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한노동당비서 黃長燁(황장엽)씨의 망명이후 북한에서는 차츰 강경기류가 득세하는 듯하다.
심각한 식량난에 「엎친데 덮친격」으로 터진 황씨의 망명사건으로 확산되고 있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는 「체제사수」를 내세운 강경대응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북한당국은 내부위기의 「출구」를 모색하기 위해 황씨의 망명동기를 평가절하하는 동시에 「주체사상의 대부」로 알려진 황씨와 주체사상과의 무관성을 강조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각종 보도매체를 활용하는 것.
북한당국은 그동안 「비겁한 자야, 갈테면 가라. 우리는 붉은 기를 지키리라」(2월15일 중앙방송) 「충신과 간신의 본색은 시련속에 나타나며 배신자의 추악성은 지조와 절개를 버리는 것」(3월19일 노동신문)이라며 황씨를 비난했다.
노동신문은 또 「주체사상에서 단 한치라도 탈선한 자는 넋이 없는 정신적 거지에 불과하며 우리 인민들은 이들을 끝없이 증오할 것」(3월31일)이라고 주체사상을 지키자고 주장했다.
이같은 비난강도는 지난 20일 황씨가 서울에 도착한 뒤 더욱 높아졌다.
북한측은 지난23일 대남선전기구인 민민전(民民戰)의 비방방송을 통해 직접 황씨를 「역적」 「변절자」 「피해망상병자」 「정신착란자」 「체면상실병자」라고 지칭하는 등 격렬한 어투로 비난했다.
이에 앞서 지난 22일 북한 중앙방송은 金日成(김일성)종합대학에 입학한 한 학생이 최근 金正日(김정일)에게 보낸 편지내용을 공개하는 형식을 빌려 황씨를 「의리없는 비겁한 배신자」라고 몰아붙였다.
결국 북한지도부는 사회전체를 일촉즉발의 전쟁위기로 몰아감으로써 체제결속을 노리고 있다는 게 정부당국자의 분석이다. 따라서 당분간 군부를 중심으로 한 강경파들이 북한의 대내외정책을 주도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정연욱 기자〉