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Beauty]만성화되는 혈액부족 사태… 無수혈 치료로 해결한다 만성화되는 혈액부족 사태… 無수혈 치료로 해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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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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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량 정맥철분주사제

혈액 부족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공무원들이 헌혈에 참여하고 있는 장면. 동아일보DB
혈액 부족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공무원들이 헌혈에 참여하고 있는 장면. 동아일보DB

헌혈량이 급감하는 방학철이 되면 병원마다 혈액 부족을 호소하는 곳이 많다. 올해 겨울 혈액 재고량도 하루 혈액 필요량의 2, 3일 치 수준인 날도 많았다. 혈액 재고량이 5일 치는 있어야 정상이지만 15일 대한적십자가 밝힌 혈액 재고량은 3.6일 치다.

혈액 부족 사태는 감염병이 돌아 헌혈 기피 현상이 확산될 때 더욱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2009년 신종플루와 지난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에는 혈액 재고량이 2일 치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보건 당국은 지카 바이러스 유행 여파로 헌혈량이 줄어들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지카 바이러스 발생국에 다녀오면 한 달가량 헌혈을 하면 안 된다. 이런 현상이 혈액 부족 사태로 이어질 수 있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혈액 부족 사태가 만성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도 헌혈 참여 독려 이상의 근본적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혈액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수혈 감소 정책을 펴고 있다. 미국은 지난 5년 동안 수혈량이 약 40% 줄었다. 수술 등 치료 과정에서 수혈을 최대한 줄이는 치료법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데 앞장선 성과다.

박종훈 고려대안암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다른 사람의 피를 자신의 몸에 주입하는 수혈은 부작용 가능성이 있다”며 “혈액 부족 만성화를 해결하려면 무수혈 수술 등 패러다임 변화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고용량 철분주사를 활용하는 방법이 대표적인 수혈 감소 치료법이다. 고용량 정맥철분주사제는 철분을 환자의 정맥에 주입해 적혈구 내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의 농도를 증가시키는 약제다. 출혈이 예상되는 수술을 하기 전 주사제를 투입하면 수혈량을 줄일 수 있고, 적정 헤모글로빈 유지에도 유리하다. 이 주사제는 암을 비롯해 인공관절, 제왕절개, 심뇌혈관질환 등의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미국 등 20여 개국에서 시행되고 있다.

실제로 대장절제 수술 이전에 고용량 철분주사제를 투여 받은 환자는 9.9%만 수혈이 필요했다. 하지만 주사제를 맞지 않은 사람은 38.7%가 수혈을 받아야 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인공고관절치환술을 받은 김은선 씨(63)도 무수혈 수술의 효과를 체험했다. 평소 같으면 수술 중 400cc 이상의 수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고용량 철분주사제를 투여받고 헤모글로빈 농도를 유지하면서 수혈 없이 수술을 마쳤다. 김 씨는 “수술 후 하루 만에 몸 상태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회복이 빠르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무수혈 수술을 위한 기술 개발이 활발하다. 국내 회사가 출시한 고용량 철분주사제는 1000mg의 철분을 15분 만에 투여받으면 돼 치료 시간이 단축됐다. 기존까지의 정맥철분주사제는 고용량 투여가 어려워 여러 번 병원을 방문해야 했고, 1회 투여 시 40분 이상 소요됐다. 박 교수는 “고용량 철분주사가 더 활성화돼 만성적인 혈액 부족 사태가 해결되는 데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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