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고 좋은물건 없소?” 가성비甲 찾는 소비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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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아이템’으로 각광받고 있는 이마트의 노브랜드 제품들. 기존 제조업체 상품들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 품질과 맛, 넉넉한 양 등이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이마트 제공
‘가성비 아이템’으로 각광받고 있는 이마트의 노브랜드 제품들. 기존 제조업체 상품들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 품질과 맛, 넉넉한 양 등이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이마트 제공
주부 이보라 씨(33)는 2월 딸을 출산한 이후 육아휴직에 들어갔다. 회사에 다닐 때보다 수입이 크게 줄어들자 이 씨는 생활용품의 ‘가성비’(가격 대 성능 비율)가 높은 제품으로 모두 바꿨다. 휴지, 여성용품, 우유, 치즈, 면봉…. 대다수의 제품을 대형마트의 자체 브랜드 제품으로 바꾼 후 생활비를 30% 줄이는 데 성공했다.

‘싼 게 비지떡’이란 표현은 이제 옛말이다. 가격이 비쌀수록 수요가 더 늘어난다는 ‘베블런 효과’도 맥을 못 추고 있다. 경기 불황 속에 싸고 양 많은 제품을 찾아 쓰는 ‘반(反)베블런족’이 늘어나고 있다.

직장인 손유진 씨(37·여)도 혼자 살지만 씀씀이가 커 3인 가족 수준의 생활비를 수년간 유지해왔다. 그는 지난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가성비 갑(甲) 아이템’이라는 글을 접한 뒤 품질 좋은 가성비 물품 위주로 소비 패턴을 바꿨다. 그는 “가성비를 꼼꼼히 따지는 소비 원칙을 세운 후 한 달에 생활비를 20만∼30만 원 정도 줄였다”고 말했다.

가성비가 좋아 인기 아이템으로 손꼽히는 홈플러스의 호주산 빈야드 와인(5900원)과 리스토란테 피자(5000원), 다이소의 스마트폰 셀카 렌즈(5000원). 홈플러스·다이소 제공
가성비가 좋아 인기 아이템으로 손꼽히는 홈플러스의 호주산 빈야드 와인(5900원)과 리스토란테 피자(5000원), 다이소의 스마트폰 셀카 렌즈(5000원). 홈플러스·다이소 제공
이 같은 합리적 소비가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기업 역시 가격 거품을 걷어내고 성능이 좋은 상품들을 내놓고 있다. 이마트의 자체 브랜드인 ‘노브랜드(NO BRAND)’ 제품이 대표적이다. 홈플러스의 리스토란테 피자(5000원), 호주산 빈야드 와인(5900원), 워셔액(900원), 잡화 백화점이라 불리는 다이소에서 월평균 6만9000개를 판매한 조롱박형 화장퍼프(2000원)와 데이터 케이블(2000원) 등도 소비자들 사이에서 ‘가성비 갑’으로 꼽히는 아이템이다.

이마트에 따르면 현재 노브랜드의 판매 상품은 총 360가지에 이른다. 매장 관계자는 “가장 많이 팔린 노브랜드 제품은 ‘깨끗한 물티슈 100매’(800원)로 상품 출시 후 지난달까지 총 635만 개나 팔렸다”며 “일반 제조업 브랜드 제품의 절반 정도에 불과한 가격 경쟁력이 호평을 받았다”고 말했다.

가성비의 개념도 단순히 값에 비해 좋다는 수준을 넘어 ‘좋으면서도 싼 것’으로 바뀌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성비 열풍의 한 원인으로 명품시장의 대중화를 꼽고 있다. 명품에 대한 향유가 이전보다 흔해지면서 더 이상 차별화가 되지 않는다는 것. 또 획일화된 욕망보다는 자신만의 개성과 실속을 찾는 합리적 소비 트렌드가 생겨났다는 것이다.

남궁설 신한카드 트렌드연구소 소장은 “저성장 시대에 수입 자체가 크게 늘지 않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대개 소비와 소비 자체에서 느껴지는 쾌감을 줄이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 때문에 가성비가 좋은 제품을 서로 공유하며 이용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지호 경북대 심리학과 교수는 “젊은 계층을 중심으로 넓게 퍼져나가고 있는 가성비 바람은 단순히 최저가 상품 검색이 아니라 최고의 성능을 찾아가는 현명한 소비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높게 평가하면서 나타난 풍조”라고 분석했다.

김정은 kimje@donga.com·이지훈 기자  
#가성비#노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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