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론병은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를 시작하면 장협착증 등 합병증 발병을 줄일 수 있다. 동아일보DB
최근 유명 연예인의 투병 사실이 알려지면서 ‘크론병’이 만성 염증성 장질환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제법 많아졌다. 하지만 이 질환이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에게 주로 발생하는 병이라는 오해는 여전한 것 같다. 사실 크론병은 2014년 기준 국내 전체 환자 1만7300여 명 중 약 20%가 18세 이하 소아청소년일 정도로 어린 환자들의 비중이 큰 질환이다.
크론병은 아직까지 원인이 분명하지 않은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가족력 등 유전적인 요인을 가진 사람에게 식습관 등 환경적 요인의 영향까지 겹칠 경우 발병 위험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은 요인들이 위장관 내에 비정상적인 염증 반응을 촉발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매우 드문 질환이었지만 서구화된 식습관과 생활환경 변화 등의 원인으로 최근 20여 년 사이에 유병률이 크게 증가했다.
크론병의 대표적인 증상은 복통과 체중 감소, 만성 설사이며, 항문 주위에 농양과 치루 등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성장기에 있는 소아청소년 크론병 환자의 경우 심한 설사로 영양소를 잃을 뿐 아니라 주로 소장에 많이 발생하는 염증 때문에 영양 흡수가 잘 되지 않아 성장 장애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전체 소아청소년 환자의 약 40%에서 성장부전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아 환자의 경우 진단 받을 당시 이미 성장 장애를 겪고 있는 경우가 많고, 설사나 복통 등 별다른 복부 증상 없이 성장 장애가 유일한 증상인 경우도 있다.
소아청소년 크론병 환자는 질환 치료와 함께 원활한 성장이라는 큰 개념을 포함하는 다각적 관리가 필요하다. 약물치료를 통해 염증을 가라앉히는 동시에 영양평가를 통해 성장에 필요한 충분하고 균형 잡힌 영양을 적절히 공급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크론병의 치료에는 경장영양치료, 항생제, 스테로이드제, 면역조절제 등이 사용되는데, 소아청소년 환자의 경우 스테로이드가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가능한 한 적게 사용하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크론병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종양괴사인자(TNF)의 과도한 작용을 차단하는 항TNF제제 등 생물학적 제제가 치료에 도입되고 있다. 이는 염증을 줄이고 점막을 치유하는 데 좋은 효과를 보이고 있다. 소아청소년 크론병은 사춘기 시작 전 혹은 사춘기 초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성장장애를 예방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다.
김승 교수 신촌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또 조기에 발견해 치료를 시작하면 장협착 등 합병증 발생을 낮출 수 있고, 이미 합병증이 생긴 경우에도 치료 경과가 더 좋다. 따라서 아이가 성장이 더디면서 이유 없는 복통과 만성 설사 등의 증상을 호소할 경우 크론병이 아닌지 전문의의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크론병을 조기에 발견해 적극적으로 꾸준히 치료하면 일상생활에 무리가 없을 만큼 증상을 줄일 수 있고 더 나아가 성장 장애가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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