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 칼럼]우리를 구원하는 건 정치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연민
일 년 전 강원도를 다녀오면서 프리미엄 버스를 탔다. 서울로 돌아올 때는 늦은 밤이어서 버스 안이 어두컴컴했다. 휴대전화를 보며 지루한 시간을 보내다 실수로 전화기를 떨어뜨렸다. 당황해서 좌석 밑을 보는데, 프리미엄 버스라 구조가 꽤 복잡했다. 조명이 약하니 잘 보이지도 않았다. 혹시…
- 2024-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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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전 강원도를 다녀오면서 프리미엄 버스를 탔다. 서울로 돌아올 때는 늦은 밤이어서 버스 안이 어두컴컴했다. 휴대전화를 보며 지루한 시간을 보내다 실수로 전화기를 떨어뜨렸다. 당황해서 좌석 밑을 보는데, 프리미엄 버스라 구조가 꽤 복잡했다. 조명이 약하니 잘 보이지도 않았다. 혹시…
1795년 7월, 천주교를 신봉했다는 이유로 금정찰방에 좌천된 다산 정약용이 황급히 충남 보령 땅을 찾았다. 천주교 배교를 증명하려면 천주교 지도자 이존창을 잡아오라는 정조의 명에 따른 것. 성거산에 숨어들어 수년간 충청도 관찰사조차 검거하지 못한 이존창은 달랑 포졸 한 명만 데리고 …
장미의 가시 같은 경고일까요? 화려한 크리스마스트리 불을 밝힐 전선에 감전주의 안내판이 붙어 있네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원효로 처마끝 양철 물고기를 건드는 눈송이 몇 점,돌아보니 등편 규봉암으로 자욱하게 몰려가는 눈보라눈보라는 한 사람을 단 한 사람으로만 있게 하고눈발을 인 히말라야 소나무숲을 상봉으로 데려가버린다눈보라여, 오류 없이 깨달음 없듯, 지나온 길을뒤돌아보는 사람은 후회하고 있는 사람이다무등…
비상계엄이 해제되지 않았다고 가정해 보자. 국회와 정당, 언론사 앞엔 계엄군이 진을 치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비상계엄이 선포된 3일 밤 계엄군에게 체포됐다. “어디로 끌려갔다더라” 소리는 반국가세력의 체제 전복 행위라거나, 가짜뉴…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오후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등 당정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의 폭거를 알리기 위한 것이지 나는 잘못한 게 없다. 야당에 대해 경고만 하려던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나아가 한 대표가 ‘계엄군…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에 놀란 국민들은 1시간 후 계엄사령관 명의로 나온 6개항의 포고령을 보고 황당했을 것이다. 독재정권을 배경으로 한 시대극에서나 볼 법한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국회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포고령 1항부터가 위헌과 불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헌법 기관인…
해외 금융기관들의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뚝뚝 떨어지고 있다. 1%대 후반 전망이 줄 잇는 가운데 1%대 중반 예상까지 나왔다. 비상계엄 사태로 정부가 멈춰 서면서 ‘트럼프 리스크’ 대비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투자은행(IB) 씨티는 1.8%였던 한국…
“패악질을 일삼아 온 망국의 원흉, 반국가세력을 반드시 척결하겠습니다.” 한밤중 용산 대통령실에서 중계된 소극(笑劇·Farce·우스꽝스럽고 터무니없는 상황을 연출하는 짤막한 희극) 같은 장면들을 이해하기 위해 카메라를 3년 반 전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아파트 실내로 옮겨 보자. …
해외 언론의 한국 보도는 때때로 바깥세상이 우리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알 수 있는 창을 열어준다.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도 그랬다. 긴급 상황을 사실 위주로 다루던 외신 보도에서 비판적 견해가 늘어났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4일 “윤 대통령은 즉각 사임하라”면서 …
아이가 1979년 12·12 군사반란을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을 보고 온 날. 실화를 각색했다고 알려주며 ‘검문’ ‘금서’ 같은 기억 조각을 꺼내 5공화국 당시 사회적 상황을 들려줬다. “진짜야?” 돌아온 반응이었다. 2024년 한국에 사는 아이로서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민주주의가…
《한국 현대 정치사 연구의 권위자이며 방대한 사료를 치밀하게 검토하는 학자로 정평이 나 있는 이완범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63)가 자신의 30년 연구를 응축한 책 ‘미국의 한국 정치 개입사 연구 1∼6’(한국학중앙연구원 출판부)을 최근 완간했다. 1∼3권의 부제는 ‘박정희 제거 공작 …
“Drill, baby, drill(뚫어라, 또 뚫어라).” 예정된 수순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화석연료 사랑은 첫 재임 때부터 유명했다. 7월 공화당 전당대회 때도 ‘수능 금지곡’처럼 돌고 돌았던 이 말은 트럼프 에너지 정책의 포고령과도 같다. 워싱턴포스트(WP)…
“국내 요양원에 어르신 20만 명이 입소해 있어요. 하지만 구강 검진은 40년 전 일본처럼 사실상 방치하고 있습니다.”(국내 요양원 관계자) “덴마크 요양원에는 치과 의사가 상주해 노인들이 수시로 구강 관리를 받을 수 있습니다.”(덴마크 요양원 ‘홀메가드스파켄’ 린 후빈 소장)지난달 …
좋은 브랜드는 일반적으로 독특한 개성을 가진다. 이런 개성을 인간에게 빗대 표현하는 것이 바로 ‘브랜드 의인화’다. 브랜드가 살아 있는 인간이라면 어떤 동네와 지역에 살 것 같은지, 어떤 직업과 취미를 가지고 있을 것 같은지와 같은 질문을 소비자에게 던지며 각 브랜드가 의인화되고 관리…
여의도 한강 둔치에서 거닐고 있는 왜가리 한 마리. 카메라 세례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 톱모델의 ‘포스’를 뿜어내네요. ―서울 여의도에서
몇 달 전부터 다양한 집과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고 있다. ‘행가집’. 행복이 가득한 집의 줄임말로 집에서 행복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집에 관한 몇 권의 책을 내면서 ‘집에서 행복한 사람이 진짜 행복한 사람’이란 생각을 갖고 있기에 고민 끝에 도전을 해보기…
평지든 산봉우리든 가릴 것 없이, 세상에 좋은 풍광은 다 점령되었구나.온갖 꽃에서 따다가 꿀을 만들었지만, 누굴 위한 고생이며 누굴 위한 달콤함인가.(不論平地與山尖, 無限風光盡被占. 采得百花成蜜後, 爲誰辛苦爲誰甛.)―‘벌(봉·蜂)’나은(羅隱·833∼909)온 산야를 헤집고 다니며 꿀을…
1990년대 청년 시절, 해양수산부(당시 수산청)에 입직해 만난 바다와 어촌은 활기차고 풍요로웠다. 풍족한 수산자원과 아름다운 경관, 그곳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어촌과 바다는 나에게 기회이자 미래였고, 치열한 일터이자 위안을 주는 곳이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의 어촌은 우리 청년…
필자가 칼국수 마니아여서 하는 말이지만, 서민들에게 친근한 한 끼 먹거리로 칼국수만한 건 없다고 감히 단언한다. 비슷한 지위를 누리는 짜장면과 순대국은 집에서는 만들어 먹기 어려운 맹점이 있는데, 칼국수는 집에서 만들어 먹기도 수월하고 입맛대로 칼국수 맛집을 찾아다니는 매식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