대장암 환자들이 달라진 게 있다면….

A. 1990년대만 해도 대장암은 3, 4기 이후에 진단을 받는 경우가 50% 이상이었다. 말기(4기)에 진단을 받아 손을 쓰지 못하는 경우도 전체의 20% 가까이 됐다. 조기 발견이라는 개념이 자리 잡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장내시경의 증가 덕에 초기 진단이 늘었다. 대장내시경 기술, 수면내시경 등 기술이 발전한 것도 조기 진단이 느는 이유다. 조기 진단이 늘면서 당연히 생존율과 치료 경과도 좋아졌다.

Q. 대장암 4기는 어떤 상태인가.

A. 암 4기라는 뜻은 광범위한 전이가 이뤄졌다는 뜻이다. 이는 종양이 단순히 다른 장기로 전이됐다는 것 이상을 뜻한다. 암이 혈액이나 림프액(임파선)을 타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예컨대 대장암이 간에 전이됐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도 이미 암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혈액 안에 암이 숨어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보이는 암을 전부 제거했다고 해서 암을 모두 제거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뜻이다.

Q. 표적치료제는 무엇인가.

A. 항암치료는 국소 종양만 치료하는 방사선 치료, 먹거나 주사로 맞는 항암제, 표적치료제 등 3가지로 나뉜다. 이 중 표적치료 항암제는 기존 항암제처럼 정상 세포까지 죽이는 것이 아닌, 특정 표적암만 찾아다니면서 죽인다. 정상세포에 미치는 영향이 적어 생존기간에도 영향을 끼친다. 예를 들어 폐암 4기 환자가 항암치료로 약 6개월을 생존한다면 표적치료제로는 2∼3년까지 생존하는 경우도 있다.

Q. 표적치료는 얼마나 효과가 있나.

A. 대장암은 표적치료만으로는 효과가 제한적이다. 하지만 기존 치료제와 함께 사용할 경우 효과가 상대적으로 좋아진다. 4기 대장암 환자가 항암제만 쓸 경우 생존기간이 12∼18개월 정도라면 기존 항암제와 표적치료제를 함께 사용하면 24∼28개월까지 생존할 수 있다. 기존 항암제는 사용을 해도 종양을 아예 줄이지 못하는 경우가 70%가량 되는데 표적치료제와 함께 쓸 경우 이 비율이 40% 이하로 떨어진다. 기존에는 대장암은 전이가 1, 2개 부위만 됐을 때만 수술이 된다고 여겼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 이상 전이가 됐더라도 항암제와 표적치료제를 함께 사용하는 경우 종양이 크게 줄어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경우 수술이 가능해진 사례도 있다.

Q. 표적치료도 진화하고 있다는데….

A. 표적치료도 완벽한 치료는 물론 아니다. 기존 치료제와 함께 써도 종양이 줄지 않는 경우가 분명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유전자검사다. 특정 유전자 타입에만 잘 통하는 표적치료제가 있다.

현재 대장암 치료에 사용되는 표적치료제 2종 중 얼비툭스라는 치료제는 종양 조직에 유전자 돌연변이(RAS)가 없는 사람에게 효과가 배가된다. 항암제를 쓰면 그 독성을 감내하고 난 뒤에 종양이 줄어들지 기다려야 한다. 치료 효과가 작을 경우 환자들이 낙담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유전자검사를 하면 이런 소모적인 과정을 겪지 않아도 된다.

Q. 유전자검사와 표적치료는 보편적인가.

A. 이런 표적치료 방식은 일선 대학병원에서 대부분 사용할 정도로 보편화됐다. 이 약은 현재 건강보험이 적용돼 부담도 작은 편이다. 원래 약값이 한 달에 400만 원가량으로 6개월가량 투여받아야 했지만 지금은 5%(월 20만 원)만 부담하면 된다.

아쉬운 것은 대장암 환자가 최초로 항암제를 투입할 때만 건강보험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2014년 건강보험 적용 이전에 다른 항암제를 먼저 썼던 분들은 혜택을 받을 수 없는데, 정부에서 고려를 해줬으면 한다.

Q. 마지막으로 대장암 환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대장암 환자들도 포기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항암치료에 대해 “고생만 하다가 효과도 못 보는 거 아닌가”라고 반문하는 환자가 있는데 효과가 많이 좋아지고 있다. 과거와 다르게 여러 치료법이 도입됐고 지금도 연구가 진행 중이다. 쉽게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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