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피톨로지 세 번째 칼럼은 스트레스를 받아들이는 우리 몸의 메카니즘에 관한 것입니다. 몸은 생명을 위협하는 요소로 스트레스를 인식하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 지방을 비축합니다. 그러니 살이 찔 수밖에…. 건강하게 지방을 태우는 방법을 찾아 봅니다.》 우리는 스트레스를 정신적인 면으로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스트레스는 본질적으로 몸의 문제다.
시계를 뒤로 돌려 스트레스가 처음 태어난 시점까지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우리는 처절한 생존의 현장을 마주하게 된다. 여기에는 과중한 학업이나 상사의 잔소리 같은 게 없다. 다만 먹고 먹히는 자연의 법칙만이 존재한다. 스트레스는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바로 생존에 대한 위협이다.
늑대 떼에게 쫓겨 좁은 바위틈에 며칠씩 머물러야 하는 상황을 떠올려 보자. 바위틈은 너무 좁아서 늑대의 아가리는 들어올 수 있지만 몸이 들어오지는 않는다. 한 발자국만 발을 내밀면 늑대에게 잡아먹힐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늑대가 밖에서 어슬렁거리는 것이 보인다. 자연히 바위틈에 갇힌 사람은 제대로 먹지도 못할 것이고,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에 시달리며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굶주림을 참지 못하거나 겁 없이 밖으로 나간 사람은 늑대에게 죽임을 당했을 것이고, 그렇지 않고 충분히 기다릴 수 있었던 사람은 살아남아 자손을 남겼을 것이다. 몸은 스트레스를 생명위협으로 인식
현대의 인류는 더 이상 맹수의 추격을 받지 않지만, 먹고 먹히는 자연의 굴레에서 유전자 속에 깊이 박힌 생존에 대한 갈망은, 윗사람의 꾸지람이나 야근 같은 것을 모두 생명을 위협받는 자극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여기에는 일명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알려진 코르티솔(cortisol)이 관여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분비되기에 붙여진 별명인데, 문제는 코르티솔로 일어나는 반응이 하나같이 인류가 생존을 위협받을 때 필요한 반응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다.
가장 특징적인 반응은 혈당을 높이는 것이다. 생존이 위험에 처한 상황에서는 당연히 뭔가를 먹기 힘들기에 혈당을 높일 필요가 있다. 포도당을 먹는 뇌를 풀가동해 도망갈 방법을 궁리하고, 근육에서 빨리 쓸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어 도망가거나 싸우기 수월하게끔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혈당을 높이기 위해서는 재료가 필요하다. 근육과 간에 저장된 탄수화물인 글리코겐을 재료로 쓸 수 있지만 양이 정해져 있다. 그래서 코르티솔은 근육을 분해한다.
우리 몸의 근육은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기 때문에, 효율을 추구하는 몸의 입장에서는 많아 봐야 쓸모가 없다. 특별히 근력운동을 하지 않는 이상 근육이 크지 않는 건 그 때문이다. 그런데 몸의 에너지가 고갈되고 있는 상황이라면 굳이 에너지 소모가 많은 근육을 남겨둘 필요가 없다. 따라서 몸은 근육을 이루고 있는 단백질을 분해해 에너지로 쓰게 된다. 근육이 크든 작든 간에 도망갈 정도만 남아 있으면 되니까 최소한의 근육만을 남겨두려 하는 것이다. 반면 근육을 분해해서 나온 에너지를 그냥 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라, 지방 축적은 더 쉽게 만든다. 굶으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증가한다
경계를 하고 있지 않으면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깊은 잠에 빠지는 건 자살행위나 다를 바가 없다. 그래서 코르티솔은 잠을 깨게 만들기도 한다. 실제로 코르티솔은 기상시간 직전에 급격히 치솟는데, 이것은 정해진 시간에 잠을 쉽게 깨도록 만드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는 건 누구에게나 짜증나는 일이다. 코르티솔은 바로 이러한 짜증에도 관여한다.
스트레스의 종류와 상관없이 코르티솔이 분비되면 이러한 반응이 동시에 일어난다. 불행히도 굶는 것은 코르티솔을 증가시키는 스트레스의 하나로 작용한다. 생각해 보면 당연하다. 굶는다는 건 에너지가 고갈되고 있다는 뜻이고, 지금처럼 풍요롭지 않았던 100만 년 전에는 에너지가 고갈되다 보면 금방 죽는 게 당연했다.
인류가 오랜 굶주림에도 버틸 수 있게 한 코르티솔이 근육을 갉아먹고 지방을 쌓기 쉽게 만들어 준다는 사실은, 우리가 코르티솔을 통제해야 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거기다 스트레스 상황이 끝난 뒤에도 코르티솔 때문에 생긴 여러 가지 반응들이 우리의 체중관리를 더 어렵게 만든다. 혈당 낮추는 인슐린 분비, 폭식 불러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인슐린이다. 코르티솔은 혈당이 모자랄까봐 당분을 만들게끔 했지만, 인슐린 시스템은 생존에 관심이 없고 오로지 혈당에만 관심이 있으므로 올라간 혈당을 내려 버린다. 만일 석기시대처럼 먹을 것 하나 없이 바위틈에 갇혀 있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인슐린 때문에 혈당이 내려가도 어쩔 수 없었겠지만, 지금의 인류는 먹을 게 풍족해서 이 덫에 걸린다. 내려간 혈당 때문에 짜증이 치밀고, 자꾸만 음식 생각이 나는 것이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스트레스를 묵묵히 참고 견디려는 마음은 그 자체로는 귀감이 될 만하지만 건강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무작정 스트레스를 참으려는 태도는 뇌의 보상중추를 활성화해 쓸데없는 당신의 군살까지 찌운다. 왜냐하면 가장 쉽게 반응하는 보상회로가 바로 식욕이기 때문이다. 호르몬이 일으킨 식욕과 스트레스에서 온 보상회로의 명령이 맞물리면 걷잡을 수 없는 식욕의 폭풍이 밀어닥치게 되고, 이는 결국 폭식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섭취한 칼로리가 살로 가는 건 당연한 결과다.
건강 때문에, 몸매 때문에 살을 빼고 싶다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 거기다 해가 다르게 늘어나는 ‘배둘레햄’을 보면 별다르게 몸매관리를 하지 않는 사람들도 마음이 덜컥 할 때가 있다. 세상일은 어차피 한 번에 풀리는 건 없고, 희비가 교차하는 나날의 연속이다. 산책이나 목 주변 스트레칭부터 시작!
이미 사회생활의 온갖 스트레스에 장기적으로 노출되어 있던 당신의 몸은, 그럴만한 계기만 주어지면 언제든 폭식의 스위치가 눌려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상태다. 부글부글 속을 태우다 목구멍까지 음식이 차오르는 폭식을 하는 대신, 마음이 편해질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자기 자신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은 자신이 제일 잘 알 것이다. 잘 모르겠다면 지금이라도 천천히 그 방법을 찾아보자. 산책을 하거나 가볍게 목 주변을 스트레칭을 해 보는 것도 좋은 시작이 될 수 있다
누구에게나 삶은 힘들고 고단한 법이다. 우리는 모두 행복한 삶을 바라지만, 그 과정에서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다 보면 그 노력들의 본질조차 흔들릴 때가 많다. 행복한 삶을 위해 우리는 지금보다 더 건강해질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 목표를 위해 운동과 식단 관리부터 무작정 시작하기 전에 찌든 마음부터 먼저 다독여주는 게 어떨까. 위아래로 시달려 오늘도 고민이 가득한 당신에게 쉽지 않은 주문인 것은 알지만, 힘든 세상 스트레스 때문에 군살까지 덤으로 얹어 갈 필요는 없지 않을까.각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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