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우리 가족을 잘 돌봐줄거야'..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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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4월 18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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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반려동물을 들일 때, 많은 것을 기대한다. 하지만 그 기대는 실망으로 끝날 수도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다년간 갖가지 반려동물을 키운 패션블로거 에마 베딩턴의 목소리를 빌어, 반려동물에 대해 사람들이 갖는 너무나 큰 기대 6가지를 소개했다.

1. 개는 아이들에게 멋진 놀이친구다?

에마와 두 아들은 휘펫 반려견 ‘오스카’를 키운다. 휘펫은 사냥개로, 날렵한 몸매와 뾰족한 얼굴을 가졌다. 휘펫 특유의 무뚝뚝한 성격에 적응한 덕분에, 에마는 두 아들의 사춘기를 수월하게 이겨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성격 탓에 에마의 가족은 오스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어긋난 경험을 했다.

흔히 부모가 반려견을 들일 때, 반려견이 아이들과 잘 놀아주겠지 혹은 아이들이 잘 놀아주겠지 기대한다. 반려동물 중에 반려견은 분명히 위험이 적은 선택이다.

하지만 반려견의 견종과 성격에 따라, 다양한 결과가 기다린다. 에마의 오스카는 가족에게 멀리 떨어진 구석에 앉아서 도도하게 굴었고, 에마 가족은 오스카에게 적응할 때까지 시간이 걸렸다.

2. 손이 많이 안 가는 동물도 있다?

집 안에 반려동물을 들이면, 아이들은 사흘간은 훌륭한 보호자가 된다. 하지만 정말 사흘간이다. 작심삼일이 지나면, 부모가 반려동물을 떠맡는다. 손이 많이 가는 반려동물은 부모에게 말 그대로 짐이 된다.

개나 고양이와 달리 거북이는 손이 많이 안 갈 거라고 여긴다. 화단 같은 곳에 풀어놨다가 거북이가 어슬렁거리는 것을 지켜보고, 밤이 되면 어항에 다시 들여놓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거북이는 동면하기 때문에 더 손쉽다고 장담한다.

하지만 거북이는 할리우드 스타 수준으로 손이 많이 가는 동물이다. 에마가 키웠던 거북이 ‘줄리어스’는 매주 체중을 달고, 거식증 치료를 해야 했다. 게다가 까다로운 식성에 맞춰, 갑오징어를 갈아서 줘야 했다. 갑자기 안 보이면, 어느 구석에 낀 것은 아닐까 걱정해야 했다.

손이 많이 안가는 반려동물은 없다. 죽을 때까지 돌봐야 한다는 책임감의 무게를 충분히 인식하고, 반려동물을 집 안에 들여야 한다.

3. 자녀에게 죽음에 대한 교훈을 가르쳐준다?

반려동물의 죽음을 통해 자녀가 한 단계 더 성숙할 계기를 얻는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있다. 애도의 경험을 통해 굳은살이 생기고, 미래를 대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실은 좀 더 잔인하다. 철없이 행복할 시기에 소중한 존재를 뺏기는 경험, 굳이 하지 않는 편이 더 나은 경험, 이해할 수 없는 경험을 하게 된다. 게다가 안락사를 시켜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아이가 받을 충격은 배가된다.

에마의 장남은 쥐를 키웠다. 어느 날 아침 우리 안에서 뻣뻣하게 굳은 쥐를 발견하고, 곧바로 동물병원에 데려갔다. 그리고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는 진단을 받고, 슬퍼하는 아들을 보며 며칠간 철야 간호를 해야 했다.

결국 인터넷에서 ‘쥐를 안락사 시키는 방법’을 검색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고, 장남에게 잘못된 가르침을 주게 된 것은 아닌가 걱정했다고 한다. 부모가 아프면, 자녀가 안락사를 고려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고개를 든 것이다.

4. 개가 당신의 관계를 고쳐준다?

아이가 없는 부부가 반려견을 들이는 경우도 종종 있다. 반려견이 부부의 공통 관심사가 돼서, 부부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거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반려견은 항상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에마의 경우에는 오히려 반려견이 부부의 문제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에마는 반려견의 행동을 모두 귀엽게 생각했지만, 남편은 규칙 없이 제멋대로 행동하는 반려견을 견디기 힘들어 했다.

에마 부부는 반려견을 입양한지 1년 도 안 돼, 이혼했다. 에마 부부는 결국 재결합했지만, 반려견의 도움을 받진 못했다.

5. 도시 양계는 멋지다?

에마의 아들은 10살 생일선물로 닭을 받고 싶다고 공언했다. 치킨이 아니라 살아있는 닭을 키우고 싶다는 것이다. 에마는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느꼈지만, 아들을 위해 암탉 두 마리를 구입했다.

달걀을 고맙게 받긴 했지만, 냄새 나고 시끄러웠다. 주인도 못 알아본다. 새벽 6시에 닭이 울어대면, 일어나지 않을 재간이 없었다. 이웃의 불평도 피할 길이 없었다고 한다. 아무리 정원 있는 단독주택에 산다고 해도, 도시에서 닭을 키우는 것은 무리다.

6. 가족이 더 가까워지게 만든다?

반려동물을 들이면, 가족이 공통 관심사를 가지고 더 가까워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반려동물의 재롱을 보고 함께 웃고, 함께 반려동물을 돌보며 가족이란 연대감을 느낄 거라고 꿈꾼다.

하지만 현실은 긴장, 분노, 짜증, 불평 등이 혼재된 혼란이다. 에마는 어린 시절 키우던 햄스터를 놓치고, 사흘간 도망 다니는 햄스터를 잡느라 고생했다. 에마가 가정을 이룬 뒤 들인 반려견 오스카는 음식을 몰래 먹어치우고 구토를 해놔, 가족 모두가 인상을 찌푸려야 했다.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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