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개들이 부르는 희망 노래, 뮤지컬 ‘더 언더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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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12월 5일 20시 07분



뮤지컬 ‘더 언더독’ 오픈 리허설 리뷰


12월 2일부터 내년 1월 26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에서 공연


들어가며

이 관람기를 쓰기까지 꽤 많은 고민의 시간이 있었음을 고백한다.

사흘이 넘는 시간을 고민하다가 문득 한 때 전국을 강타했던 유행어가 떠올랐다.

“개그는 개그일 뿐, 오해하지 말자!”

그래서 관람기를 시작하기 전, 미리 말해두고 가려고 한다.

“뮤지컬은 뮤지컬일 뿐, 오해하지 말자!”

올해도 벌써 며칠 남지 않았다.

2016년 병신년의 주요 뉴스를 꼽자면, 명실상부 톱은 ‘순~실한 사건’이 될 것이다. 그리고 순위의 조금 아래로 내려가면 ‘강아지공장’에 대한 뉴스가 있을 터다.

꼬물꼬물 귀여운 강아지들이, 사실은 마치 공장에서 공산품 찍어내듯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사실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에게도, 키우지 않는 사람에게도 매우 충격적인 일이었다.

그리고, 연말.

유기견들이 주인공인 창작 뮤지컬 ‘더 언더독’이 막을 올렸다.

언더독은 투견에서 유래된 말이다. 투견 중 아래에 깔린 개(underdog), 즉 지고 있는 개를 빗대 스포츠에서 우승이나 이길 확률이 적은 팀이나 선수를 일컫는 말이다.

사회학 용어에도 ‘언더독 효과’라는 개념이 있는데, 이길 확률이 적은 사람이 기적처럼 이겨주기를 바라는 ‘동정표’가 몰리는 현상을 말한다.

뮤지컬 더 언더독에는 유기견이, 그것도 꽤 많이 출연한다.(물론 진짜 개는 아니고, 배역이 그렇다는 뜻이다.)

다양한 사연을 가진 다양한 품종의 개들이 출연하는데, 그 사연들이 참 기가 막히다.

서열을 강조하는 군견 출신의 셰퍼트 ‘중사’가 관리하고 있는 유기견 보호소에 투견 출신 진돗개 ‘진’이 입소한다.

보호소에는 통통 튀는 푸들 ‘쏘피’와, 쏘피를 늘 곁에서 보살피는 달마시안 믹스 ‘죠디’ 커플이 나름 깨볶으며 지내고 있다.

또 항상 애처로워 보이는 말티즈 ‘마티’와 눈이 멀어버린 골든 리트리버 ‘할배’도 있다.

이들은 비록 외부와는 차단됐지만, 때 되면 착착 밥이 나오고 따뜻하고 안락한 잠자리가 있는 이 곳에서 새로운 삶을 꾸려가고 있다.

하지만 ‘신입 개’ 진은 다른 개들이 ‘길 잃은 자들의 땅’이라며 칭송하는 이 유기견 보호소가 영 믿음직스럽지가 않다.

진은 결국 유기견 보호소의 진실을 밝혀내고 다른 개들과 함께 탈출을 감행하게 된다.

주제가 주제이니만큼, 가슴 아픈 이야기들이 많다.

버려진 개들의 숫자, 딱 그만큼 미안하고 또 미안한 이야기들 투성이다.

개들의 사연이 음악을 타고 노래로 흐를 때, 객석에서는 훌쩍~ 눈물을 닦는 소리가 들렸다.

내용은 슬프지만, 공연 자체는 참 착하다.

공연장에 들어서면 안쪽 가장 따뜻한 공간에 반려동물 보호 공간을 볼 수 있다.

반려견 돌봄석으로 예매한 관객에서 서비스하는 공간이다.

또 이 공연을 본 사람 1인당 100g의 사료를 기부한다고 하니 이 또한 희소식이다.

이제 사흘을 고민하게 만든 이야기를 꺼내야겠다.
공연 중 갈등을 일으키는 군견 출신 ‘중사’와 시각장애인 안내견 출신 ‘할배’에 관한 이야기이다.

여기서 질문 하나.

군견과 시각장애인 안내견이 유기견 보호소에 있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

특수한 임무를 가지고 훈련된 견종을 ‘특수목적견’이라고 부르는데, 이 특수목적견의 관리는 상상 이상으로 빡세다.

훈련기관에서 태어나, 정해진 훈련을 받고 임무에 투입된다. 보통 만 2살 때까지 훈련을 받고 만 2~10살까지 임무에 투입된다.

그렇다면 임무가 끝나고 난 후, 특히 군견은 안락사 당하지 않을까?

절대 아니다. 아직은 부족하다도 말들 하지만, 우리나라에도 엄연히 동물보호법이 있다! 동물보호법이 개정된 이후 특수목적견의 임무 종료 후 안락사는 금지됐다.

임무가 끝난 군견을 포함한 특수목적견은 보통 매우 높은 수준의 심사과정을 거쳐 일반 가정에 분양한다. 만약 분양이 실패했거나 분양하기 힘든 특수훈련을 거친 개들은 훈련기관에서 죽을 때까지 보살핀다.

일반 가정으로 간 개들 역시도 훈련기관에서 계속해서 관리한다. 그 말은 곧, 유기견 보호소로 가기가 참 어렵다는 뜻이다.

실제로 군견교육대 관계자는 "한 마디로 요람에서 무덤까지 군에서 관리한다"고 말했다. 또 “일반 가정에 분양된 군견도 지속적인 관리를 하고, 마이크로칩을 훼손하거나 유기할 경우 처벌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위와 같은 이유로, 눈이 멀어 주인을 죽음으로 이끌었다는 골든 리트리버 ‘할배’는 있기 힘든 케이스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관계자는 “사람의 안전과 직결한 문제라서 정기적으로 정밀한 검사를 통해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다면 바로 대체 분양한다”며 “사실 골든리트리버는 털이 많이 빠지기 때문에 안내견으로 적합하지 않다. 시각장애인 안내견의 거의 절대 다수는 래브라도리트리버종”이라고 덧붙였다.

창작 뮤지컬 ‘더 언더독’에 인간의 이기심 때문에 생산되고 버려지는 반려견의 ‘불편한 이야기’를 주제로 했다는 점에서 매우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공연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역사에서 함께 관람한 20대 초반의 여성의 말을 들었다. “군견은 전부 안락사 시킨대~.”

아무리 픽션이라 할지라도 약간의 사전 조사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혹은 브로슈어 어딘가에 ‘자세한 내용은 사실과 다를 수 있다’는 짧은 메시지라도 적어줬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서 이 공연을 관람했거나, 앞으로 관람할 분들에게 또한번 강조한다.

“뮤지컬은 뮤지컬일 뿐, 오해하지 말자!”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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