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모들이 어릴 적만 하더라도 골목에는 아이들이 있었다. 특별한 것은 없었지만, 아이들은 언제나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놀았고 웃음과 활기가 떠나지 않았다. 부모도 교사도 없는 해방공간 같은 곳이었다. 다툼이 있긴 했지만, 아이들만의 룰이 있었고 그것 또한 세상을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저녁을 먹으라는 엄마의 목소리는 아이들의 하루가 끝남을 말해주는 것이고 퇴근한 아버지와 둘러앉는 밥상머리는 예절과 절제 그리고 하루를 마감하는 중요한 복습의 장이었다. 그곳에는 웃음이 있었고 사랑과 인정이 있었다. 지금은 아이들이 유치원에 들어갈 나이만 돼도 밖에서 놀 시간이 없다. 아이들은 갇힌 공간에서 온종일 생활하며, 부모들은 그것이 경쟁사회에서 이기는 길이라 믿는다. 최근 전통놀이를 소재로 한 동화 <물렀거라! 왕딱지 나가신다>(김홍신, 임영주 공저)를 펴낸 임영주 교수는 아이들의 품성이 자라고 사회성을 배우는 중요한 곳으로 놀이와 자유 시간을 꼽는다. 놀이공간에서 또래와 규칙을 배우고 사회성을 배우며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배운다는 것이다. 놀이공간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가까워지는 유초등기 아이들에게 부모의 역할은 더 커지고 중요해졌다. 아이들끼리 어울려 스스로 알아가야 할 이치까지 부모가 알려주고 디지털기기는 시시각각으로 진화해 이를 말려야 하는 부모와 아이의 힘겨루기는 팽팽해진다. 그러니 혼내는 상황은 빈번해지고 훈육내용은 점점 더 많아져만 간다. 임영주 교수는 “아이가 그릇된 행동을 했을 때 한 번 참아주자. 한 번만 봐 주자. 하고 부모 나름엔 노력하다가 ‘이젠 안 되겠다’ 싶을 때 훈육을 하면 이미 화가 끝까지 나 있어 바른 훈육을 하는 게 가능하지 않다”며 “근본적으로 아이의 문제행동을 줄여주는 육아를 해야 한다. 바로 아이들의 스트레스를 풀게 하는 것이다”라고 아이의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으로 놀이와 ‘자유 시간 주기’를 추천했다. 훈육은 아이를 억압하고 못 하게 하는 것에 핵심이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아이 잘 자라게 하는 것이 근본 목적이다. 아이가 산만하고, 감정조절을 못 하고, 공격적이고 떼 부리기가 심해서 계속 혼내는 훈육 상황이 늘어난다면 과연 엄마의 몇 마디 훈육으로 개선될 수 있을까.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 바로 ‘놀이’와 ‘자유 시간 주기’다. 임영주 부모교육전문가는 “놀이와 자유 시간을 통해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율성을 통해 성장하도록 도움 주는 것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이렇게 충분히 놀며 스트레스를 날린 아이는 “공부해라” “숙제는 언제 할 거니?” 라는 잔소리와 훈육이 있기 전에 스스로 주도적인 학습을 할 것이다. 억압과 강제에 의해 움직이는 피동적인 아이가 아니라 자율성을 획득하며 성장하기 때문이다. 납득하기 어려운 의무감을 담은 잦은 훈육보다 이해와 공감을 통해 관계를 맺어간다면 훈육(꾸중)할 일 또한 줄어든다. 골목이 사라졌지만, 놀이터가 근사하게 설치되어 있다. 아이들이 놀이터에 나가 신나게 미끄럼 타고 그네 타며 맘껏 몸을 움직이면서 균형 감각을 키우고 자기감정의 균형도 잡게 해야 한다. 여건이 안 된다면 바깥놀이가 아니면 어떤가. 동화에서처럼 공터는 아니더라도 거실이든 안방에서든 아이가 놀 수 있게 해 주자. 심심할 정도의 자유도 주어야 한다. 그래야 생각도 하고 그 가운데 ‘창의력’도 길러지는 것이다. 아이 잘 키우려고 했었던 백 마디 훈육 시간을 줄이고 아이에게 자유 시간을 주어야 잘 자란다. 임영주 부모교육전문가는 “아이들을 막무가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다만 자신의 마음과 사회적 약속 사이에서 균형과 질서를 찾아 나가는 중”이라며 “아이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놀이를 통해 그 질서를 찾게 하면 훈육할 일도 자연스레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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