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핵폐기물의 북한 반입문제가 「환경안보」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가운데 비판적 세계여론에 직면한 북한은 여전히 강경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31일 당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한국정부가 최근 핵폐기물 반입문제를 놓고 우리(북)를 터무니없이 걸고드는 고약한 언동을 하고 있다』고 오히려 남한측을 강도높게 비난했다.
이 신문은 이어 『핵폐기물 처리가 심각한 난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곳은 다름아닌 남조선』이라며 『우리 공화국 북반부에는 핵폐기물과 관련하여 문제시될 것이란 아무 것도 없다』고 강변했다. 이 신문은 또 『한국정부는 남(북)을 건드리며 헐뜯는 망동을 작작하고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 상책일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그동안 북한은 지난달 4일 유엔주재 북한대표부가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등 간간이 북한측의 입장을 밝혀왔지만 이번 경우는 이례적으로 강경하다는 분석이다.
대만 핵폐기물 문제의 발단은 대만이 저준위 핵폐기물을 란위섬의 핵폐기물 저장소 등에 보관해왔으나 작년 7월부터 포화상태에 달하면서 시작됐다. 장기적 처리대책을 모색중이던 대만은 북한 중국 러시아 마셜군도 등과 핵폐기물 이전계약을 협상한 결과 가장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 북한과 계약을 체결했다.
결국 북한은 대만으로부터 저준위 핵폐기물 총 20만드럼을 약 2억3천만달러에 반입할 계획이며 처리장소는 황해북도 평산의 폐광(廢鑛)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북한과 대만간 「밀약」으로 구체적인 반입시기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주변 정세가 심각한 점을 고려, 그 시기는 하반기로 늦춰질 전망이다.
북한이 치명적 환경파괴를 우려하는 주변 국가의 반발을 무릅쓰면서까지 이처럼 「외화벌이」에 혈안이 된 것은 당장 시급한 현안인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임박한 김정일의 권력승계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고육책」이라는게 정부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북한측의 이같은 내부기류는 최근 더욱 심각해진 내부의 식량난 해소를 위해 세계 각국에 식량지원을 호소하고 있는 흐름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연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