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능 vs 풍성한 머리카락, 둘중 하나만 택해야 한다면?

  • 입력 2016년 7월 4일 16시 13분


중년층 이상 고령·본래 성기능 약화된 사람은 약물치료 주의해야

남성들에게 어려운 질문 하나. 풍성한 머리카락과 성기능 중 둘 중에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 기자 주변의 남성들은 대부분 오랜 고민에 시달리다 ‘성기능’을 선택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네덜란드 출신의 남성모델 지오고스 제티스(30)는 ‘외적 아름다움’을 택했다. 그는 영국 메트로와의 인터뷰에서 풍성한 머리카락을 택해 6년간 성생활을 포기했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제티스는 명품 브랜드 아르마니·베르사체의 모델로 한창 활동하던 21세 때 머리카락이 빠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탈모치료를 결심한 것은 화보촬영 때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자신의 벗겨진 이마에 머리카락이 있는 것처럼 셰이딩하면서부터다.

그가 선택한 방법은 탈모치료제 프로페시아를 복용하는 것. 프로페시아는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약물이었으나 ‘성욕 상실·발기 부전’ 등의 부작용이 뒤따르는 게 사실이다.

제티스는 부작용을 직격탄으로 맞은 케이스다. 실제 여자친구 사이에 문제가 발생해 이별의 위기까지 겪었다. 그는 치료 시기 내내 ‘남자로서 자신감이 땅에 떨어졌다’고 회상했다. 그러던 중 탈모치료제를 둘러싼 집단소송 사건이 일자 ‘영원히 성생활을 못하게 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복용을 중단하기로 결심했다. 이후 머리카락이 크게 빠지지 않자 안심한 상황이다. 러브 라이프도 제자리를 찾았다.

경구 탈모치료제는 머리카락을 풍성하게 만들어주지만 성기능을 저하시키는 부작용이 분명 존재한다. 이 탓에 적잖은 남성들이 치료를 망설인다. 치료제로 인정받은 탈모치료제는 경구용 ‘아보다트’와 ‘프로페시아’, 바르는 약 ‘미녹시딜’ 등 3가지다. 가장 잘 나가는 제품이 남성호르몬을 차단시켜 탈모를 억제하는 경구용 제제다.

탈모치료제를 먹으면 무조건 성기능이 떨어진다고 오해하는 것은 약물 자체가 남성호르몬의 대사를 억제한다는 점에서 비롯됐다. 남성호르몬이 억제되면 자연스레 성기능까지 저하된다고 생각해서다. 하지만 경구용 탈모치료제는 남성의 성기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테스토스테론을 억제하는 게 아니라 테스테론이 변형된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만 억제한다.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은 남성 성기능에 필수적인 요소는 아니다.

발기부전 등 성기능 감소는 복용 환자의 약 2%에서 일어난다는 데이터가 있다. 한국MSD에 따르면 5년간 1553명의 남성형 탈모증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프로페시아 복용환자 779명과 위약군 774명 중 양쪽 모두 2% 미만의 환자에서 성욕감퇴와 발기부전, 사정장애를 호소했다. 이 연구에서 성기능 관련 이상 반응으로 투약을 중단한 경우 대부분의 환자에서 이상반응은 사라졌다.

아보다트 역시 프로페시아와 비교했을 때 부작용에서 차이가 없다. GSK는 2009~2013년까지 국내 다기관 시판 후 조사(PMS) 연구에서 나타난 성욕감퇴 등 성기능 부작용은 2%에 못 미쳤다고 발표했다.
최근 발표된 남성형 탈모치료제 관련 데이터에서도 아보다트(두타스테리드 0.5㎎)군과 피나스테리드1㎎군의 부작용을 비교했을 때 두 제제의 부작용 발생 정도는 비슷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약물을 복용하고 성기능이 저하됐다는 남성이 적잖게 찾아온다고 말하는 비뇨기과 의사가 상당수다. 서울 공덕동에 소재한 모 비뇨기과 원장은 “탈모약 설명서에는 ‘성기능 저하’라는 부작용이 분명히 적혀 있다”며 “그런 부작용이 아예 없다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굳이 표기하라고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영석 한양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모든 약에는 부작용이 있고, 약에 의한 부작용이면 약 복용을 중단하면 된다”며 “전문의와 긴밀한 상담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탈모치료제를 먹는다고 무조건 정력이 감소하는 것은 아니지만 성기능이 저하될 가능성이 높은 케이스는 있다. 중년층 이상 고령이거나, 젊더라도 이미 성기능이 하강 추세인 경우에 약을 썼다면 초기부터 위축이 일어날 수 있다. 이런 경우 가능한 약을 끊는 게 좋다. 남성호르몬을 차단하는 제품을 고집하는 대신 두피의 모세혈관을 확장하는 바르는 약으로 대체할 수 있다.

간혹 불임이 될까봐 겁먹는 남성도 있지만 그럴 일은 없다. 강훈 가톨릭대 성바오로병원 피부과 교수는 “경구용 탈모치료제들은 성기능을 저하시킬 수는 있지만 배우자 임신과 관련해서는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며 “임신과 관련해서 중요한 것은 정자 모양인데 여기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간혹 약물 복용이 두려워 약물을 복용하는 대신 무조건 모발이식을 원하는 환자도 있다. 하지만 심우영 강동경희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수술이 탈모치료의 끝이라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모발이식은 탈모가 나타나지 않은 옆머리나 뒷머리 모발을 약 3000모 정도 채취해 탈모 부위에 심는다. 심 교수는 “이식한 모발은 영구적으로 빠지지 않지만 심지 않은 부위의 탈모는 그대로 진행돼 수술 후에도 꾸준히 약물치료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약물치료는 수술을 하든 하지 않든 이어져야 한다는 의미다. 노영석 교수는 “젊은 사람에게는 모발이식보다 약물치료 등 지속적인 관리를 하는 게 더 낫다”고 조언했다.

심우영 교수는 “부모가 탈모증이 있는 경우 탈모에 대한 두려움이 심해 너무 일찍부터 치료를 시작하려는 사람이 있다”며 “하지만 증상이 심하지 않은 상황에서 치료를 시작하면 별다른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번 치료를 시작하면 꾸준히 유지해야 하며, 도중에 치료를 멈추면 치료 이전의 탈모 수준으로 돌아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티스의 경우 약을 끊은 지 3년이 지났음에도 과거보다 더 풍성한 머릿결을 자랑하고 있다. 깨진 호르몬 균형을 되찾아주는 비타민 보충제를 복용하는 자연요법을 선택했다고. 하지만 입증되지 않은 자연요법을 활용하거나 탈모샴푸를 치료용으로 과대 해석하는 것은 탈모를 악화시킬 수 있다. 대체로 이런 방법은 효과가 없거나 예방 차원에서 미미한 플라시보를 발휘하는 데 그치므로 주의해야 한다.

취재/글 = 동아닷컴 라이프섹션 정희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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