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는 말 못하는 환자를 치료해야 하기 때문에 환자의 증상을 설명하는 것은 보호자의 몫이다. 보호자들마다 다양한 성향을 보이는데 너무 많은 부연 설명을 하거나, 반대로 질문에 ‘잘 모르겠다’ , ‘확실치 않다’ 로 일관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치료에 핵심이 될만한 내용을 뒤늦게 실토하는 경우도 많다.
다행히 최근에는 스마트 폰의 발달로 이상 증상을 영상으로 찍어 오는 경우가 많아 의사소통의 답답함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있다. 얼마 전 짱구라는 치와와의 경우가 그랬는데 짱구 보호자의 말에 의하면 짱구가 특별히 아픈 것 같지 않은데 가끔 호흡이 곤란하다는 것이다.
나이는 3살로 아직 한 창 때였고 신체 검사나 청진을 해봤을 때도 특별히 이상한 점이 없었지만 보호자의 걱정이 커서 흉부 엑스레이 촬영을 해보기로 했다. 역시 방사선 사진 상에는 별다른 문제점은 없어 보였고 보호자에게 설명했더니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가끔 호흡곤란이 올 때는 무서울 정도라는 것이었다.
몇 주 후 다시 내원한 짱구 보호자는 동영상을 촬영해 왔는데 영상 속 짱구는 목을 빼고 입을 다문 채로 심하게 킁킁거리는 것 같기도 구역질하는 것 같기도 한 소리를 내며 강하고 반복적으로 코를 통해 공기를 들이마시는 행동을 하고 있었다.
말로는 어떻게 설명이 힘든 이 행동의 정체는 바로 리버스 스니징이었다. 리버스 스니징(Reverse sneezing)이란 개에서 비교적 흔히 나타나는 호흡현상의 하나로 우리말로 역재채기 정도로 해석 할 수 있는 데 그 모습과 형태가 뿜어내는 재채기가 아닌 흡입하는 재채기 같기 때문이다.
리버스 스니징은 비강 또는 인두(pharynx: 구강과 식도 사이의 공간) 부위의 자극에 의한 반사작용으로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유발될 수 있다. 주로 흥분하거나 물을 마실 때 나타날 수 있지만 향수 등 화학물질에 의한 자극, 꽃가루 같은 알러지원에 의한 자극, 사료 가루 등 작은 입자에 의한 자극, 목줄에 의해 당겨지는 물리적 자극에 의하기도 하고 심지어 가만히 있다가도 나타날 수 있다.
리버스 스니징은 그 격한 모습에 비해 특별한 해가 없으며 당연히 질병도 아니다. 몇 초 간 킁킁거리다가 아무 일도 없던 듯 정상으로 돌아가게 된다. 하지만 너무 오래 지속되는 경우 개의 코를 살짝 꼬집거나 얼굴에 바람을 불어주거나 가슴 부위를 가볍게 문질러 주면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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