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인플루엔자 정복에 정진… 세계최고 기술로 백신주권 확보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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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인플루엔자 범 부처 사업단/고려대구로병원

지난 6년 동안 인플루엔자 사업단은 백신, 치료제, 진단법 개발과 연구역량 강화 등 인플루엔자 관리 및 예방을 위해 다각도로 활동을 펼쳤다. 고려대구로병원 제공
지난 6년 동안 인플루엔자 사업단은 백신, 치료제, 진단법 개발과 연구역량 강화 등 인플루엔자 관리 및 예방을 위해 다각도로 활동을 펼쳤다. 고려대구로병원 제공
 10월은 본격적인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시기다. 올해부터 65세 이상 노인뿐만 아니라 생후 6개월~12개월 소아까지도 무료로 인플루엔자 백신을 접종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보건복지부는, 내년 하반기부터는 생후 6∼59개월 어린이 전체에 대해 무료접종 계획을 가지고 준비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대유행으로 인플루엔자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인플루엔자 예방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인플루엔자는 매년 겨울마다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10∼15%가 감염되고 2000∼3000여 명이 사망하는 위협적인 질병이다. 백신도 치료제도 있는 감염병이지만 세계보건기구(WHO)의 발표에 의하면 매년 세계적으로 300만∼500만 명이 중증 인플루엔자에 걸리고 25만∼50만 명이 사망한다.

 2009년 이후 보건복지부는 인플루엔자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국가 R&D 역량을 강화하고 범 부처 협력체계를 구축하고자 2010년 ‘신종인플루엔자 범 부처 사업단’(이하 사업단·단장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을 발족했다. 지난 6년 동안 사업단은 백신, 치료제, 진단법 개발은 물론이고 연구역량 강화 등 인플루엔자 관리 및 예방을 위해 다각도로 활동했고, 그 결과 한국이 인플루엔자 관리 선진국으로 거듭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평가받고 있다.
백신=세계 최초 인플루엔자 4가 세포배양 백신 상용화

 사업단은 SK 케미칼과 공동으로 4가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차세대 독감백신 ‘4가 세포배양 백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2015년 12월에 시판 허가를 획득, 이미 필요 물량 생산까지 마쳤다. 이어 녹십자와 개발 중인 세포배양 4가 백신도 현재 임상 3상 시험까지 완료될 정도로 사업단의 백신 성과가 뛰어나다. 지난해에는 사업단과 SK 케미칼이 함께 인플루엔자 3가 세포배양 백신을 국내 최초, 세계에서 3번째로 시판 허가를 획득(2014년 12월)해 약 350억 원 규모의 판매량을 돌파하며 주목받아 왔다. 세포배양 백신은 기존의 유정란 배양 방식보다 생산기간이 대폭 단축돼 앞으로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대유행과 같은 보건위기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신속하고 안정적인 백신 공급이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괄목할 만하다.

 일반적으로 백신 상용화까지는 최소 10년이 걸린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업단은 6년 만에 국산 인플루엔자 세포배양 백신을 개발, 임상시험, 생산, 판매까지 하는 쾌거를 이루며 한국의 백신 주권 확보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치료제=세계 최초 헤마글루티닌 단백질 억제 치료제 개발 중

 사업단은 인플루엔자 백신뿐만 아니라 신개념 치료제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 왔다.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표면에는 헤마글루티닌과 뉴라미니다아제, 2개의 단백질이 있다. 흔히 알려진 인플루엔자 치료제 ‘타미플루’는 뉴라미니다아제를 억제하여 작용하는데 이 약제에 내성이 생긴 바이러스에는 무용지물이다.

 따라서 사업단은 헤마글루티닌 단백질을 억제하는 인플루엔자 신약을 공동 연구개발 중이다. 셀트리온의 항체치료제 CT-P27은 2상 임상시험 중이며, 일양약품의 IY-7640은 동물 비임상시험까지 마친 상황이다. 이들 신약은 약제 내성 바이러스에도 유효하며 인플루엔자 대유행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수출 시 창출될 경제적 이익 또한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도 해당 신약이 시판될 경우 한국은 세계 최초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헤마글루티닌 단백질 억제 치료제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항바이러스제 개발의 주도권을 갖게 될 뿐만 아니라 한국이 바이오 강국으로서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진단=여러 바이러스 동시 진단 가능한 신속항원키트

 인플루엔자 같은 전염성 질환은 신속한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이에 따라 사업단은 인플루엔자를 현장에서 신속, 간편하게 진단할 수 있는 ‘제네디아 멀티 인플루엔자 항원 래피드 테스트’를 녹십자 MS와 공동 개발해 현재 판매 중이다.

 기존 진단키트가 인플루엔자 A, B형 바이러스만을 감별했다면, 이 키트는 세계 최초로 A형을 세분화해 H1, H3 아형을 동시에 감별이 가능하다. 대유행 인플루엔자와 같은 공중보건 위기상황에 대한 대처와 계절인플루엔자 신속 진단에 유용할 것으로 기대되며, 인플루엔자 신속 진단 관련 시장 선점을 통해 국가 경제 활성화와 글로벌 의료기기 개발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감시=인플루엔자 발생 현황 실시간 감시, 대유행 사전 대비

 사업단은 국내 인플루엔자 유행 감시를 위해 병원기반 인플루엔자 임상네트워크(HIMM)도 운영 및 관리하고 있다. 전국 10개 대학병원 응급실에 내원한 인플루엔자 의심환자와 입원 중인 인플루엔자 환자를 실시간 모니터링해 입원, 합병증 발생, 사망 등 인플루엔자 중증도와 백신 효과를 평가하고 신·변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감시함으로써 대유행 발생 가능성을 사전 감지하고 대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2010년부터 5절기 동안 축적된 데이터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 데이터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방대해졌고, 이를 기반으로 뛰어난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에 속속 게재하고 있다.

 사업단은 매년 국제 인플루엔자 전문가들을 초빙해 최신 지견 및 연구개발 방향을 논의하는 국제 심포지엄을 열고 있다. 인플루엔자 관련 정보 교류 및 연구 협력을 활성화해 아시아 인플루엔자 연구 허브로서의 역할을 공고히 해왔다. 또한 분기별로 인플루엔자 유행 동향, 최신 지견 등이 수록된 ‘플루 저널’을 발간해 공공기관 대학 병원 등에 무료 배포함으로써 인플루엔자에 대한 인식 개선 및 교육 등에도 힘써왔다.

 더불어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정리된 인플루엔자 교재와 진료지침을 발간하고 온·오프라인 교육과정을 실시하는 등 국내 인플루엔자 전문가 양성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손희정 기자 son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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