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빼려고 녹차 마신다? 속쓰리다면 내려놓으세요

  • 입력 2016년 7월 4일 16시 13분


녹차속 ‘마법의 다이어트 성분’으로 불리는 EGCG, 지방분해 효과 미미
빈혈기 있는 사람도 피해야


풍부한 항산화성분으로 뜨거운 여름을 앞두고 몸매관리에 한창인 사람들이 즐겨찾는 게 ‘녹차’다. 풍부한 항산화성분으로 다이어트에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 적잖은 다이어터와 운동선수는 운동 중 지방을 연소시키기 위해 녹차로 생수를 대체하거나 녹차추출물 건강보조제를 섭취한다.

녹차는 분명 혈전 형성을 막아주고 콜레스테롤과 혈당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체내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항산화작용으로 염증을 줄이기도 한다. 하지만 지방을 연소시키는 효과는 ‘글쎄올시다’이다.
녹차추출물 중 비만을 해소시켜준다고 알려진 가장 중요한 성분은 에피갈로카테킨갈레이트(EGCG, epigallocatechin-3-gallate)이다. 일부 학자는 이 물질을 잠재적인 항산화제이자 신체의 지방을 없애줄 ‘마법의 물질’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코크란 종합연구 데이터베이스’(Cochrane Database of Systematic Reviews)에 실린 연구 결과 ‘한 잔의 녹차에 포함된 EGCG는 지방 연소 효과를 내기엔 부족하다’는 견해가 나왔다. 연구자들은 3개월 이상 진행된 12개의 독립된 통제실험결과로부터 정기적으로 녹차를 마시는 것은 체중감소에 특별한 효과를 내지는 못했다고 결론지었다.

‘스포츠·운동 약학 및 과학지’(Journal Medicine & Science in Sports & Exercise)에 발표된 한 연구에선 31명의 건강한 남성에게 하루 녹차 8잔에 해당하는 녹차추출물과 위약을 활용한 실험을 진행했다. 두 그룹의 혈액을 채취한 결과 마찬가지로 지방산화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특히 녹차를 마신 뒤 속이 쓰린 사람은 더 이상 억지로 녹차를 마시지 않아도 된다. 여대생 홍모 씨(22)는 다이어트를 위해 매일 생수통에 진하게 우린 녹차를 2ℓ 가량 마셨다. 하지만 이상하게 공복에 녹차를 마신 뒤에는 속이 쓰려왔다. ‘마시지 말까’ 고민했지만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 참고 견딘 것이다.

진한 녹차를 과도하게 마시면 자칫 단백질 등 영양소의 체내 흡수를 방해해 소화불량이나 영양불량을 일으킬 수도 있다. 한방에서도 녹차는 성질이 찬 음식으로 분류돼 자칫 속쓰림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한진우 인산한의원 원장은 “공복 상태에서 녹차를 마시면 녹차 속 카페인 등이 위를 자극해 위산을 분비해 속이 쓰릴 수 있다”며 “녹차를 좋아하는 중국인들도 빈 속에 녹차를 마시지 않는다”며 “거의 항상 해바라기씨, 잣, 호두 등 견과류와 곁들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견과류 속 식물성 지방이 위장을 보호하고 식욕을 당기지 않게 조절해 속쓰림을 식욕 억제 효과까지 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평소 녹차와 궁합이 잘 맞지 않는 사람들은 굳이 억지로 마시기보다 생수를 자주 마셔주는 습관을 들인다. 물을 마시는 것도 식욕을 억제하고 노폐물을 밖으로 배출하는 효과를 낸다.

다이어트 등으로 빈혈기가 있는 사람도 녹차를 멀리하는 게 좋다. 녹차 속 타닌 성분은 철분의 체내 흡수를 억제하기 때문이다. 철이 함유된 빈혈약을 복용할 때는 60분 정도 간격을 두고 차를 마시는 게 좋다. 카페인에 취약한 사람도 녹차보다 생수를 가까이 하는 게 좋다. 카페인의 각성 작용이 불면증을 악화시킬 수 있으며 심계항진, 두통, 이명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래도 녹차를 포기할 수 없다면 하루에 1~2잔 마실 것을 추천한다. 속이 쓰린 사람은 차갑게 마시는 것보다 70~80도 온도에 우려내 마시는 것을 권한다.

취재/글 = 동아닷컴 라이프섹션 정희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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