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이 출산 후에도 빠른 속도로 몸매를 회복하는 비결이요? 꾸준한 운동이 병행됐기 때문입니다.” 김우성 맘스바디케어 대표의 솔직한 이야기다. 출산한 지 분명 얼마 되지 않았다는데 어느새 TV에서 종횡무진 활동하는 여성 연예인의 ‘시크릿’은 다름 아닌 꾸준한 운동이다. 어쩐지 기존 상식에서 벗어나는 듯하지만 실제다.
“아이 낳을 때 까진 몸 조심하는 게 우선이다.” 임신한 여성이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다. 홑몸이 아니니 10개월간 ‘절대 안정’을 취하라는 것이다. 다이어트에 시달리던 여성 중에는 임신기를 유일한 ‘휴식기’로 여기며 맘껏 먹고 푹 쉬기도 한다.
하지만 ‘임산부는 무조건 쉬어야 한다’는 말은 절반은 틀린 이야기다. 임신 초기엔 운동을 잠시 뒤로 미루는 게 맞다. 하지만 어느 정도 태아 상태가 안정됐다면 다시 운동하는 게 오히려 건강관리에 유리하다.
임신 16주부터 시작하며 38주까지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운동을 시행한다. 임신 후기인 39주째부터 1주일간 컨디션을 관리하는 데 집중하는 게 좋다.
출산 후 여성은 산후비만으로 우울감에 휩싸이며 고생하기 마련이다. 신체활동을 자제하고, 무조건 잘 먹어야 한다는 전통적인 생각에 의한 결과다. 임산부의 식사도 기존보다 300㎉ 정도만 늘이면 된다. 임신 시 과도한 체중증가는 체형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물론 출산과정, 허리통증 등에 크고작은 영향을 미친다.
김우성 대표는 “몸무게가 늘어날수록 요추과전만이 심화돼 통증이 유발된다”며 “체중이 늘수록 임산부의 활동량은 점점 떨어져 기초체력 및 심폐기능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운동부족은 분만근육을 약하게 만들어 분만을 힘겹게 만들기도 한다. 김 대표는 “복근 중 가장 심층에서 자궁을 덮고 있는 복횡근은 복압을 형성하는 중요한 근육”이라며 “급격한 체중증가로 복횡근이 이완된 상태가 지속되면 수축력이 떨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미국산부인과학회는 산후비만을 예방하고 건강한 출산을 생각한다면 임신 중에도 적절한 운동을 시행하는 게 좋다고 권고하고 있다. 실제로 운동이 습관화되면 임신 전 체중으로 회복하는 속도가 빨라진다. 신용덕 호산여성병원 산부인과 원장은 “출산 전 적절한 운동은 임신형 비만으로 인한 제왕절개수술 확률을 2배 이상 낮추고, 임신성 고혈압 발병률 50% 감소시키며, 고혈압·단백뇨·부종 등 임신성 중독증의 위험에서 멀어지게 해준다”며 “궁극적으로 체력이 향상돼 출산시간과 출산 시 느끼는 고통이 줄어드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임신부가 운동하면 충분한 산소가 태아에 공급돼 혈액순환이 원활해지고 태아성장이 촉진된다. 결국 태아의 발육부전, 조산 가능 인자, 당뇨병 발병 확률 등을 감소시킨다.
임산부는 기존 운동을 시작하기에 앞서 의료진과 전문가와 상담받은 뒤 시행해야 한다. 크로스핏 같은 격한 운동은 물론 요가처럼 가볍게 보이는 저강도운동조차도 체크가 필요하다. 대체로 자신이 하던 운동을 지속하기보다는 체력 상태와 임신 주수에 맞는 운동프로그램을 갖춘 전문적인 기관을 찾아 조언대로 시행하는 게 도움이 된다.
다만 △임신성고혈압 △빈혈 △BMI 12이하의 저체중 △갑상선기능항진증 △심장질환 △당뇨병 △임신 3개월 후 지속적 출혈 △자궁막파열 등의 경우 의사의 허가서가 있어야 한다.
미국스포츠의학회(ACSM)는 임산부에게 하루 30분 이상, 5~7일 정도 가벼운 유산소운동을 할 것을 권한다. 저항운동(외부 물리력에 대응하는 운동, 주로 근력운동)은 주 2~3회면 충분하고 1~3세트(1세트당 12~15회) 시행하는 것을 권한다.
평균 여유심박수(maximum heart rate reserve, HRR)의 50~60%, 운동자각도(rating of perceived exertion, RPE)가 11~13인 중강도운동이면 충분하다. HRR이 75% 이상인 고강도운동은 금한다. 초보자는 140bpm, 운동경력자는 160bpm 이내의 운동심박수를 유지하며 수영·트레드밀(러닝머신)·일립티컬·스텝퍼 운동 등을 추천하고 있다.
다만 갑작스러운 동작은 정맥혈이 밀려나올(venous blood pooling) 수 있어 피해야 한다. 김우성 대표는 “최근 핫요가가 유행하고 있지만 임산부에게 39도 이상의 고체온을 유도하는 운동은 기형아 위험 증가가 있어 금하는 게 좋다”며 “골반 등을 외부에서 압박하는 스트레칭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릴렉신 호르몬의 영향이 정점으로 올라가는 임신 후반부 8~10개월째와 출산 1~3개월경에는 관절이 약화돼 있으므로 무리한 압박을 가하는 스트레칭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신 3개월 후부터는 스파인(supine, 천장보고 누운자세) 자세를 금한다. 자궁이 커지면서 대정맥을 압박하므로 하체부종이나 종아리경련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며 산모와 태아의 산소공급을 차단해 어지럼증을 느낄 우려가 있다.
김우성 대표는 임산부에게 중요한 근육으로 복근과 엉덩이근육을 꼽았다. 체중이 불면서 이완되기 쉬운 부위여서 운동으로 단련해야 하는 부위다. 복부는 복횡근, 복사근, 골반저근 등을 단련하는 운동을 시행하게 된다. 이들 부위는 아기를 분만할 때 쓰이는 중요한 근육이고 출산후 산욕기에 복부가 효과적으로 들어갈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엉덩이근육도 출산 후 골반 변형을 막아주므로 임신 중 강화운동을 시행하는 게 권장된다.
하지만 정작 임산부는 당장 가시적인 효과가 나오는 게 아니어서 운동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운동의 매력은 ‘통증완화’에 있다. 임산부 중 70%가 넘는 산모들이 허리통증을 겪었다는 조사가 있을 정도로 임신과 요통은 떼놓을 수 없는 관계다. 주로 임신 중기부터 허리통증이 심해진다. 체중이 갑자기 늘어나면서 자세성 변화가 처음 나타나는 때가 임신 중기이기 때문이다.
임산부의 허리통증은 요추간판수핵탈출증(허리디스크)나 이상근증후근(piriformis syndrome), 급성외상(acute injury) 등이 아닌 이상 대부분 체중 증가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김우성 대표는 “운동으로 허리를 과도하게 수축하면 요통의 원인이 되므로 하부 요추 부위는 스트레칭성 운동이 권장된다”며 “팔꿈치와 무릎이 지면에 닿은 자세로 골반과 하부요추 부위의 이완을 위해 지긋이 엉덩이를 하늘로 밀어 올려주는 동작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이어 “반대로 등을 새우처럼 굽히는 동작은 허리통증을 증가시킬 수 있어 피하라”고 덧붙였다.
평소 생활습관도 교정해야 한다. 임산부는 눕는 자세와 앉은 자세 등을 바르게 해야 임신 40주간 편한 생활을 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의자에 걸터앉는 습관은 척추기립근을 더 사용하게 되고 골반을 앞쪽으로 기울게 만드는 좋지 않은 습관”이라며 “통증을 감소시키려면 엉덩이를 깊숙이 넣고 허리 부위에 작은 쿠션을 댄 뒤 바르게 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눕는 방향 역시 수시로 바꿔야 한다. 한쪽으로 장시간 누워 있으면 골반뿐만 아니라 어깨 불균형까지 유발한다. 심한 경우 팔이 저리거나 견갑골의 위치가 변하는 등 어깨관절의 불안정성을 야기할 수 있다.
임산부에게 운동은 삶의 질을 높이고 출산 후 컨디션을 되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첫째 분만 이후 6개월 이내에 둘째를 임신한 연속적 임신이거나, 만 35세 이상의 노산이거나, 가임기에 저체중을 유지하다 임신 후 체중이 급증하며 근육량이 현저히 부족한 산모일수록 운동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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