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호씨 일가에 이어 김영진씨 등 두가족의 귀순자가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에 관해 여러 얘기를 했다.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북한에 가족과 친지를 남겨두고 남한에 온 대부분의 귀순자들은 가족이 함께 온 경우를 보면 부럽기 짝이 없다. 북한에 남아 온갖 고초를 겪을 가족과 친지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여기서는 북한에서 망명한 사람을 「탈북자」 「귀순자」라고 부른다. 정부는 이들을 「최저생활 보호대상자」나 솔직히 말한다면 「난민」정도로 취급하려 한다. 귀순자들은 이 호칭과 취급에서부터 맥이 풀린다.
드물지만 남한에서 북한으로 넘어가는 사람들도 있다. 북한에서는 이들을 「의거자」 「의용군」 「남출신」등으로 부른다. 「통일의 역군」 「금싸라기」라는 별칭으로 부르기도 한다.
북한은 남출신들을 「공산대학」에 보내 졸업시킨다. 이들에게 학습비(평균월급의 4분의1 정도)를 별도로 주면서 정기 간부학습을 시켜 통일역군으로 양성, 관리한다.
탈북 귀순자들은 남한에 나름대로 귀중한 정보를 제공한다. 물론 귀순 기자회견을 보면 알지도 못하는 얘기를 부풀려 말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아 눈살을 찌푸리게도 한다. 그러나 어떻든 귀순자들이 제공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 만일 남한인을 정보원으로 양성해 북한에 투입한다면 그 비용은 탈북자 정착금의 수백배에 이를 것이다.
통일이 되면 북한에 들어가 가장 효과적으로 활동할 사람들 역시 남북을 다 경험한 탈북자들일 것이다.
탈북자들이 남한적응에서 가장 애로를 겪는 것이 취업문제다. 영어 한문 운전 컴퓨터 등에 깜깜하거나 서툰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알선도 없고 지연 학연 혈연은 더더욱 있을 턱이 없다.
탈북자 교육센터에서 지속적으로 일반교육과 기초영어, 운전 컴퓨터 및 직업교육을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외로운 사람들이니까 종교단체 민간단체에서 양자입양 의형제결연 결혼주선 등을 해주면 효과가 클 것이다. 북에 있는 가족을 옹호하는 북한인권운동을 국내외적으로 벌이면서 이들에게 단 얼마의 돈과 소식이라도 국제기구를 통해 보내도록 한다면 금상첨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동독에 넘어온 사람들을 서독정부는 장관이든 노동자든 평등하게 대우했다. 탈북자들은 남한입국 과정에서도, 정착과정에서도 북한에서의 신분에 따라 차별대우를 받으며 그것 때문에 더욱 가슴아파하고 있다.
<이민복>
▼약력: △40세 △평남 순천농전, 남포대 동양학연구소 졸업 △ 북한농업과학원 연구원 △95년 2월 귀순 △북한학회 회원 △순복음교회 북한선교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