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른 아동학대 사건과 관련해 정부가 가족교육전문가 양성을 포함해, 가족교육 강화를 위한 법과 제도를 마련하기로 했다. 자녀를 대할 때 어려움을 겪는 부모에게 올바른 역할 및 대응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가족교육(상담)전문가 500명을 양성하기로 한 것이다. 부모교육이 여전히 낯선 현실에 참 반가운 대책이다. 하지만 필자가 느끼기에는 정부가 여전히 헤매고 있다는 인상이다. 우선 ‘가족교육’이란 용어 자체가 너무 광범위한 데다 이미 ‘부모교육’이란 용어가 있음에도 또 모호한 용어를 설정해 혼동을 줄 수 있다. 이미 부모교육이라는 용어는 가족 소통, 부부와 자녀의 행복, 훈육 등 가정 전반에서 이뤄지는 부모의 역할을 담고 있다. 더불어 정부 대책 중에 “자녀 생애주기별 양육정보 제공, 이혼 전 부모교육 이수 의무화”라는 것이 있는데, 왜 이혼 전에서야 부모교육을 의무화하는가. 부모교육은 아이를 갖기 이전부터 시작되어 아이의 발달단계에 따라 지속해서 이뤄져야 한다. 이를 당장 의무화하는 것에 무리가 있다면, 부모교육을 이수할 때 받을 수 있는 혜택을 증대하여 자발적 참여를 높여야 한다. 더불어 아동폭력 전과가 있거나 위험가정에 대해서는 당연히 의무화를 추진해야 한다.
“가족교육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 시행”은 반갑고 필요한 일이지만, 가정이 실제적인 혜택을 누리기까지 얼마나 시일이 걸릴지 모를 일이다. 또한, 그 사이에 음지에서 고통받는 아이들을 어떻게 구제할 것인가도 시급한 문제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경각심을 느꼈다면, 좀 더 구체적이고 빠르게 적용 가능한 대안을 함께 제시하는 게 필요하다. 가족교육이라는 폭넓은 정책도 좋지만, 초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새로운 인력을 양성해서 투입하겠다는 의지도 좋지만, 이미 대학의 유아교육과에는 부모 상담, 영·유아 발달 등의 교육과정이 포함되어 있고 그에 대한 인력들도 충분하다. 여성가족부에서는 “가족교육 전문 강사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교육대상별로 적합한 강사를 활용할 계획이다. 또 ‘찾아가는 가족교육’을 활성화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으로 마련할 계획이다”라고 발표하였는데, 언제까지 어떻게 계획한다는 건지, 구체적인 내용이 빠져있다. 현재는 부모상담, 육아정보 문의 등 관련 기관을 알아내기도 쉽지 않은 상태다. 필자가 직접 전화를 걸어보니, 담당자를 찾아가기까지 몇 단계를 거쳐야 하고, 그나마도 담당자가 부재중이니 10분 후에 다시 연락 달라는 답변을 받을 뿐이었다. 아이 키우는 부모는 지금 당장 답답하고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이런 단계를 거치다 보면 부모의 화만 더 돋우는 식이다. 112, 119처럼 대표번호를 마련해서 대대적으로 홍보를 해야 한다. 그래서 언제 어디서든 아이를 키우면서 겪는 답답하고 힘든 일을 토로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통로가 되어야 한다. 더불어 온라인과 오프라인 부모교육도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지금도 ‘나는 과연 좋은 부모인가?’ 고민하는 부모, ‘내 아이는 왜 이럴까?’ 고민하는 부모, 남편과의 갈등을 애한테 화풀이하며 죄책감을 느끼는 부모, 이혼을 생각하며 아이에 대한 양육을 고민하는 부모들이 많을 것이다. 부모교육은 이런 부모들의 고민을 나누는 거고, 이를 통해 우리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다. 아는 대로 똑같이 키울 수는 없겠지만, 부모기에 아는 만큼 아이를 잘 키울 거로 생각한다. 글 = 임영주 (신구대 유아교육과 겸임교수 / 가족교육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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