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도 하나의 프로젝트다. 주변 어른들이 ‘애만 들어서면 알아서 잘 큰다’는 것도 옛말이다. 과거와 상황이 달라졌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0년 29.3세였던 남성 초혼 연령은 2014년 32.4세로 높아졌고, 같은 기간 여성 초혼 연령은 26.5세에서 29.8세가 됐다. 2000년 27.7세였던 평균 초산 연령은 지난해 31.2세까지 높아졌다. 30대 이상의 출산율은 증가하는 반면 20대 이하의 출산율은 감소하는 추세다.
요즘엔 양호한 영양상태 및 꾸준한 건강관리로 여성의 건강상태가 좋아졌지만 나이들수록 난임 확률이 높아지는 건 막을 수 없다.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신혼부부 3쌍 중 1쌍이 난임인 현실을 감안하면 결혼 전 건강검진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임신계획을 세우기 직전보다 결혼 2~6개월 전에 진행하는 게 보통이다.
김태준 호산여성병원 산부인과 원장은 “웨딩검진은 성별에 관계없이 성병에서부터 임신 및 출산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질환들의 유무를 체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남녀 불문하고 기본적으로 이뤄지는 검사는 일반혈액검사, 갑상선기능검사, 간기능검사, 신장기능검사, 각종 간염관련검사, 소변검사, 매독 및 에이즈검사, 성병 검사(STD) 등이다.
아기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자궁 환경 만들기 여성은 출산연령이 높아지면서 자궁질환에 노출될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 시험관 아기시술 같은 난임치료가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아직도 기 수정된 아가 자궁에 착상되는 과정은 기전을 뚜렷이 설명하지 못할 만큼 복잡하다. 원인을 모르는 난임은 실제적인 치료방법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규칙적인 자궁검진이 도움이 되는 이유다.
여성은 일반검사 외에 자궁·질 초음파를 기본적으로 시행한다. 특히 심한 골반통증이 있다면 반드시 골반초음파 검사를 고려해봐야 한다. 골반초음파는 자궁·골반·난소의 모양이나 기능 등에 특별한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는 검사로 자궁근종·난소종양 등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아 빠뜨리지 않는 게 좋다. 평소 생리통이 극심하거나 생리 양이 너무 많으면 자궁이나 난소에 혹이 있을 수 있어 놓치지 말고 살펴보자.
아기에게 영향 줄 수 있는 풍진·간염 … 항체 없다면 예방접종 필수 아기를 생각한다면 예방접종도 미리 끝내는 게 좋다. 풍진항체검사와 간염검사가 대표적이다. 임신 초기의 산모가 풍진에 걸릴 경우 태아에게 선천성 기형, 백내장, 심장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다. 항체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오면 예방백신을 접종한다.
단 예방백신 접종 직후 임신하면 아기에게 감염될 위험이 있으므로 최소 3개월 이상 피임하는 게 좋다. 늦어도 임신계획 3개월 전까지 접종을 완료해야 하며, 필요한 경우 3개월 정도 피임약을 복용하기도 한다.
또 임신부에게 간염이 있으면 태어날 아기에게 물려줄 수 있어 마찬가지로 항체가 없다면 예방주사를 맞아야 한다.
예비아빠는 ‘정액검사’ 관건 … 성병 여부도 체크해야 남성 웨딩검진에선 일반혈액검사 외에도 전립선검사, 남성호르몬 검사, 정액검사 등이 이뤄진다. 특히 성병검사는 필수다. 보균자의 경우 치료를 미루면 상태가 악화되거나 불임의 원인이 될 수도 있고, 임신한 경우라면 태아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미리 체크해야 한다.
특히 성생활을 같이 하는 부부는 핑퐁감염으로 같은 성병에 노출됐을 확률이 높다. 한쪽이 성병에 노출됐다면 배우자도 함께 검진받고 치료받는 게 기본이다.
정액검사는 불임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다. 현대 남성은 과거보다 정자 수가 적고, 정자의 활동성이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전체 정자활동성이 50% 이하로 떨어진 불임 남성이 급증하고 있다. 정액검사 결과 정자 수와 정자 활동성 등에서 불임 조건에 해당하면 전문의와 상의해 치료받아야 한다.
검사 자체 못잖게 생활습관을 건강하게 되돌리는 것이 중요하다. 부부가 수면을 충분히 취하고 영양소가 골고루 함유된 식품을 섭취하도록 노력한다. 식생활과 생식 기능 및 자궁 건강에 대한 관련성은 여러 가지 의견이 분분하고 반론의 여지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불포화지방산, 비타민B12, 비타민 E, 유산균, 항산화제 등이 생리통 등 자궁 건강에 유익한 효과를 주고 면역기능을 높여준다.
운동을 꾸준히 해서 기초체력을 다져놓는 것도 도움이 된다. 여성의 경우 만삭이 되면 최소 10㎏의 무게를 감당해야 하므로 근력운동을 해두는 게 좋다. 예비엄마가 비만하거나, 저체중이거나, 과도한 다이어트에 나서는 경우라면 자궁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줄 수 있다. 당분간 미용보다 적정체중을 유지하는 게 도움이 된다. 특히 임신에 앞서 살찔 것을 두려워해 미리 살을 빼놓겠다는 산모는 무리한 다이어트로 저체중에 이르러도 호르몬에 불균형이 생길 수 있으며 배란과 생리주기가 불규칙해져 난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로 인해 임신합병증이 생길 수도 있다.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호르몬 분비와 면역기능을 떨어뜨려 조산, 저체중아출산 등 임신합병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스트레스와 최대한 멀어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지나치게 업무강도가 높거나 신경쓰이게 하는 요소가 있다면 아예 제거해버리는 것도 좋다. 여의치 않다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취미생활을 가져본다. 글/취재 = 동아닷컴 라이프섹션 객원기자 정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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