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基萬기자] 탈북귀순자들이 국내적응에서 공통되게 겪는 어려움의 하나는 한자와 영어실력이 영점에 가깝다는 것이다.
안배운 영어야 그렇다 치더라도 자기 이름을 한자로 쓰지 못하거나 신문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경우도 흔하다. 한자교육을 거의 받지 못한데다 남북한의 한자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鄭鍾南(정종남)북한문제조사연구소 연구위원 등의 연구에 따르면 북한에서 오로지 교육목적으로 정해놓은 한자 1천20자중 남한에서 일상적으로 쓰이지 않는 글자가 13%인 1백33자에 이른다. 거꾸로 한국에서 쓰이는 한자중 북한에서 아예 교육대상에 있지 않는 것도 많다.
정위원이 지난 93년7월 한달치의 동아일보 조선일보 한국일보를 조사한 결과 이들 세 신문에 쓰인 한자는 1천4백50자 정도. 그 가운데 40%인 5백80여자는 북한 교육용 한자에 없는 것들이다. 예를 들어 架(가) 訣(결) 傾(경) 寧(녕) 隣(린) 脈(맥) 側(측) 探(탐) 捕(포) 衡(형) 등의 한자는 북한에서 생소한 글자다.
또 북한에서 전혀 쓰이지 않는 한자말이 남한에서는 일상적으로 쓰여 귀순자들은 이를 이해하느라 적잖은 고생을 한다. 甲富(갑부) 勞使紛糾(노사분규) 不渡(부도) 賻儀金(부의금) 司正(사정) 實勢(실세) 派出婦(파출부) 賀客(하객) 會同(회동) 등이다.
북한은 지난 50년대초부터 모든 출판물에서 공식적으로 한자를 쓰지 않고 있다. 다만 고전연구나 남한 사람들과의 교섭을 위해 한자를 알아야 한다는 필요에 따라 6년제 고등중학교에 「한문」과목을 두고 주당 한시간씩 교육용 한자 1천20자를 가르치고 있다. 그나마 제대로 된 교육은 거의 없고 시간 때우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정위원은 『통일이 이뤄졌을 때 실질적 통합을 조기에 이루기 위해서는 언어통합이 중요하다』며 『북한인들의 한자교육 교재를 만드는 등 남북한 한자사용과 교육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