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밑줄 긋기]제로의 늦여름
연기로 덮인 하늘과 멀리 치솟은 불기둥, 제일 앞쪽에 찌부러진 기와지붕들이 겹겹이 쌓여 있고, 그 꼭대기에 한 소녀가 이쪽을 등지고 서 있다. 불에 그을리고 찢어진 분홍색 파자마를 입고 고개를 숙인 채. 나는 완전히 압도되었다.일본 영화 ‘러브레터’ 감독이 베일에 싸인 천재 화가를 다…
- 2024-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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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로 덮인 하늘과 멀리 치솟은 불기둥, 제일 앞쪽에 찌부러진 기와지붕들이 겹겹이 쌓여 있고, 그 꼭대기에 한 소녀가 이쪽을 등지고 서 있다. 불에 그을리고 찢어진 분홍색 파자마를 입고 고개를 숙인 채. 나는 완전히 압도되었다.일본 영화 ‘러브레터’ 감독이 베일에 싸인 천재 화가를 다…
최근 중국이 한국인 여행객에 대한 비자를 돌연 면제했다. 소셜미디어에는 중국 도시들의 마천루와 명품 매장, 고속철도 같은 첨단 인프라의 모습들이 넘쳐난다. 반면 유튜브나 페이스북까지 닫아 놓는 정보 통제도 그곳에 존재한다.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외국’의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
자랑하는 걸 좋아해서 ‘자랑댁’이라 불리는 오리가 알을 낳는다. 연이어 귀여운 새끼들이 태어난 후 마지막 알을 깨고 쿤다가 나온다. 하지만 쿤다는 다른 오리들과는 좀 다르다. 날개가 하나뿐이기 때문이다. 당혹스러움을 느낀 자랑댁은 쿤다를 몰래 숨겨 키운다. 쿤다는 ‘내가 없는 편이 가…
매일 오후 3시면 개를 데리고 강변을 산책하는 것이 일과였던 한 67세 남성이 덤불에 버려진 시신을 발견한다. 신고를 받고 출동하던 군마현 경찰들은 10년 전 미제 사건을 떠올리며 불안감에 휩싸인다. 불길한 예감에 확신을 주듯 얼마 지나지 않아 인근 도치기현 강변에서 비슷한 모습의 시…
7년 전 현지 취재한 튀르키예 보아즈쾨이의 ‘하투샤’ 유적은 고대 오리엔트 강대국이던 히타이트의 수도답게 웅장했다. 광활한 평원에 사원과 왕궁, 거주지, 요새 등의 흔적을 보여주는 석조 유물들이 드넓게 펼쳐져 있었다. 특히 하투샤의 상징이랄 수 있는 ‘사자의 문’은 문 양편을 지키는 …
● 스포츠 영화로 보는 한국 사회 한국 최초의 스포츠 영화이자 권투를 소재로 한 1959년 작 ‘꿈은 사라지고’부터 열아홉 고교 야구 입시생의 이야기를 다룬 2021년 ‘낫 아웃’까지, 60년 넘는 한국 스포츠 영화들을 주제별, 키워드별로 분류해 풀어냈다. 영화를 통해 조명한 당대 스…
아동의 생년월일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진단율에 유의미한 차이를 보일까. 이 책 저자들은 이와 관련해 한 가지 실험을 했다. 9월 1일 학기가 시작되는 미국에서 8월에 태어난 초등학생들과 전년도 9월에 태어난 초등학생들의 ADHD 진단 및 치료 비율을 비교한 것. 그 결과 …
일할 때도, 쉴 때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치열한 업무가 끝난 뒤엔 도통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넷플릭스에서 최신 콘텐츠를 챙겨 보거나 지친 몸으로 헬스장에 가고, 친구들과 ‘번개’를 잡아 진탕 술을 먹기도 한다. 요즘 사람들의 이 같은 행동을 두고 책은 이렇게 지적한다. “열정이 아…
어찌 ‘때로는’일 뿐일까. 내가 잘났건 못났건, 성격이 좋든 나쁘든, 돈을 잘 벌든 못 벌든 아무런 상관없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그를 보면 말이다. 일도 잘 안 풀리고, 사람에게 상처받아 한없이 우울할 때 반려동물을 껴안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를 받은 사람이 어디…
‘스위프트노믹스(Swiftnomics).’ 미국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와 경제학이라는 뜻의 ‘이코노믹스(Economics)’를 합친 신조어다. 그가 투어를 다니는 도시마다 공연을 보러 온 팬들이 대거 몰려 돈까지 ‘펑펑’ 쓰고 간 덕분에 지역 경제까지 덩달아 살아나는 그의 막대한 경제…
대법원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사건에 대해 구체적인 심리를 이어가기로 했다. 9일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가 심리 중인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사건 심리불속행 기간이 지났다. 대법원은 하급심 결정에 문제가 없다면 사건 접수 4개월…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를 또 갈아치웠다. 8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 비율은 17%로 지난주보다 2%포인트 하락했다. 부정 평가도 74%로 2%포인트 높아지면서 최고치를 기록했다. 윤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 이유는 첫째가…
윤석열 대통령이 7일 기자회견에서 “대통령과 여당이 반대하는 특검을 임명한다는 것 자체가 헌법에 반하는 발상”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특검을 할지 말지 국회가 결정해서 국회가 사실상의 특검을 임명하는 나라는 없다”며 “삼권분립 체계에 위반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야당에서 세 번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어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췄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금리는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차기 대통령에 당선된 영향으로 오히려 고공행진 중이다. 기준금리 추가 인하 시점을 가늠하던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두 달 전 0.5%포인트 ‘빅컷’…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선택한 첫 백악관 비서실장은 수지 와일스(67)였다. 선거 캠프의 좌장 역할을 했던 와일스는 “가장 덜 알려졌지만, 가장 막강한” 트럼프 사람으로 통한다. 와일스 중용은 대선 불복으로 비판받던 트럼프를 2021년 초 만난 것이 출발점이 됐다. 201…
2016년 4월 7일 오후, 200여 명의 기자가 몰린 회견장에서 세븐일레븐의 지주사 ‘세븐앤드아이홀딩스’의 스즈키 도시후미 회장이 사퇴를 표명했다. 그날 오전 스즈키는 세븐일레븐 사장인 이사카 류이치의 해임안을 이사회에 냈는데, 그 해임안이 부결되자 사퇴를 결심한 것이다. 1932년…
11일 여야의정 협의체가 가동되면 올 2월 의료공백 사태가 발생한 지 9개월 만에 대화 국면이 시작된다. 하지만 대화가 성과로 이어지기엔 상황이 녹록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은 7일 기자회견에서 “내년도 정원은 정부가 추진하는 대로 됐다”며 내년도 정원 조정 불가 방침을 거듭 밝혔다. …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들은 매년 이맘때가 되면 성적표를 하나씩 발표한다. 대학 기금 회계연도는 매년 7월 시작해 이듬해 6월 종료되는데 연간 실적이 10월경 공개되는 것이다. 올해 최고 수익률을 기록한 대학은 컬럼비아대로 11.5%에 달했다. 이어 브라운대(11.3%), 하버드대(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