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친 동물, 버림받은 동물들이 한데 모여 사는 특별한 동물보호소 ‘해피 포’. 해피 포가 특별한 동물 보호소인 이유는 안락사 금지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해피 포에 들어온 동물들이 새 가족을 찾아 나가는 데 걸리는 기간은 평균 1달 반. 하지만 해피 포의 5번 보호 구역에 있는 개 네 마리는 벌써 2년 넘게 새 가족을 찾아 나가지 못하고 있다. 무려 8년이나 가족을 찾지 못한 개도 있다. 이른바 ‘희망 없는 개들’인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표현과는 달리, 5번 보호 구역 개들은 결코 희망을 잃지 않는다.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다섯 마리 유기견들은 모두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주목할 것은, 이 같은 문제점들이 하나같이 요즘 어린이들의 고민과 무척 닮아 있다는 점이다.
얼굴에 난 끔찍한 흉터 때문에 방문객을 몸서리치게 만드는 개 랠프에게서는 ‘외모 콤플렉스’를, 매일 반복되는 미용에 스트레스가 쌓인 나머지 사람들의 손길을 거부하게 된 개 베시에게서는 ‘부모님의 지나친 간섭과 관심’으로 힘들어하는 요즘 아이들의 고민이 엿보인다.
이들 유기견은 사람 때문에 상처를 받은 만큼 사람을 피할 법도 하지만, 작품 속 유기견들은 계속해서 사람들에게 사랑받기를 원한다. 우리 주변의 모든 개와 강아지들처럼. 또다시 상처받는 것이 두려우면서도, 망설이면서도, 결국에는 한 발짝 내딛는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아마도, 사람과 동물 모두가 ‘사람의 힘’ ‘사랑의 힘’을 믿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다섯 마리 유기견은 모두 자신의 단점까지 사랑해 주는 새 가족을 만나게 된다는 결말로 끝이 난다. 혹자는 이런 해피엔딩이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소설에서라도 이 작은 생명들이 행복하지 못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결말을 통해 독자들도 끝까지 희망을 잃지 말기를, 자신의 진정한 가치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과 긍정적인 마음, 노력하는 열정이 만들어 낸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이 책에는 애네메이션을 전공한 작가 김혜정의 그림이 보태져 읽는 이로 하여금 따스함을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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