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인데 과일의 향과 맛이 난다. 과일소주가 인기를 끌더니 최근에는 과일맛 맥주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오비맥주가 최근 내놓은 ‘믹스테일’(사진)은 칵테일 발효주다. 증류주로 만드는 일반적인 칵테일주와 달리 맥아를 발효해 얻은 발효주에 라임과 민트, 딸기의 과즙 추출물을 더한 것이다. 하이트진로가 23일 출시하는 ‘하이트 망고링고’ 역시 맥주에 망고 과즙을 섞었다. 알코올 도수가 2.5도로 일반 맥주(4∼8도)보다 낮은 게 특징이다.
‘센 폭탄’은 가고 순한 믹싱(mixing)이 뜨고 있다. 요즘 주류 시장에서는 기존 소주나 맥주, 와인 등에 과일의 향과 맛을 섞는 ‘믹싱주’가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해부터 인기를 끈 과일소주는 갈수록 첨가되는 과일향의 종류가 늘어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자몽맛 소주인 ‘자몽에이슬’에 이어 이달 초 청포도맛 소주 ‘청포도에이슬’을 출시했다. 롯데주류의 ‘순하리 처음처럼’은 유자를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맛이 증가해 현재 5종(유자 복숭아 사과 자몽 소다맛 청포도)에 이른다. 화이트와인이나 발효주 등에 탄산과 과즙을 섞은 탄산주 역시 지속적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이 믹싱주들은 대부분 기존 소주나 맥주에 비해 알코올 도수는 낮고 맛은 달달한 편이다. 업계에서는 믹싱주의 인기가 기존 남성 중심 음주 문화에서 벗어나 20, 30대 여성 소비층 확대를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과음은 줄고, 간편하고 부담스럽지 않게 술을 즐기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취향이 세분되는 것 역시 한 이유다. 김남윤 롯데주류 대리는 “이제 기존 맥주, 소주 같은 큰 시장만 유지하는 것으로는 어렵다. 소비자 기호에 따라 술도 다양한 맛과 도수를 구현하는 게 일반적인 추세”라고 말했다.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은 불황기 소비의 특징이 나타난다는 해석도 있다. 실제 요즘 출시된 믹싱주 가격은 기존 소주나 맥주와 비슷하거나 낮다. 임혜미 오비맥주 대리는 “일본은 장기 불황기에 믹싱주가 등장해 인기를 끌었다. 국내에서도 가격 부담 없이 한두 잔 가볍게 마시면서 다양한 맛을 경험해보고 싶은 욕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