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할 때 ‘남자는 집’, ‘여자는 혼수’라는 전통적 인식이 바뀌고 있다. 미혼남녀 10명 중 7명이 이 견해에 반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1일 발표한 지난해 ‘전국 출산력 조사’ 에 따르면 20~44세 미혼남녀 2383명(남 1096명, 여 1287명) 중 미혼남 79%, 미혼녀 72.3%가 ‘남자는 집, 여자는 혼수’를 각각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에 찬성하지 않았다.
또 기혼여성(15~49세 9415명) 중 신혼집 마련 비용을 본인이 부담했다고 응답한 비중은 전체의 26.3%로, 과거에 비해 높아졌다. 1994년 이전에 결혼한 여성은 21.4%에 그쳤지만 2010~2015년에 결혼한 여성 중에선 30.8%에 이르렀다. 같은 기간 남편의 비용 부담은 85.2%~86.0%으로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남편의 일은 돈 버는 것이고, 아내의 일은 가정과 가족을 돌보는 것’이라는 관념도 달라졌다.미혼남성의 75.8%, 미혼여성의 81.8%는 ‘아내가 경력을 쌓기보다 남편이 경력을 쌓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에 반대했다.
여성의 고학력화와 양성평등 문화 등으로 남녀의 수입 차이가 줄어든 상황에서 여성에게 보조적 역할을 강조하는 전통적 가치관이 약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결혼해도 자녀를 갖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에는 미혼남성은 47.4%로 절반 이하만 찬성했지만, 미혼여성은 60.9%가 찬성했다. 이는 여성의 자녀 양육 부담이 더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과거에는 신혼집 마련을 남성만의 책무로 여겼다면 최근에는 여성은 물론 친정까지 부담을 같이 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주거비용의 지속적 상승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