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3년 콜롬비아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는 콜롬비아군의 총에 죽었지만, 그의 애완 하마 떼는 아직까지 살아남아서 콜롬비아 국민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가 지난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980년대 콜롬비아 최대 마약 밀매조직 ‘메데인’ 카르텔을 이끌며, 300억달러 규모의 마약 제국을 세운 에스코바는 그의 대토지 농장에 투우장, 동물원, 공룡 뼈 전시관 등을 세웠다.
그의 삶이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질 정도로 생전에 악명을 떨쳤지만, 그가 죽은 뒤 그의 동물원에 있던 동물들은 주인을 잃고 뿔뿔이 흩어졌다.
이 가운데 그가 아끼던 애완 하마 24마리가 동물원에서 도망쳤고, 강 주변에 살면서 번식하기 시작했다. 현재 약 35마리 정도로 수가 늘었다. 이는 아프리카를 제외하면 가장 큰 하마 떼다.
이 지역 수의사인 하이로 레온 에나오는 이곳이 “하마들에게 지상낙원”이라며 “포식자가 없어 더 평화롭게 살 수 있어, 더 빠르게 번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블로 에스코바의 하마 떼 이야기는 지난 2011년 미국 다큐멘터리 잡지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코카인 하마”란 제목의 다큐멘터리로 만들기도 했다.
이들의 번식이 지역 주민에겐 달갑지 않다. 하마는 채식 동물이지만, 영역을 침범 당하면 공격적으로 돌변한다. 하마에게 죽는 사람은 연간 500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사자와 코끼리가 해친 사람보다 5배 많다. 상어보단 50배 많은 인명이다.
수달과 바다소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점에서도 마찬가지다. 지역 환경기업 코르나레 소속의 생물학자 다비드 에체베리 로페즈는 “만약 하마가 공격적이 된다면, 콜로비아 생태계 다양성을 위기에 빠뜨릴 것”이라며 “하마가 토착 동물상을 대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하마는 빠르게 번식하고, 어떤 환경에도 잘 적응하는 데다, 물속에서 배설해서 물을 오염시킨다. 이 탓에 가축에게 치명적인 병을 옮길 수 있다.
그러나 콜롬비아 정부는 이 하마를 어떻게 할지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다. 현재 콜롬비아 당국은 하마 떼를 생포해서 거세하는 한편, 아프리카 하마 전문가를 초청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 주민 가운데 일부는 이 하마를 좋아한다는 점도 문제다. 아프리카에서는 위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콜롬비아에서 하마 때문에 죽은 사람이 아직까지 한 명도 없다는 점이 하마의 위험성을 간과하게 했다.
2년 전 사진 한 장이 콜롬비아 국민을 깜짝 놀라게 했다. 한 어린 소녀가 마을 근처 땅바닥에 앉아, 옆에 누운 하마를 길들이는 모습이 담겼기 때문이다. 그 소녀는 “아빠가 어린 하마를 집에 데려온 적이 있다”며 “나는 하마가 귀여워서 우유를 먹이고, 루나(달)라고 이름 지어줬다”고 말했다.
다른 소년은 “아빠가 하마 3마리를 생포했다”며 “집에서 작은 하마를 키울 수 있어서 멋졌다”고 천진난만하게 좋아했다.
지난 2009년 하마 떼 중 한 마리가 추격당한 끝에 총에 맞아 죽었다. ‘페페’란 이름의 하마가 총격 당한 데 항의해, 동물보호운동가 100명이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서 하마 가면을 쓰고 기습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하마가 민가 근처까지 배회하면서, 주민과 충돌하고 주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하마가 주요 서식지에서 100마일(약 160㎞) 벗어난 곳에서도 관찰됐다.
가정주부인 클라라 누네즈(48세)는 “이곳에서 하마를 보는 게 일상이 됐다”며 “아프리카에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녀는 “하마가 너무 가까이 올 땐 조금 무섭다”고 털어놨다.
생물학자 에체베리와 수의사 레온은 바위, 나무, 철선 등으로 장벽을 만들어서, 민가 가까이 하마가 들어오는 것을 막고 있다. 또 하마가 먹을 풀을 길러, 하마가 먹이를 찾아 멀리 떠나지 않도록 방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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